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대하는 온도의 차이
나는 연애를 시작하기에 앞서 항상 겁이 많은 편이었고,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섰고 늘 설렘보다 걱정과 불안이 자리 잡고 있어
누군가와 연애를 시작하는 일이 나에게는 늘 어려운 일이 되었다
어쩌면 나는, 혼자 하는 사랑을 더 좋아했던 게 아닐까 싶다. 누군가와 진정으로 마음을 나누는 일이 무섭고 두려웠으므로, 혼자 좋아하고 혼자 포기하는 일이 더 익숙하고 더 편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더 어렵게만 느껴졌고, 나는 그렇게 혼자가 편한 사람이 되어갔고 혼자 있을 때의 느껴지는 잠깐의 외로움보다 혼자여서 더 편하고 행복했던 일들이 더 많았다
혼자 자주 여행을 떠났고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보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외로운 시간들이 점점 더 채워져 나갔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정도면 누군가를 만나도 외롭지 않고 단단한 연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의 삶이 혼자여도 괜찮을 때 나의 인연이 찾아온다는 말을 믿고 있었으므로, 이 정도쯤이면 나도 누군가와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마음이 조심스럽게 피어올랐다
사랑을 늘 그 사람이 궁금한 마음과 함께 시작되었다
누군가 궁금한 마음, 그 마음으로부터 사랑의 씨앗을 심기 시작했던 것 같다
누군가의 일상이 궁금해지고,
누군가와 걷는 길이 설레기 시작했다
누군가와 나누는 대화는 행복함으로 다가왔다
'이건 잘 맞을까, 내 못난 모습을 보고 도망가면 어떡하지, 오래가지 못할 바에는 시작하지 않는 게 나을까' 등등 나도 모르게 걱정했던 부분들은, 사실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랑이 더 가까워질수록 물거품이 되어버리곤 했다
그렇게 사랑은 불쑥 찾아오곤 했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순간에, 생각지도 못한 사람과 말이다
서로의 못난 모습까지도 이해해 줄 수 있는 관계, 서로가 서로의 일상에 미소와 행복을 더해주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늘 바라 왔다. 나 역시 혼자 있는 시간에 많이 익숙해져있는터라, 나의 사랑이 조금 더 단단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 같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 사람의 일상이 흐트러지지 않는 선에서 내가 배려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 이해하며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사람이 이해해 달라고 하지 않았던 부분에서의 이해는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혼자 이해하고 혼자 지쳐가는 모습이라니 -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그에게 하나씩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이건 이렇게, 저건 이렇게 조금 더 나를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던 날도 있었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날들은 사실 괜찮지 않았던 날들이기도 했다
나의 일상에도 조금씩 무리가 가기 시작했다
그가 편한 시간에 통화를 하기 위해 기다렸다가 통화를 하면서 잠을 설치는 날들이 많아졌고, 그와 함께할 날들을 고민하면서도 - 한편으로는 나 혼자 동동거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함께 하는 연애였음에도 불구하고, 나 혼자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는듯한 느낌. 당신과 나 사이에 좁혀지지 않는 마음과 이해들이 널브러지면서, 나는 조금씩 지쳐갔던 것 같다. 당신에게 서운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알아주길 바라는 나, 서운한 게 있으면 그때그때 이야기를 하거나 그 정도는 이해하고 넘길 수 있지 않냐고 말하는 너
나는 당신을 이해하기 위해 사랑을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이해한 만큼 당신도 나를 이해해줄지 알았다. 내가 서운한 걸 이야기했을 때, '노력하고 있지만 잘되고 있지 않아서 네가 속상하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었을 뿐인데 당신은 '이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거 아니야?'라는 말로 나에게 더 깊은 상처를 주곤 했다
꽁꽁 숨겨놨던 서운함을 터트리면 당신은 나를 이해심이 부족한 여자로 봤고,
나는 그런 당신에게 서운함을 넘어 깊은 칼날이 되어 상처로 돌아오곤 했다
처음부터 내가 당신을 너무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게 문제였을까
당신은 점점 내가 이야기하는 서운함을 이해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요즘 왜 그러냐는 너의 말에 나는 더 마음이 아려온다. 내가 했던 노력들이 다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처음부터 당신을 이해하려고 애써 노력했던 나는, 혼자 눈물을 흘렸던 날도 많았으니까
당신 앞에서 눈물을 보이게 되는 날이면 당신은 왜 우는 건지 나에게 묻곤 했다. 나는 늘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정말 모르겠다. 수많은 감정들이 얽혀서 나를 아프게 하는 이 순간들이 그냥 서러웠을 뿐이다.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들이, 그냥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을 뿐
용기를 냈다.
나는 당신에게 어떤 사람인지,
당신은 나에게 어떤 사람인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지금 이 시간이 당신에게는 어떤 순간일지 사실 모르겠다. 우리는 분명 함께 여행을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홀로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마주하게 된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내가 당신에게 서운함을 이야기했던 순간부터 일까. 나의 이해심이 한계를 드러내 당신을 더 이상 이해하지 못했던 날들로부터 시작된 걸까
사랑을 대하는 온도의 차이
어쩌면, 우리는 사랑을 대하는 온도의 차이가 컸던 게 아닐까. 서로가 서로의 온도에 비슷해지려고 애썼지만, 좁혀지지 않는 그 어떤 마음이 피어오를 때면 안절부절못했던 건 아닐까. 조금 더 사랑에 따스한 사람이 되어주기를 바랐던 마음이 조금씩 안쓰럽게 느껴진다
이제는 안다,
우리는 사랑을 대하는 온도가 다르다
사랑이라는 마음을 조금 더 쿨하게 대할 줄 알았던 나는, 생각보다 사랑이 조금 더 따스한 온도로 다가오기를 바랐던 사람이었고 당신은 사랑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늘 중간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사람이었던 것뿐이다
누가 옳고, 누가 틀리다 라는 말은 아니다
그저 당신과 나는, 사랑을 대하는 온도가 달랐던 사람일 뿐이다
어쩌면 사랑은, 사랑을 대하는 온도가 비슷할 때 조금 더 깊은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저 이해해주길 바라고, 누군가의 마음을 이야기했을 때 닫힌 귀로 듣는 태도가 아니라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누군가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가장 따듯하게 안아줄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사랑이 아닐까
여전히 어려운 사랑이라는 마음은,
결국 내 옆에서 나를 가장 먼저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을 사랑이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 -
'우리'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따스한 온기가 되어주는 사랑이기를.
그렇게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사랑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