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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현 Jan 23. 2022

화장품 대신 블루베리를 사는 이유

: 내 몸과 마음에서 보내는 신호들에 집중하는 연습


매일 아침이면 화장을 하는 게 내게는 당연한 일상이었다. 피부 화장은 기본이고 아이섀도와 마스카라를 이용해 매일 화장을 했고 어쩌면 화장을 하는 일이 회사 생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비교적 많은 인원이 있는 회사 거나 영업 사원으로 근무할 때는 더욱더 화장은 필수가 되었고 그때의 습관들이 옅은 화장의 내 모습을 어색하게 만들었던 건 아닐까


"어머 생얼이 더 예쁘네!"

나를 안 지 5년이 되었던 그때. 내 동네 친구이자 절친한 언니는 나의 가장 진한 화장 시절부터 나와 인연이 되었고, 서로의 생얼을 볼 일은 더더욱 없었다. 20대까지만 해도 내 민낯을 타인에게 절대 보여 줄 수 없다는 확고한 마음이 있었기에 화장에 더욱더 철저했던 것 같다. 우연히 언니네 집에서 하룻밤 자게 되었던 날, 가벼운 얼굴로 나와 민망했던 나에게 언니는 꽤 놀랐던 모양이다


꽤 짙은 화장이 아마도 내 또래보다 더 성숙하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내 기준에서는 조금 더 아름다워 보이기 위한 노력이었을지 몰라도 나다움 보다는 인위적인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날. 조금 더 옅은 화장을 해도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날이었다. 그날이 지난 3년 후 까지도 나는 여전히 눈 화장을 빠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눈이 조금 더 커 보이기 위한 마스카라는 매일 내 눈을 무겁게 만들었다


가볍게 화장을 시작하지만 어느새 내 눈은 무거운 화장을 하고 있었고, 매일 밤 지우는 일 또한 꽤 복잡한 작업이 되어 있었다. 가끔은 눈 화장을 내일로 미루기도 했지만, 스스로에게 용납이 되지 않아 자주 메이크업을 하고 출근을 했다. 화장을 하고 있는 내 모습에 익숙해져 버린 걸까 생각했지만, 꽤 유쾌하지 않은 화장이었다


내가 화장품 대신 블루베리를 사게 된 건 회사를 가던 어떤 날이었다. 매일 출근길에 운전을 하면서 시야가 점점 흐려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를 오래 보고, 휴대폰을 오래 보기에 눈이 나빠질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눈이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눈은 점점 더 나빠져 갔고, 나는 더 이상 시력이 나빠지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아야 했다


일단 눈의 반짝임을 담당했던 아이섀도가 눈에 들어가 시력을 저하한다는 말에 아이섀도의  반짝임을 포기했다.  눈 화장은 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워내는 일 또한 만만치 않았기에 씻는 일도 한결 가벼워졌고 퇴근 후 씻어내야 하는  내 마음도 가벼워졌다. 두 번째로는 눈이 더 또렷해지는 마스카라를 멀리 하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마스카라를 고르는 일을 하지 않게 되니 스트레스를 덜 받기 시작했고, 마스카라 대신 속눈썹 영양제를 바르기 시작하니 속눈썹 건강도 좋아지는 게 느껴져 마음도 맑아졌다


출근을 할 때의 화장은 기본에 충실함으로 바뀌었다

매일 출근길에 화장 대신 블루베리 한주먹을 챙긴다


몸과 마음은 가벼워졌고, 내 눈은 미소 짓기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로 20대를 함께 했던 화장품과에서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화장을 하는 행위가 잘못되었다가 아니라 나는 그저 화장이 필요하지 않은 날까지 화장을 하며 스스로에게 피로감을 더하고 있었다. 내 소중한 얼굴에는 매일 같이 무거운 가면을 쓰게 했고,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와 씻을 때마 저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해야만 했던 날들을 조금 내려놓으니 조금 더 씩씩해진다


오늘도 블루베리 한주먹을 챙기며 내 마음을 돌아본다

그저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 시간 속에서 내 몸과 마음이 그대로 있어주기를 바라는 욕심이 내 몸과 마음을 약해지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 곳에 경고등이 들어 오지는 않았는지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워 간다. 스스로 내 몸과 마음을 돌아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지. 무엇보다 내 건강을 지켜 나가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들에 반응하는 것 또한 나를 지켜내는 일 중 하나니까


나는 오늘도 화장품 대신 기쁜 마음으로 블루베리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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