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의 1박 2일로 가까운 바다를 보러 다녀오기로 했다. 기름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휘발유인 친구의 차보다 경유인 내차가 더 기름값이 적게 들지 않을까 해서 내차로 가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친구 J는 자신의 차로 가자고 이야기한다. 아마도 출퇴근이 왕복 50km인 나를 배려해서 자신의 차로 가자고 얘기해줬다는 걸 잘 알기에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출발했던 여행이었다
조수석에 탄 여행이라니, 오랜만이구나
마음에도 몽글몽글한 솜사탕 같은 구름이 피어오른다
출발 직전에는 깊은 소나기가 오다가 파란 하늘을 보여주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계속되더니 J와 함께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은 예쁜 마음의 구름이 하늘에 떠서 둥실거리기 시작했다. "우와, 정말 파랗고 예쁜 하늘이다 J야, 그렇지?" 조수석에 탄 여행이 오랜만이라며 설렌 마음을 감출 수 없어 들떠 있는 모습으로 파란 하늘을 보다가 커피 한잔을 마시며 소풍을 가는 아이처럼 들떠서 J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운전석에 앉아 여행을 떠날 때면 설레고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행을 떠나는 길의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아쉬움이 있었나 보다
혹여나 길을 놓치지는 않을까 네비를 보느라 정신을 집중해야 했고, 오랜 시간 앞을 보다 보면 점점 눈이 피로해 지곤 했다. 커피를 마시는 일도 여유를 느끼기보다는 혹여나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잠시 한입 하고 다시 내려놓기 일쑤였고, 사진을 찍고 싶은 풍경을 마주할 때면 아쉬움만 가득해서 눈으로 담고 말아야만 했다. 내가 운전을 해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도 참 감사해야 하는 일이지만, 가끔은 조수석에 앉아 떠나는 여행이 또 다른 설렘과 행복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오랜만에 마주하는 여행이었다
"J야 고마워! 덕분에 조수석 앉아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어"
진심으로 고마웠다. 매일 같이 전쟁 같은 출근길을 운전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으므로 즐겨야 한다고 마법을 걸고 운전을 하는 나에게, 조수석에 앉을 수 있는 소중함을 다시 알 수 있도록 배려해준 J가 참 고마웠다
J는 나의 첫 운전 선생님이다
친구 중에 가장 먼저 운전을 시작한 J와 함께 제주에 있을 때, J가 렌트한 차로 나는 처음 운전을 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는 그저 겁이 없었다. 그저 내가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반대로 J는 조수석에서 얼마나 무섭고 걱정스러웠을까 싶지만 J는 나에게 싫은 소리를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J의 배려가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모른다
그 이후로도 운전은 자주 하지 않았고,
꼭 필요한 순간에만 운전을 했다
그래서 사실 나도 운전의 피로를 잘 알지 못했다. J와 함께 떠나는 여행에서 J는 항상 우리 집 앞으로 와줬던 기억이 있다 "내가 갈게!"라고 이야기했었어야 했는데, 운전의 피로를 깊게 알지 못했던 나는 그저 J가 와주는 순간이 고마울 뿐이었다. 돌이켜보면 J가 운전을 해서 우리 동네로 자주 와주었고, J에게 운전을 배웠다. 그래서 그저 지금 운전을 할 수 있는 내가 J를 조수석에 앉게 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더 행복하다
철없던 시절,
그저 나를 조수석에 태우고 다녀준 고마운 친구
운전을 해보니 더 깊게 알 것 같다
운전석에 앉아 조수석에 앉은 누군가를 태우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혼자 운전을 할 때는 나만 생각하면 되지만 조수석에 누군가를 태우고 운전을 한다는 것은 책임감을 두배로 가져야 한다는 일이라는 사실을 오늘의 나는 알게 되었다. 그저 운전석에서 운전을 하는 일이 편리한 방법인 것은 맞지만 쉽지 않다는 것도 말이다. 운전자가 되어 조수석에 앉을 수 있는 일이 적어졌지만, 누군가 나를 조수석에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일에 더 고마운 마음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