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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고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랑에게

우리의 사랑은 아낌없이 주고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기를

by 윤슬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형태의 사랑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고 싶었던 날들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랑을 마주하며, 어떤 사랑을 꿈꾸며 살아왔던 걸까


우리는 어떤 사랑을 마주하며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는 걸까


20대의 나의 사랑은 설렘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하면서 궁금한 일들이 많아진다. 그렇게 누군가를 향한 호감이 애정 하는 감정으로 변하면서 내 마음속에는 봄이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애정 한다는 귀한 마음은 늦은 밤에도 웃음꽃이 피어날 정도로 신비로운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한편으로는 부족하고 상처 투성인 내 마음을 상대방이 알게 될까 봐 두려워하기도 했다.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나의 민낯을 드러내는 일은 늘 어렵게만 느껴졌고 어떤 순간에는 지레 겁을 먹고 도망치기도 했다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질수록

누군가에게 호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마음을 쓰는 일에 게을러지는 모습만이 남아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왜 예쁜 나이에 연애를 하지 않느냐고, 많은 남자들을 만나봐야 나와 맞는 사람을 알 수 있을 거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하기도 했지만 내 마음이 움직여야만 연애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조금 더 연애에 게을러져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연애에 적극적인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기도 했었다


게으른 척하며 연애를 최대한 뒤로 미루고 있었지만 사실 나는 연애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갖지 못했던 거니까. 안 한 게 아니라 어쩌면 못한 게 맞다고 생각했던 날들도 많았으니까.


'후회하고 싶지 않아'


그럼에도 연애에 게으르지 않았던 날들도 있었다. 신중한 성격 탓에 누군가에게 관심이 생겨도 항상 느리게 반응하는 편이었다. 욕심이었겠지만, 내가 마음이 가는 사람 역시 나처럼 조금 느린 사람이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느리더라도 언젠가는 마주하는,

꼭 달팽이를 닮은 사랑을 꿈꾸곤 했다


한 번은 호감이 있던 사람에게 한 달 만에 연락을 한적도 있었다. 웬만하면 '언젠가는 인연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스쳐 지나가는 내가 한 달 내내 한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용기를 내보고 싶었으니까


다행히 그 사람 역시 나를 기억해주었고, 우리는 달이 예쁜 도시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서로의 시기가 맞지 않아 연인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온기가 가득한 사람과 마주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


수많은 고민 끝에 용기를 냈던 나와 그 마음을 모른 척하지 않은 그에게 모두 고마웠으니까






그렇게 사랑은 내가 알지 못했던 순간에 갑자기 찾아오곤 한다


꽃이 피는 아름다운 봄에

구름이 유난히 예쁜 여름에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옷을 입는 가을에

붕어빵과 함께하는 하얀 겨울에

사랑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예쁜 순간들이 있는 다양한 계절을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이가 옆에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온전한 내편이 있다는 건 내가 살아갈 이유가 되기도 하니까


서른이 되면 우리의 사랑은 조금 달라질 거라고 많은 이들이 이야기했지만, 나는 여전히 사랑에 게으른 탓에 나의 사랑은 여전히 이십 대의 사랑과 차이가 없다고 느낀다


내가 사랑하는 계절을 함께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아낌없이 주고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나의 민낯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주는 사랑에 한없이 고마워하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아낌없이 사랑하고도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랑을 마주하는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우리였으면 좋겠다


상처 받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나의 민낯을 보여주는 일에 겁내기보다 조금 느린 달팽이처럼 그대에게 가겠지만 우리의 느린 시간을 서로 사랑하며 사랑할 수 있는 우리였으면 좋겠다.


달이 예쁜 날 당신을 만나러 가야겠다. 환한 달처럼 빛나는 내 마음을 당신이 꼭 안아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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