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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현 Aug 12. 2021

아무 일도없는 날들 속에 숨어 있는 행복

아무 일도없이 지나가는 오늘이 행복한 이유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애들아 핸드폰 고장 난 사람 없는 거지?"

점심시간, 엄마에게서 문자 한 통이 왔다


엄마의 핸드폰에 보이스피싱 문자가 왔던 것이었다

엄마를 외치며 핸드폰이 고장 났다며 연락을 달라는 문자 메시지가 한통 왔다고 한다. 엄마는 우리에게 문자를 남기고, 가볍게 그 문자를 지웠다고 한다. 다행이었다, 오늘뿐만 아니라 이런 일들이 여러 번 있었기에 엄마는 유연하게 이 상황을 넘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몇 달 전 일이었다,

언니가 출근을 하고 뒤따라 나랑 동생이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엄마 핸드폰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온 적이 있다


" 엄마 나 ㅇㅇ야,

나 지금 자동차 사고가 났는데 내가 사람을 친 거 같아 너무 무서워

휴대폰이 지금 안돼서 이 번호로 전화하는 거야"


정확하게 언니 이름을 얘기했다.


엄마는 언니가 출근길에 차로 사람을 친 줄로만 알고 당황스러워하며 "아이고 어쩌냐 어째"라는 말과 언니의 이름을 찾고 있었고, 나는 준비하다 말고 걱정하는 엄마의 전화기를 뺏어서 "저기요"라고 한마디를 던졌다. 뚝, 전화가 끊기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전화상으로 들리는 언니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 당황한 나머지 전화가 끊기고도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셨다. 언니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는 보이스피싱이었고,  언니가 출근한 시간인 아침 시간을 이용했고 부모님이 혼자 계실 거고 짐작하여 전화를 건 아주 치밀한 보이스피싱이었다


언니를 2살 터울로 30년을 살아왔던 내가, 언니의 목소리와 말투를 모를 이 가 없었기에 상황을 종료시킬 수 있었지만 다시 생각해도 정확하게 언니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점이 소름 끼치는 상황이었다


엄마는 혼자 있었다면 정말 깜빡 속을 뻔했다며, 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딸만 셋인 우리 엄마에게,

딸들이 집을 나가 있는 시간 동안 이런 연락이 오면 엄마는 세명에게 연락을 해야 할 테고, 혹시나 연락이 안 되는 딸이 있으면 얼마나 초조하고 불안해하셔야 하는지 그 마음을 나는 온전히 알 수 없지만 얼마 전 상황으로 엄마가 혼자 있을 때 이런 연락이 왔다면 얼마나 놀라셨을지 조금이나마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엄마의 행복은,

우리 가족이 하루의 끝에서 함께 잠자리에 드는 일일 것이다.

온 가족이 무사히 귀가했다는 건 하루를 무사히 보냈다는 이야기일 것이고,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어 보일 테지만 아무 일 없이 잠드는 하루가 감사한 하루라는 것을 엄마는 알고 계신다


엄마의 행복은, 이렇듯 단순해 보이지만 가장 소중한 행복일 것이다


온 가족이 아무 일 없이 "다녀왔습니다"를 외치는 일, 엄마에게 오래오래 행복을 전해주고 싶다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마주하는 행복


행복이 무엇일까 깊이 생각하는 날들이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오늘 행복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날들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그저 나와 내 사람들의 오늘이라는 시간이 무탈하게 지나갔다면 행복한 하루라고 기억하려고 한다. 어른이 되면서 무탈하지 않은 하루들이 많아질수록 더 깊게 느껴지는 오늘의 감사함이다. 누군가 아프다는 이야기, 장례식에 가야 한다는 이야기, 아빠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이야기, 엄마가 수술을 받아서 걱정했던 날들 - 그저 오늘 하루 나에게 아무 일도 없었다면 그게 행복이 아닐까


오늘 나에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건강했다는 이야기고 특별한 이슈가 없었다는 것이니까 - 정말 다행스럽고 감사한 하루임이 분명하다


사건사고가 많아질수록, 조심하고 걱정해야 할 일들이 많아질수록 그저 아무 일 없는 오늘 하루의 끝에서, 모두가 함께 편하게 잠들 수 있는 오늘이라는 시간의 소중함을 배워가는 중이다


오늘 하루,

나에게 행복한 일이 없어서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로 기억하고 있는 당신이라면, 반대로 생각해보면 좋겠다.


오늘 하루가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기에 오늘의 내가 평온할 수 있었던 것이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행복을 선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이라는 시간의 평온함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하루의 끝에서 조금 더 빛나는 내일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아무 일도 없었지만 참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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