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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슬 Nov 06. 2021

스치는 가을, 사랑스러운 단풍

2111 : 짧지만 강렬한 계절 가을을 사랑하는 이유

"단풍 보러 가자!"


나는 꼭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할래?"라는 말보다 "하자!"라며 조금 더 강력한 말을 쓰곤 한다. 평일 휴무에 단풍을 보지 않으면 이번 가을에는 단풍을 마주 할 수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무조건 단풍 보러 가야지'라고 정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생각했다. 작년에 갔던 그곳으로 가려고 하니 예약이 가득 차고 있다. 내가 원하는 시간대의 예약은 마감되었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단풍을 구경해야 할까 싶어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좋아!, 호암미술관으로 가자"


일 년 넘게 휴식을 가졌던 호암 미술관, 놀이동산에서 근무할 당시에도 나는 가을이라는 계절을 참 좋아했다. 출퇴근길은 집에서 자차로는 30분, 대중교통으로는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지만 출근길의 풍경이 아름다워서 늘 신나는 발걸음으로 출근을 하곤 했다


나이가 들면 자연의 소중함을 안다고 하는데 나의 첫 여행이었던 22살의 하이엔드 카메라에는 들꽃 사진과 자연 풍경들이 가득하다. 그저 나는 나이가 드니 자연의 소중함을 안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저 자연의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사계절을 느끼는 방법을 조금 더 빨리 알게 되었고 - 나는 여전히 자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으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산속에 위치하고 있어 날씨가 추운 탓에 조금 더 늦게까지 가을을 볼 수 있는 이곳 -


봄도 예쁘지만 가을에 와보는 건 처음이었기에 더 설레는 발걸음이었다. 사진으로는 담기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 알록달록한 색으로 옷을 입은 산은 곧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평화롭고 각자의 색으로 옷을 입은 풍경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오길 잘했다! 그렇지?" 스치듯 지나가는 가을을 마주할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이렇게 붉은 단풍도 있구나!"


붉게 물든 단풍을 처음 보는 사람이었던 나, 사진 속에서나 보던 붉은 단풍의 색감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정말 자연의 신비로움 앞에서는 감탄사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일,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서는 항상 비슷한 감정이 피어오르곤 했다


사계절을 마주 할 수 있는 눈

건강히 걸어 다닐 수 있는 다리

운전을 할 수 있는 능력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감사한 날들.


내가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모든 것들에 감사해지는 시간

늘 자연 앞에서 나는 작은 사람일 뿐이다, 그저 자연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시간들이 감사한 날들




" 단풍 모양이 너무 아름다워"

동생에게 호들갑을 떨며 이야기했다.


초등학교 시절 떨어진 단풍들을 모아 숙제를 하곤 했었다며, 도대체 언제 적 이야기 인지 모르겠지만 동생은 "그랬군"이라며 고개를 끄덕이곤 사진을 찍으러 가버린다. 예쁜 단풍 모양의 반해 나는 사진을 찍고, 떨어진 단풍을 주워 한참을 손에 들고 다녔다


꽃도 좋지만 아름다운 단풍의 색감과 모양에 다시 한번 반했던 이번 가을이 더 소중해졌던 시간이었다



액자가 되는 풍경들을 좋아한다,

생각지 못했던 곳이 액자가 되고 자연은 그림이 되곤 한다


여러 색의 조화가 아름다웠던 풍경

초록, 빨강, 노랑의 색감이 참 잘 어울렸던 곳



곳곳에 마지막 가을을 담으러 온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스치듯 짧은 가을이지만, 짙게 아름다운 가을은 우리에게 행복을 전하는 소중한 계절이니까


가을의 형형색색 아름다움이 가을을 깊게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던 곳

가을의 아름다움을 길게 느낄 수 없어서 아쉬운 마음이지만, 스쳐 지나가는 만큼 우리에게 깊은 행복을 주는 계절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던 날이었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사라지지 않기를, 우리의 깊은 가을이 오래오래 우리 곁에서 함께 머물기를



가을 하늘도 가을 단풍도 모든 게 완벽했던 하루였다


이번에는 호암미술관을 가보자며 이야기했던 내가 대견했고, 함께 해준 동생 덕분에 행복함이 배가 되었다. 내년 가을에는 어느 곳에서 가을을 마주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 가을 덕분에 나는 조금 외롭게 느껴지는 겨울을 또 한 번 살아 낼 수 있겠지


매일 더 붉게 물들었던 가을에 방긋했고

빠른 속도로 흩날리는 가을 단풍을 보며 허무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야 하는구나 라는걸 한번 더 알게 되었던 이번 가을


자연을 마주하는 일은 늘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마무리했던 날

내년 가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자, 스쳐 지나가지만 아름다웠던 가을과 겨울 사이의 계절


- 2021.11.2, 호암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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