매력 있는 도시, 품격 있는 서울 사람 ~
feel. soul, style, culture, spirit. fashion, trend. tradition...
모든 도시에는 저마다 그 도시를 대표하는 느낌과 문화가 있다. 도시인의 공통된 감성이 도시를 맛깔나게 할 수도, 칙칙하고 우울하게 할 수도 있고, 반대로 밝고 명랑하게 만들 수도 있다. 현대 도시는 대부분 밝고 쾌활하고 역동적이다. 문화가 살아있고 도시 에너지가 넘쳐 난다. 복잡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도시인은 나름대로의 품격과 문화를 쌓아간다. 저도 모르게 공통적인 가치와 삶의 패턴을 닮아 간다.
인구 수백만 이상의 메가 시티는 주변 인근 도시에도 영향을 미쳐 궁극에는 거대한 문화권을 형성해 나간다. 세계 대도시에 일정기간 체류하다 보면 그 도시의 생활과 문화를 접하고 공유하며 현지 도시인들의 생활 패턴을 경험하게 된다.
세계 3대 스타일 도시를 꼽으라면?
아마도 전 세계인들이 공통으로 파리, 뉴욕, 런던을 제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개인적으로 따지는 서열 순위는 제각각이더라도 그룹핑으로 하면 이 도시들이 단연코 선두그룹이다.
오늘날 파리, 뉴욕, 런던의 도시인을 지칭하는 고유명사이자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도시인(人) 스타일을 대변하는 특급 명사이다. 도시의 브랜드 파워를 좌지우지 하기에 짧고 강한 이 단어는 세계인의 감성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다. 럭셔리, 창조, 문화, 낭만. 자유, 예술..... 현대 도시인들이 꿈꾸는 로망(roman)이다.
웰메이드(well-made) 이미지답게 화장품, 패션, 향수 제품 광고에 파리지앵 스타일, 뉴요커로 사는 법, 런더너 24시 등의 컨셉이 자주 사용되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파리지엥(Parisien)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문화감성과 로맨틱(?)
프랑스 파리의 센느강과 사랑의 다리로 명성이 자자한 ‘퐁네프 다리’를 떠올려 보자. 자유분방하고 낭만적인 프랑스 연인들과 센느강변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커플들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샹젤리제 거리를 거닐며 쇼핑을 하고, 돋보이는 스타일의 패션과 코디로 치장한 파리지엔느. 그들이 늘 자유롭게 찾는 노천카페도 그저 한 폭의 풍경화처럼 근사하게 보인다. 거리 예술가의 천국 ‘몽마르뜨’, 연인들의 달콤한 ‘프렌치키스’, 에펠탑의 야경(夜景), 센느강 유람선에서 바라본 파리의 풍광들... 외부인들이 바라보는 파리지앵의 24시간은 웬만하면 다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늘 바쁘고 활기찬 뉴요커(New yorker)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유명한 패션지 편집장(보그) 비서로 취직한 전형적인 뉴욕 여성을 소재로 했다. 다소 소박하고 촌스러운 주인공(앤 해서웨이)이 세련된 쾌도녀(쾌활한 도시 여자)로 발전한다. 빠른 템포의 배경음악과 함께 바쁜 일상의 모습, 한 손엔 스타벅스 테이크아웃 커피와 유명 스테이크 집에서 주문한 런치세트를 들고 노란 택시에서 내리는 모습이 생생하다.
뉴요커의 상징은 커피와 브런치다. 아침 겸 점심으로 브런치를 먹고, 스타벅스에서 책을 읽으며 두터운 종이컵에 담은 커피 향을 즐기고 저녁에는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며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에서 표현하는 자유분방한 모습들이 뉴요커 스타일로 여겨진다.
문화 전통과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런더너(Londoner)
대영제국의 후예를 자처하는 런던 시민은 특히나 문화와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2012년 런던올림픽 개, 폐회식에서 보란 듯이 보여준 문화 파워가 그것이다. 세계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에서, 비틀스, 축구, 펍, 웨스트엔드..... 문화의 용광로가 들끓는 문화 도시. 런던의 자랑거리다. 예술문화의 거리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에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여행객이 가득 메우고 복잡한 도심에는 빨간 2층 버스와 런던의 택시 블랙캡의 위용이 당당하다.
