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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현 Nov 20. 2021

친구에게 책을 선물한 이유

: 부정적인 마음을 잘 흘려보낼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 다음에 커피 한잔 해도 될까?"

혹시 오늘 시간이 되냐는 나의 물음에 동네 친구인 J는 오늘은 집에서 쉬면서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며 다음에 커피를 마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나 힘든 날이 있으니까. '피곤한 날도 있을 테고 오늘은 혼자 만의 시간이 필요할 거야' J의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집으로 돌아왔지만 마음이 좋지 않았다


혼자 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J가 걱정스러웠다


J의 혼자 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날의 의미가 꽤나 큰 힘든 감정이 올라온 게 아닐까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이번 여행에서 내가 읽으려고 주문한 책을 J에게도 선물하려고 선물하기 버튼을 누르고 연락을 했다. 최선을 다해 힘을 내고 있을 J에게 힘내 라는 말이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그저 J를 응원한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우리는 찬란하게 빛날 테니까

J에게 선물한 책에는 찬란하고 귀하다는 뜻이 닮 겨 있었다. 그저 제목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졌다. 우리는 찬란하게 빛나는 사람들이고, 우리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가도 귀한 인생이니까. 우리의 삶이 잘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깊은 J가 깊은 동굴로 들어갔다는 것은, 아마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넘쳐 스스로를 돌아보고 배려하는 일을 조금 놓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나 역시 그런 시간들이었다. 타인을 배려하는 시간들이 넘쳤고, 스스로를 배려하고 안아주지 못했던 시간들이 깊어졌다. 타인의 걱정과 고민을 해결해주느라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들이 점점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고, 나는 점점 더 지쳐만 갔다. 타인을 배려하느라 스스로를 안아 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나를 더 힘들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우리의 마음과 깊게 마주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다시 훌훌 털어버리고 웃게 될 테니까. J에게 우리의 힘든 시간들을 차근차근 잘 흘려보내고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수면 위로 드러난 부정적인 마음들을 외면하거나 꽁꽁 숨겨버리기보다 깊게 마주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숨기려 할수록 더 깊어지는 부정적인 마음과 생각들을 마주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테지만 깊은 곳에 고여 오랜 시간 나를 아프게 하지 않기 위해 조금 느리더라도 천천히 마주하고 잘 흘려보내면 좋겠다고 말이다


J를 응원하면서 마음이 한결 단단해졌다


나 역시 J와 비슷한 고민들로 하루하루를 채워 가고 있었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걸 잘 알지만 에너지가 방전되어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니 악순환이 되었다. J의 악순환의 고리가 내가 선물한 책으로 끊어졌기를 바랄 뿐이다. 스스로 에너지를 다시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에 조금이나마 나로 하여금 J가 다시 한번 삶의 용기를 낼 수 있는 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J에게 책을 선물했지만 오히려 내가 책을 선물 받은 기분이었던 밤


우리의 삶이 각자의 고유한 색으로 찬란하게 빛날 수 있기를 응원하는 밤, 각자의 삶은 스스로 지켜내야 하는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이 가끔은 버겁게 느껴지기도 하고 현실적인 상황들에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 내려버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각자의 고유한 색으로 빛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책을 선물했던 오늘
마음이 든든해지는 밤



소중한 사람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힘내, 다 잘될 거야'라는 말도 좋지만 말 대신 직접 고른 고른 책 한 권을 선물해 보면 어떨까. 아마도 힘들어하고 있을 소중한 사람은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응원해주고 있다는 생각에 더 큰 힘을 얻고 용기를 내서 깊은 동굴 속에서 차근차근 빠져나오지 않을까


J에게 책을 선물했던 이유는,

그저 나는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밤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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