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의 추억


2019 시즌 올해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진출팀이 최종 확정됐다.


우승은 작년에 이어 두산, 2위 SK, 3위 키움, 4위 LG, 5 위 와일드카드는 NC로 순위가 매겨졌다.

이제 곧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열전의 대장정이 펼쳐진다. 전통적으로 인기구단들의 성적이 저조해서 올 프로야구의 관중수는 기대를 훨씬 밑돌았다. 삼성, 기아, 롯데, 한화, LG 등 항상 구름 관중을 몰고 왔던 구단들이 모두 쓴 맛을 보다 보니 팬들도 대단히 실망했다.


상대적으로 메이져리거들의 눈부신 활약으로 많은 야구팬들의 관심이 메이저리그에 쏠렸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ERA(방어율) 1위(14승)의 류현진, 시즌 24 홈런의 추신수, 풀타임 주전 활약에 19 홈런 최지만 등 코리안 3인방이 대단한 성과를 올렸다.


지금부터 내년까지는 한국 프로야구의 중요한 기점이다.


이제 야구팬들은 진짜 야구 빅 이벤트를 즐기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 이어 11월 초에는 세계 야구 12강이 겨루는 국가대표 경기 ‘프리미어 12’가 개최된다. 전년 대회(2015) 초대 챔피언 한국의 2연패와 2020 도쿄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린 중요한 대회이다. 한국 야구의 재도약을 위한 역사적 시점이다.

다시 코리안 시리즈로 가볼까?

작년 코리안 시리즈는 정규리그 우승 SK와 플레이오프를 거친 두산의 맞대결이었다. 이름하야 두산(서울)-SK(인천) 대전을 팬들은 지하철 경인선 리그라 부른다. 올해도 두 팀이 다시 겨룰 가능성이 크지만 포스트시즌은 단기전이라 아무도 예측하긴 어렵다.


지금은 SK 구단의 홈 연고지가 문학구장이지만 예전 인천 홈구장이 1호선 전철 도원역에 있었기에 팬들은 지하철 타고 응원하러 간다는 의미에서 ‘경인선 리그’, ‘경인 대전’이라 별칭을 붙였었다.


이미 두산은 정규시즌 우승으로 코리아시리즈 직행이기에 경우의 수는 다음과 같다. 만약 키움(고덕돔)이 올라가면 서울 동서(東西대전), LG가 올라가면 잠실 한 지붕 두 가족의 대결로 ‘잠실 안방 대전’이다. 지방에서 서울까지 응원하러 올라오는 재미가 사라진다. 그나마 와일드카드 NC가 올라간다면 서울-창원이 되겠지만 가능성은 글쎄 좀....



#. 곱씹어도 재미있는 역대 포스트시즌 매치 별칭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축구, 농구, 배구에 비해 역사가 긴 이유도 있지만 출발부터 고교야구의 인기를 승계하여 지역 연고제의 덕을 톡톡히 봤다. 출범 이후 프로야구는 37년 동안 한국 최고의 국민 스포츠로 사랑받았다.


하지만 2019년 올해에는 정치, 안보, 경제 등 나라 안팎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프로야구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력과 인기 구단의 성적 저하로 4년 만에 최저치인 740만으로 내려앉았다. 한때 900만을 넘어 1,000만 관중 시대를 곡 맞이할 거라는 환상은 물거품이 된 지 오래다.


지금 한국 프로(아마) 야구는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인도네시아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으면서도 선수 선발을 둘러싼 잡음이 불거져 KBO 총재와 감독이 국감 증인대에 서기도 했다.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선 2회 대회 연거푸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프로야구도 관중수 급감, 경기력 저하, 스타 선수 부재 등 점점 팬들이 야구장을 떠나고 있다.


포스트시즌은 매경기 전력을 다하는 피 말리는 결투요, 혈전이다. 각 팀 팬들도 선수단에 힘을 보태기 위해 먼 길 원정도 마다 하지 않는다. 열혈팬들은 홈이든 원정이든 현장에서 목청 터져라 노래하고 응원하는 맛에 경기장을 찾는다.