템즈강변을 끼고 산책하며 저녁에는 펍(pup)에서 동료들과 맥주를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 런더너 스타일을 동경하기도 한다. 미국식 영어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조금 별나게 들리는 영국식 발음의 런더너가 오히려 더 고풍스럽고 품격 있게 보인다. 늘 안개와 궂은 날씨가 일상인 런던 인들이 즐겨 입는 유명한 버버리 코트는 한때 세계인이 사랑하는 브랜드이자 상징이었다.
뉴요커, 파리지엥이 부러운 앤젤리노(Angelino)
‘뉴요커’, ‘파리지엥’등은 뉴욕과 파리에 사는 당사자가 아닌, 다른 지역이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그곳에 사는 사람을 부르는 일종의 호칭이다. 반면에 미국 LA시민을 가리키는 단어로 ‘앤절리노(Angelino)’가 있는데 이는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부르는 말이다. 사실 로스앤젤레스인들이 파리지엥이나 뉴요커가 부러워 만들어 낸 말인 것이다.
미국 서부의 대표적인 도시, 헐리우드와 베버리힐즈가 있는 로스앤젤리스도 도시의 위상만큼은 자부심이 크지만 아직 뉴요커, 파리지앵처럼 도시민의 품격은 조금 딸린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세계적인 도시에 살고 있다는 것은 곧 자부심이며, 자긍심이다.
‘나는 로마인이다!’ '로마누스(Romanus)'의 자긍심
이탈리아. 로마는 전 세계를 통치한 황제 국가이자 도시이다. 과거 로마인들은 어디를 가더라도 ‘치비스 로마누스 숨(Civis Romanus sum)’, 즉 ‘나는 로마인이다’라는 말만으로 감히 범접하는 이들이 없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화려한 로마제국의 위용을 나타낸 말이다.
국력은 예전만 하지 못하더라도 로마 시민의 문화적 자부심은 아직도 세계 최고. 패션과 음식, 오페라로 대표되는 문화 파워가 바로 로마누스의 삶이다! 로마거리를 걷다 보면 평범한 이들도 모두 예술가처럼 근사하게 느껴진다. 웬만한 로마 시민이라면 유명한 오페라 한두 곡 소절쯤은 능숙하게 불러제낄 듯하다.
도쿄아이트(Tkoyoite), 홍키(Honkey)
뉴요커, 파리지앵처럼 일본 도쿄 사람들은 에돗고, 도쿄아이트(Tyoko-ite)라는 애칭이 있다. 검소하고 단아하면서도 근면, 부지런한 일본인들의 특성을 반영한 도쿄아이트는 도쿄를 방문한 세계인들에게는 친절함의 대명사이다. 꼼꼼하고 디테일한 부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세계적인 아이콘이 바로 일본이고, 일본의 수도이자 아시아의 메가시티 도쿄의 대표적인 이미지이다.
세계 제3의 경제대국, 첨단산업과 섬나라 특유의 독특한 고유문화를 가진 일본은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 연간 4,000만 이상의 외국 관광객 유치를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도쿄아이트가 있다. 지금까지는 뉴욕, 파리, 런던에 다소 밀리는 느낌이지만 아마도 2020년 이후에는 어쩌면 도쿄아이트가 전 세계인들에게 로망으로 자리를 꿰찰 수도 있다.
홍콩 사람들은 홍키(Honkey)라는 별칭을 쓴다. 최고의 관광도시답게 홍콩인의 바쁜 일상과 밤에도 요란한 불야성의 야경. 산해진미의 음식, 세계 최고의 고밀도 공간의 아파트가 바로 홍콩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홍키(홍콩 사람)들의 삶과 스타일이다.
서울 사람, 서울라이트(Seoulite)
흔히 서울 사람을 지칭하는 우리만의 별칭으론 서울 토박이, 서울내기, 서울깍쟁이가 쓰였다. 모두 개발시대에 지방 사람들이 조금은 세련되고, 깔끔하고 얌체 이미지의 서울시민을 빗대어 쓴 말이다. 하지만 이들 애칭들은 우리끼리는 몰라도 글로벌 시대에는 이제 안 어울린다.
