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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현 Jan 20. 2022

인생 처음으로 내 방이 생겼습니다

: 내가 책상을 사고 싶었던 이유, 오래오래 쓰는 사람이고 싶다

처음으로 내방이 생겼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했을지 모르는 내 방,

나에게는 내 방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다섯 가족이 모여 사는 집에서 나는 늘 동생과 방을 함께 썼고, 퇴근 후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비어 있는 방을 찾아 헤매어만 했고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었지만 가족들의 취침 시간에 맞추어 불을 꺼야 했기에 내가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었다


글을 써야만 잠들 수 있을 것만 같은 날이 있었다. 내 마음에 깊은 파도가 휘몰아쳤을 때 마음이 잘 흘러가기 위해 글을 써야 했지만, 나에게는 글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허락되지 않았다. 방과 방 사이를 연결하는 복도에 작은 테이블을 피고 앉아 글을 썼고, 어떤 날은 식탁에 앉아 글을 쓰기도 했다. 공간보다 중요했던 건 주변의 소음이었다, 다섯 가족의 각자의 소음에 글쓰기에 집중할 수 없어 포기하게 된 날들도 많아졌다


편히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독립을 해야 할까? 어디서 글을 써야 마음 편히 쓸 수 있을까? 여러 고민이 스쳐가던 중에 언니가 결혼을 준비하게 되었고, 드디어 30년 만에 혼자 방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던 날, 인생 처음으로 내 방이 생겼고, 제일 먼저 책상을 고르기 시작했다. 퇴근 후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상상을 했고, 쉬는 날이면 내가 좋아하는 라테를 만들어 여유롭게 글을 써보는 상상만으로도 참 행복했다


100일, 시작해 볼까?


방을 꾸미기 시작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가구는 책상이었다

많이 흔들리지는 않을지, 어떤 사이즈는 좋을지 고민하며 고른 내 첫 책상. 어렸을 적 공부를 해야만 했던 책상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 나갈 수 있는 책상을 고르면서 진짜 어른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뿌듯했다. 내가 번 돈으로 산 책상이라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 놓고 책상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세계를 방 안으로 들인 것만 같아 설레었다


그렇게 원하던 책상이 내 방에 있지만 퇴근 후 책상 앞에 앉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루 종일 회사 업무에 치여 바쁜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 책상에 앉는 일, 그저 행복할 줄 알았는데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은 날들이 더 많아졌다. "시작해보자" 마음을 먹은 건 다름 아닌 글쓰기 관련 책이었다, 책에서 특별한 것을 배웠다기보다는 그저 쓰는 습관을 들이는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매일 써보는 일, 잘 쓰고 못쓰고 중요하지 않다. 그저 쓰고 또 쓰는 일. 누구와도 약속하지 않은 100일, 나는 100일 글쓰기를 시작했다


여전히 글을 잘 쓰는 일보다는 나답게 쓰는 일에 더 관심이 많다

사소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풍경들, 스치듯 지나가는 감정들을 마주하는 일. 그저 사소 하다고 느껴 지나갈 수 있는 모든 순간들에 마음을 두는 일, 내 일상을 조금 더 깊게 바라보는 일. 사랑스러운 눈으로 나라는 사람을 마주하는 일.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풍경을 마주하고 비슷한 감정을 마주하기도 하지만 개개인마다 마주하는 감정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스치듯 마주하는 감정들은 기록하지 않으면 빠르게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만다, 스쳐가는 우리의 마음을 조금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처음 내 방이 생긴 날에 나는 더 꾸준히 쓰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자주 흔들릴지 모르는 소리 없는 약속이지만 나는 내 손을 꼭 잡아 본다. "나는 할 수 있어!"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그저 내가 무언가를 꾸준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느낌이다. 100일 후 오늘의 마음을 떠올리는 나였으면 좋겠다, 내 방이 처음 생긴 날, 나는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다짐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처음 내방이 생겼고,

나는 책상에서 매일 밤 나와 우리를 위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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