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벨기에‘오줌싸게 소년상’이 사랑받는 이유
by 바람나그네 윤순학 Jun 21. 2021
민망한 조형물인가? 예술작품인가?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에 있는 설치작품 ‘갯벌 오줌싸개’ 동상이 최근 논란을 낳았다. 2011년 설치된 작품인데, 10여 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 와서 지역 주민의 철거 민원이 접수되었다는 얘기다.
천진난만하게 소년 셋이서 강 쪽으로 소변을 보는 모습을 표현했는데 작가는 과거 송도 갯벌에서 조개 잡던 아이들이 오줌 싸기 시합을 하며 놀았던 추억을 되살려 만들었다고 한다.
‘이 작품이 왜 민망한 거지?’ 작품을 살펴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작품 사이즈가 커서 소년들의 체격이 우람해 얼핏 청년쯤 돼 보이고, 소변의 물줄기가 너무 거세 어느 코믹 성인영화 속 한 장면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이 그 이유였다.
어릴 적 추억을 담아 만든 예술작품이, 일부 시민들에게 ‘혐오 작품’으로 오인받는 일이 안타깝지만, 애초에 아쉬운 면이 또 있다. 이 곳 송도 센트럴파크와 ‘갯벌 오줌싸개’의 역사적, 서정적 배경이 시민들의 공감을 끌어내기엔 한참 부족한 듯하다.
10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이 작품도 그동안 지역 주민들과 충분히 교감하며 스토리텔링 할 수 있었을 텐데... 지역의 명소는 사실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부분도 없지 않다.
송도 ‘갯벌 오줌싸개’의 철거 논란으로 자연히 비교되는 사례가 있다.
벨기에의 유명한 ‘오줌 싸게 소년상’이다.
이 곳은 브뤼셀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빼놓을 수 없는 관광 명소인데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그랑 팔라스 광장 골목에 있는 자리 잡은 이 동상은 수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사랑받는 존재이다.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 앞에 겁도 없이 한 꼬마가 용감하게 그 앞에서 오줌을 누웠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1619년 제롬 뒤케느와라는 조각가가 이를 모티브 삼아 만들었다. 400년이 넘은 역사적인 기념물이기도 하다. 이 조그만 동상이 400살의 나이를 먹은 만큼 함께 해 온 세월 이야기들이 있다
이 소년상은 1,000여 벌 이상의 옷을 갖고 있는 ‘옷 부자’이기도 하다. 외국 정상들의 벨기에 방문 때 자국의 전통 옷을 지어 주는 관례가 있는데 소년 상의 세계 전통 의상들이 따로 전시되어 있을 정도이고 과거 우리 김대중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지어준 한복도 있다고 한다. 오줌싸개 소년 상의 옷만 전시, 보관하는 건물이 따로 있고 새 옷이 추가로 만들어질 때마다 기념 세리머니와 시민을 위한 특별 전시도 개최한다니 참 대단한 존재이다.
소년 상의 세계적인 명성에 힘입어 ‘오줌싸개 소녀상’, ‘오줌 싸는 강아지’도 차례로 등장했다. 소년상을 주제로 한 다양한 기념품과 액세서리 등은 관광객에게 불티나게 팔려나가는데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훌륭한 관광상품이 되었다.
400년의 역사적인 이 소년상을 이번 송도 갯벌 소년상에 비교하기에는 억지이지만, 예술품이냐 단순 조형물이냐로 보는 단순한 시각도 바꿀 필요가 있다.
여전히 우리에게 ‘배설’이라는 소재는 민망하기 짝이 없지만, 우리는 또 좋은 사례를 가지고 있다.
세계 최초, 유일의 화장실 문화공원!
수원시 이목동에는 화장실 박물관인 해우재(解憂齋)가 있다. 해우재는 박물관 모양 자체가 변기 모양으로 세상에서 가장 큰 변기다. 해우재는 1995년 민선 1기 前 수원시장((故) 심재덕)의 자택을 박물관으로 만든 뒤 수원시에 기증했다. 2011년에 개관한 해우재 앞 문화공원에는 옛 화장실과 관련된 여러 조형물이 마련돼 있다.
여기에도 어김없이 ‘민망한’ 조형물이 여럿 등장하는데 관람객은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공감한다. 이 곳에는 딸랑 조형물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스토리텔링과 소재가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 백제시대 변기를 비롯해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 공중화장실인 왕궁리 화장실, 조선시대 궁에서 사용하던 매화틀, 제주도의 통시 변소, 울릉도 움집형 화장실인 투막 화장실, 새끼줄 밑씻개 등이 전시되어 있다.
비판적인 지적을 받았지만 이왕지사 이번에 송도 ‘갯벌 오줌싸개’ 소년상은 세간의 관심을 받은 만큼 사랑받는 지역의 명물로 자리 잡아가길 바란다. 욕먹는 것도 다 세월에 약이라 치자!
예술품을 예술품으로 바라보는 관람자의 시선도 이번 기회에 개선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