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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안하는건 내 자유이기에

연애를 해도 괜찮고 연애를안 하고있어도 괜찮아요

by 윤슬

"연애는 왜 안 해? 안 하는 거야? 못하는 거야?"


20대에 수도 없이 들었던 질문, 처음에는 구구절절 대답을 하기도 하고 내 이상형에 대해 브리핑을 하기도 하고, 솔로의 연애 상담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누군가는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을거라는듯이 비웃기도 했고, 누군가는 그런 사람과 연애해야 한다며 맞장구를 쳐주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제일 기억나는 한 사람이 있다

진지한 눈빛으로, 제삼자인 나의 연애에 용기를 불어넣어 준 사람, 그분을 A라고 해야겠다.


같이 일을 했지만 잠깐 보고 스쳐 지나간 사이, A는 나보다 한참 어른이었다. 아마도 10살 이상 어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쩌다 이상형을 적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을 하다 말고 옆에 있던 언니와 함께 서로의 이상형을 적으며 하하호호하고 있었다. 1번부터 5번 정도까지 내가 원하는 이상형을 적기 시작했다


사실 어떤 내용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20대부터 나의 이상형은 조금 단단했기에 비슷하게 적지 않았나 싶다.


물론 첫인상이 중요하기 때문에 외모를 배제시킬 수는 없었겠지만, 외모보다 먼저 보이는 건 사람에 대한 태도였다. 예를 들자면, 영화관에서 직원을 대하는 태도라거나 식당에서 식당 이모님을 대하는 태도가 예의 바른 사람이 좋았다. 길을 걷다가 고양이에게도 인사를 하는 다정함, 쓰레기통이 없는 곳에서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사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가 아니라 그런 단정한 행동들이 자연스러운 사람, 난 그런 사람들에게 호감이 가는 편이었다. 아무리 외모가 마음에 들었더라도 예의 없는 행동을 보이는 사람에게는 호감이 생기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외모도 외모지만, 외모보다 더 중요했던 부분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여하튼, 그런 내용들을 적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사람을 어디서 만나'라며 나의 이상형의 기준이 너무 높다는 식의 이야기만 해왔던 터였는데, A는 나의 이상형 이야기를 듣더니 아무 표정 없이 딱 한마디를 남겼다.


A : 그런 사람 만날 수 있어요


20대의 나, 연애 경험이 거의 없었던 나에게 A의 한마디는 참 단단했다. A는 어린 내 눈에도 차분하고, 평온한 사람처럼 보였다. 내 기분이 좋아지라고 한 얘기도 아니었을 것이고, 잠깐 볼 사이라서 해준 말도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A의 말은 30대가 된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A는 내 연애에 용기를 줬고 - A 덕분에 나는 오랜 시간 연애 가치관을 지켜낼 수 있었다


스쳐 지나간 A와 나, A는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할 테지만 나는 여전히 A의 말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는 중이다.


여전히,

나는 내가 원하는 이상형을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을 다정하게 바라볼 줄 아는 눈,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는 귀,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줄 따뜻한 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를 안아줄 품을 가진 사람


세상 어딘가에는, 완벽하진 않지만 따스한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믿으며 살아간다.





연애를 많이 해봐야 한다

연애를 안 하는 건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는 둥

연애를 안 하고 솔로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들려오는 말들을 너무 귀담아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애는 내가 원하는 시기에, 용기와 책임감을 가지고 시작해도 충분하니까 - 지금 연애를 하고 있지 않더라도 괜찮다. 지금은 나와 더 친해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누구보다 나를 더 소중하게 아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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