포스트시즌은 매 경기가 초만원을 이루고 야구장 주변의 치킨집, 호프집, 식당 등 인근 상권은 물론이고 동네 전체가 야구장 손님 맞을 채비로 전날부터 들썩거린다.


포스트시즌, 특히나 코리안시리즈에 이르면 이미 스포츠 경기를 넘어 도시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열기가 최고조에 이른다. 7전 4선승제인 챔피언전이 막상막하 밀고 당기듯 7차전까지 가야 제 맛인데 4차전, 5차전에서 승부가 결정 나면 재미도 반감되고 흥행을 기대했던 많은 이들의 주머니가 아쉬워지게 마련이다.

포스트시즌 한 경기에 달린 돈이 얼마인가?


2~3만 명 관객의 입장료, 방송중계에 따른 광고수입, 야구장 내 먹거리, 야구장 주변 숙박, 음식점 등 상권의 매출, 그뿐인가? 전국에서 TV 중계를 시청하며 집집마다 배달시키는 치킨과 갖가지 음식 등 부수적 경제적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홈과 원정을 오가며 긴장된 매치가 진행되는 포스트시즌은 프로야구의 꽃이요, 결정판이다.


2018년 코리안시리즈는 ‘두산 VS SK’, 이른바 ‘전철 경인 대전’이었다.


2017년 코리안시리즈는 ‘단군 매치’라 불렀다.


‘기아 VS 두산’, 기아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즈의 경기를 단군 신화의 호랑이와 곰의 대결로 비견한 것이다. 신화에서는 마늘을 먹고 동굴에서 끝까지 버틴 곰의 승리였고 단군 매치의 승자도 결국 곰이었다.


당시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롯데와 NC의 경기는 ‘낙동강 매치’에 비유되었다. 부산의 터주대감. 롯데와 마산, 창원의 NC가 같은 경남 지역을 연고로 하기에 양 팀의 대결도 지역 팬들에겐 대단한 관심사이다.

프로야구의 승패를 떠나 이런 뒷 배경이나 스토리들이 사실 더 재미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 역대 팬들이 붙인 재미나고 인상적인 매치들을 떠올려 볼까?


밀림 대전(大戰)


정글의 왕국. 밀림에서도 호랑이와 사자는 늘 자웅을 겨룬다. 이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어린 시절 동물원에 가면 늘 궁금한 화두였다. 프로야구 밀림의 대전. 프로야구 초창기 선동열, 김봉연, 김성한, 이종범의 해태 타이거즈와 장효조, 이만수, 김시진의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는 정규리그에도 늘 구름 관중을 이끌었다. 영호남의 영원한 맞수가 붙으며 열기가 더욱 뜨거웠다. 밀림의 대전의 결과는 어땠을까?

86, 87, 93 코리안 시리즈 3번의 결과는 해태의 일방적인 3:0 완승이다.

당시 막강 해태 앞에서는 사자도 힘 한번 제대로 못쓰고 세 번씩이나 고개를 떨구어야 했다. 팬들은 그랬다. 사자가 아닌 나비 고양인가 봐~

코리안 시리즈 기간 동안 광주 무등경기장이나 대구 시민구장 주변은 긴장감이 사뭇 돌았다. 경기를 떠나 마치 무슨 생사결투처럼 사자, 호랑이의 밀림 대전을 넘어 영. 호남의 대결로 분위기는 뜨거웠다.

‘용호 쟁투’


아마 기억하는 이들이 별로 없을 수도 있지만, 1983년 코리안 시리즈는 해태(호랑이)와 MBC(청룡)의 대결이었다. 괴물타자 박인천 감독 겸 선수가 지휘하던 MBC가 훨훨 날았지만, 결과는 결국 해태의 승리였다. 그 유명한 해태의 크린업 트리오(3,4,5번 타자) 김성한, 김봉연, 김준환이 포진하던 시기였다. ‘


‘빙과 대전’, '껌 매치', ‘제과 더비’


삼성을 연거푸 무릎 꿇게 한, 누구도 너무 볼 수 없는 막강 해태에 도전장을 낸 것은 신흥 강팀. 빙그레였다.

