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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현 Jan 26. 2022

우리의 존재는 누군가에게 큰 행복이었기에

: 여전히 우리는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하는 존재이기에

나는 어떤 존재였을까


지나가는 아이들의 표정을 마주한다. 호기심이 가득하기도 하고, 낯을 가리기도 하고,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한다. 갸우뚱하는 아이들의 표정에 인사를 건넬 수는 없지만 혹여나 아이들이 울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게 미소를 지어 본다


아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아이와 함께 있는 엄마의 존재를 더 유심히 보게 된다. 아이의 존재를 사랑해주는 엄마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귀찮은 듯 무심한 표정의 엄마를 마주하기도 한다. 정답은 없겠지만 그저 아이를 보며 미소 짓는 엄마를 보고 있노라면 나 역시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우리 엄마는 나를 보며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상상해 본다


딸만 셋인 우리 집, 나는 둘째 딸이다. 아마도 엄마는 우리를 보며 그렇게 미소를 짓기보다는 그저 셋을 챙기느라 분주한 모습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럼에도 나는 엄마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존재였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내 아이를 만나는 날이 나에게도 올까?

아직 미혼인 내가 내 아이를 마주 하는 순간이 오려나 혹여 그런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면 나는 어떤 표정으로 내 아이를 마주 하게 될까 궁금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아이들이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이라는 생각에 여전히 내 아이에 대한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지나가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에 자주 미소를 짓는 나를 발견할 때면 혼란스럽다


그럼에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하는 존재



가끔 그런 이야기를 듣곤 한다

할아버지와 아빠는 첫째도 딸, 둘째도 딸이라 내가 태어나고 많이 서운해했다는 진담 반 농담 반인 이야기를 고모에게 듣곤 한다.  아들이 제일 중요했던 이 집 안에서 나는 비록 딸로 태어났기에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괜찮은 날들이 더 많았다. 나를 오랜 시간 품고 있던 엄마에게는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둘째 딸로 태어났으니까


우리는 태어난 그 순간, 누군가의 행복이었다


내 삶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 내가 태어난 순간과 나의 어린 시절을 먼저 떠올려봤으면 좋겠다. 우리가 태어난 순간 받았을 수많은 축복과 그저 특별한 이벤트가 없더라도 떡볶이 하나로 매일매일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 아들은 없는 집이지만 여전히 딸들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엄마의 말들. 가끔 우리의 존재에 대해 의심하게 될 수도 있지만 의심보다는 우리의 존재의 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는 태어난 그 순간부터 누군가의 행복이었다는 사실은 언제나 변함없이 우리 곁을 지켜 줄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하는 소중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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