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인 사람이 글을 쓰는 이유

흘러 보내지 못한 감정들을 비워내고 채워낼 수 있도록

by 윤슬
내 감정을 안아줄 수 있는 방법


"왜 이렇게 감정적이야?"


요즘 내가 당신에게 자주 들었던 말인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가시에 콕 찔려버린 느낌이다. 맞다, 인정할 수밖에 없던 사실이다. 나는 감정에 유독 취약한 사람이고, 나에게 흘러들어온 감정을 밖으로 흘려보내지 않으면 나의 감정들은 쌓이고 쌓여 내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요즘 시기가 딱 그랬다


코로나로 회사에서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는 일은 피부를 따끔따끔하게 만들었고, 쉬는 날마저 피부의 따끔거림을 주고 싶지 않아 카페에 자주 가지 못했다. 어느 한 곳에 머무르면 혹시나 동선이 겹치지 않을까 걱정하며, 마스크를 쓰고 여유를 즐기는 일은 쉽지 않았고 카페를 가는 일이 줄어드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 또한 자연스럽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최소 한번 이상은 나 홀로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글 쓰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 나에게 가장 큰 힘듬은, 카페에서 갖는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 줄어든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였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더 감정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나 보다


내가 나를 알아차리기 전에, 내 주변 이들이 먼저 신호를 주기 시작했다. 엄마는 좋게 이야기해도 될 일을 왜 이렇게 짜증을 섞어서 이야기하냐며 서운해하셨고, 남자 친구 또한 나의 잦은 짜증이 습관적이 되어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나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흘려보내지 못해 내 주변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멈춰야만 했다


가장 먼저 글쓰기가 떠올랐다

나의 감정을 흘려보내지 못했던 이유는 글을 쓰지 못했던 시간들이었다.


나는 내 감정을 흘려보내는 방법으로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나의 마음이 단단해지기를 바랐던 사람인데, 요즘 두 가지가 주춤하다 보니 당연히 내 감정은 쌓이고 쌓였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내 감정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무서워졌고 꾸준히 글을 쓰는 일을 미루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글쓰기는 나를 마주하는 거울이니까


나에게 글쓰기란,
내 마음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이다


사실 나는 내 마음을 온전하게 마주하지 못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이왕이면 부정적인 감정은 봄이 가고 여름이 오듯, 자연스럽게 사라졌으면 좋겠는데 유난히 감정적인 사람 중 한 명인지라 내 마음은 쉽게 흘러가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잘 쓰지 못해도, 누군가 봐주지 않더라도 꾸준히 글을 써야만 하는 사람이다


흘러가지 못하니 감정들이 흐를 수 있도록 열심히 글을 써야 하고 또 다른 감정들로 채워가며 나를 안아 줘야만 하다. 글을 쓰면서 늘 나의 감정들과 마주하며, 내 감정과 마주하려면 꽤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간다


혼자 쓰는 글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이는 글을 쓸 때도 용기가 필요하고

내 감정을 온전히 마주하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겁도 많고, 조심스럽고, 불안함도, 걱정도 많은 나는 늘 글을 쓰고, 내 감정을 마주하며 용기를 내고 나를 다독인다


오늘의 감정을 글쓰기를 통해 마주한다


좋았던 감정도, 나빴던 감정도 모두 내 마음속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인정하기 위해 글을 쓴다. 수많은 감정 속에서 자주 흔들릴 테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내 감정을 마주하고 글쓰기를 통해 감정을 인정하고 다독이는 방법을 또 한 번 배워간다


나에게 글쓰기는 오랜 친구이자 앞으로도 함께할 평생 친구 같은 존재임이 분명하다






누군가 감정적인 마음을 해소할 수 없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면 자신의 마음을 꼭 글로 써봤으면 좋겠다


글쓰기 라는걸 부담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작은 노트를 꺼내 오늘의 내 감정 들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갔으면 좋겠다. 짜증 난다, 화가 난다, 마음이 아프다, 서운 하다, 답답하다 등등 자신의 감정을 적고 왜 이런 감정을 마주하게 되었는지 솔직하게 적어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누군가 볼까 봐 걱정이 될 수 있으니 혼자만 볼 수 있는 노트에 자신의 마음을 가감 없이 적어 내려가면 좋겠다. 무언가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오늘의 내 감정을 적는 일만으로도 감정이 조금은 흘러갈 것이라고 믿는다


반대로 행복한 감정들 또한 자주 적어두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하늘이 예뻐서 행복했다는 이야기부터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이야기까지 말이다. 너무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이야기까지 모두 적어봤으면 좋겠다, 아침 출근길에 마주한 환경미화원 여사님께서 행복한 하루 보내라며 인사를 해줘서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적어도 좋다


어떤 날은, 마트에서 문을 열고 나가는데 앞에 먼저 나가던 신사분께서 문을 잡아주셔서 감동받았다는 이야기까지 말이다. 일상 속에서 자주 있는 이야기들을 우리는 쉽게 놓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생각에는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다면,

글쓰기에는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


생각하는 일을 글로 적어내면 오랜 시간 우리 곁에 남아 있을 테니까 말이다


감정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적인 마음들로 동굴에 들어가는 일이 적어졌으면 좋겠다

동굴을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글쓰기라고 믿는다


우리는 자주 감정을 흘려보내고, 채우며 삶을 유연하게 살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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