88, 89, 91년 세 시즌 코리안 시리즈에서 맞붙었다. 이른바 ‘빙과 대전’이다. 모기업 해태와 빙그레의 빙과(하드, 아이스크림) 경쟁의 비유이다. 빙그레의 패기가 만만치 않았지만, 역시나 해태에겐 역부족으로 세 번 모두 해태를 꺽지 못했다. 재미있는 것은 야구 경기를 시청하는 팬들도 각각 각 팀의 아이스크림과 하드(빙과)를 먹으며 응원했다는.


92년 시즌, 웬일인지 해태가 코리안시리즈에 못 오르고 대신 빙과업계의 또 다른 경쟁자, 롯데가 빙그레에게 또 슬픔을 안겨 준다. 빙그레는 4 시즌 코리안 시리즈. 그것도 빙과 맞수에게 모두 물을 먹었다. 다들 빙그레의 아이스크림이 허무하게 녹았다고 했다.


프로야구 초창기 라이벌로 지칭되던 팀은 해태와 롯데였다. 두 기업은 제과업계의 라이벌이기에 제품으로도 항상 경쟁하고 광고 제작도 한 치의 양보 없이 경쟁할 만큼 프로야구팀의 대결도 늘 세상 관심사였다. 게다가 영. 호남의 자존심까지 더해져 지역 팬들은 순위를 떠나 양 팀의 경기를 손을 꼽아 기다릴 정도였다.


정규리그는 그래서 연간 ‘제과 더비’로 불려지고 매경 기는 ‘껌 매치’라는 재미있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CF송으로 로 역대 최고의 사랑을 받은 롯데껌과 해태껌의 대결이 야구장으로 들어왔다. 관중들도 모두 양사의 껌을 진지하게 씹어가며...


‘전자(電子) 대전’


MBC 청룡을 인수한 LG 트윈스가 90년 시즌 창단 첫 해에 단숨에 코리안 시리즈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이때 적수는 전자(가전) 업계의 오랜 라이벌인 삼성이다. 삼성전자와 금성사(현, LG전자)는 당시 기업 경쟁력도 엇비슷해 치열한 상대였지만 LG가 결국 신생팀 우승이란 신화를 만들었다. 시즌 종료 후 럭키금성그룹은 야구단의 성적에 고무되어 그룹 이름을 LG로 바꾸는 데, 그 결정적 계기가 바로 LG 트윈스였다.

‘반도체’ 대전


98년 시즌, 이른바 ‘반도체 대전’이라 불린 현대와 LG가 코리안 시리즈에 만났다. 현대는 태평양을 급거 인수, 프로야구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재계 1위 현대그룹의 막강 지원과 함께 창단 2년 만에 파죽지세로 올라왔다. 두 회사 모두 반도체와 핸드폰 단말기로도 경쟁 중이었다. 걸리버 vs 싸이언.


LG로서는 안타까운 과거지만, 경기는 현대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애틋하게도 98년 말 IMF 위기가 오고 산업 간 구조 조정이 추진되면서 LG반도체가 현대전자에 흡수, 합병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이때의 LG맨들의 비애는 상상을 초월한 아픔이었다.

‘경인선 매치’


경인선 매치 원조는 94년 시즌 LG와 태평양이 맞붙었지만, 98년 현대와 LG, 2000년 현대와 두산의 대결을 본격적인 ‘경인선 매치’라 칭했다. 서울을 연고로 하는 LG, 두산(잠실)과 현대(인천)를 오가는 길이 자동차로는 길이 막혀 팬들이 주로 전철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경기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당일 전철이 큰 홍역을 치른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경인선 매치의 승자는 모두 현대에게 돌아갔다. 이 당시 현대 유니콘스도 최강 전력을 자랑하던 시기였다.


앞으로 기대되는 매치는 ‘통신대전’이다.


kt의 전력이 최강으로 올 때야 가능하지만.

SK는 지금도 막강하지만 예전 야신 김성근 감독이 지휘하던 시절은 더욱 강해 코리안 시리즈를 세 차례나 쓸어갔다. KT는 2013년 창단 후 아직 막내로서 성적은 아쉽지만 매년 하위권을 맴돌고 있어 통신 맞수의 코리안 시리즈 대결은 아직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또 알겠는가? 2020년 시즌에 kt가 큰일을 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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