도쿄아이트와 비슷하게 서울 사람을 ‘서울라이트(Seoulite)’라고 부르기도 한다. 낮은 인지도는 앤젤리노(로스엔젤리스 시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외국, 타지인이 붙인 이름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의도적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들어 놓고도 입에 안 붙는 이유는 뭘까? 단순히 단어 조합을 통한 애칭이라 그 속에 진정한 도시민의 품격과 매력을 담아내지 못해서 그렇다.
아이 러브 뉴욕(I ♡ New York)에서 벤치마킹한 듯한 ‘아이 서울 유(I Seoul U)’가 요란스러운 한 발표와 적잖은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낯선 이유는 뭘까? 마찬가지로 서울이라는 도시 매력과 색깔이 여전히 추상적이고 겉돌기 때문이다.
서울라이트의 매력은 무엇일까?
월드컵,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강렬한 광장문화, 넘치는 흥과 열정! 아티스트 공연할 때마다 연출되는 경이적인 떼~창. 언젠가부터 한국인 특유의 수줍고 절제된 감성 표현보다는 적극적이고 열성적인 모습이 외국인에게 비치는 최근 서울라이트의 모습이다.
거기에 한국인 특유의 정(精)과 ‘빨리빨리-스피드’. 멈추지 않은 밤의 열기. 24시가 낮밤이 따로 없는 열정의 도시. 현대적 감각과 동양미가 어우러진 곳이 바로 서울이다.
최근 새롭게 생긴 한 TV 예능에서 인기 연예인들의 집에 외국인들이 홈스테이 하는 포맷을 주제로 한 방송이 있는데 프랑스, 멕시코에서 처음 한국 서울을 방문한 이들의 위시리스트(wish list)에 재밌는 항목이 등장했다. (물론 어느 정도 사전에 제작진과 협의했는지는 몰라도)
쇼핑, 서울 고궁, 음식(김치 등)등 익숙한 항목 외에도 찜질방, 한강 바이크, 이색 놀이공원등 별난 리스트가 등장했다. 외국인들이 보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 서울은 막연히 화려하고 세련된 현대 도시의 그것만도 아니고 전통과 고전만을 강조하는 것도 아니었다.
사우나(찜질방), 클럽 인디문화. 먹거리(떢복이, 튀김 등 길거리 음식). 재래시장 구경. 600년 한양도성길. 고전과 현대가 어우러진 도심. 세계적 수준의 지하철, 버스 교통망(시설), 새벽 야시장도 서울을 방문한 이들에겐 관심거리이다. 한강을 경계로 다소 색다른 강북과 강남의 문화도 독특한 요소이다.
서울 도심 삼청동, 인사동, 북촌 한옥마을에 당당히 등장하는 한복 입은 외국인들도 이제 당당한 서울라이트의 한 모습이다. 일상에서 한복을 잘 입지는 않지만, 외국인의 시각에선 한복이 서울을 대표하는 생활 단면이다. 세계 도시중 이렇듯 외국인이 전통 의상을 입고 뽐내고 추억을 담아가는 곳은 없으리라.
유흥업소만 서울의 밤문화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동대문, 남대문 새벽시장. 전통 재래시장의 야시장. 동네마다 자리 잡은 24시간 맛집도 서울라이트의 중요한 문화이다. 서울 곳곳마다 포진한 유명 먹자골목도 빼놓을 수 없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북한산, 관악산에 나타나는 수만 명의 등산, 트래킹 물결은 유독 대도시중 서울시민만이 즐기는 여유이다. 600년 한양성곽길을 유유히 거닐며 서울 전역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곳도 서울이기에 가능하다.
서울라이트가 꼭 실제 거주하는 서울시민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 하루를 방문하는 외국인도 하루만큼은 서울라이트인 셈이다. 우리도 파리나 뉴욕을 가면 여행기간 동안에는 파리지앵, 뉴요커로 도시를 경험하고 체험하고 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서울라이트의 매력을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 추상적이고 모호한 사례 대신 구체적이고 친근하게 서울라이트의 감성과 품격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세계시민들이 서울라이트가 되고 싶어 하는 그 날까지~ 고고 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