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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현 Dec 15. 2021

노랑꽃 세 송이

01 : 한 달에 한번 나에게 꽃을 선물하기

오늘의 꽃, 6000원


회사 근처에 있는 꽃집 앞을 지나갈 때마다 꽃집 밖으로 나와 있는 오늘의 꽃을 구경하곤 했다. '살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늘 '둘 곳도 없는데 다음에 사야지' 하고 생각하곤 꽃을 산적은 없었다. 그러다 문득, 커피 한잔을 먹을 때는 6000원이라는 돈에 크게 머뭇거리지 않으면서 왜 꽃을 살 때는 머뭇거리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누구보다 꽃을 좋아하는 나인데 내가 좋아하는 일에 돈을 투자하는 일을 늘 미루며 살아왔던 건 아닐까


타인에게 꽃을 선물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작은 꽃다발이라도 좋으니 꽃을 받는 사람의 환한 미소를 보는 일이 좋아 종종 선물하곤 했다. 그런데 나에게 꽃을 선물하는 일은 얼마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그렇게 많은 숫자가 떠오르지 않는다. 최근 1년 사이에 제주에 사는 언니가 꽃집을 하면서 제주에 다녀온 기념으로 꽃을 사 오곤 했지만, 육지에서는 쉽게 꽃집에 들러 나의 꽃을 고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도 언니에게 작은 꽃다발을 부탁했는데 언니는 비행기를 타는 내가 꽃다발이 짐이 되지는 않을까 육지에 가서 사라며 손사래를 쳤다. '언니, 저 육지 가면 꽃집에 잘 안 가게 되더라고요. 제주에 왔으니 꽃다발을 사서 집에 놓고 싶어요!'라고 언니에게 말하곤 순간적으로 나도 아차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걸 나에게 선물하지 못했구나


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나 역시 꽃을 마주할 때면 환한 미소를 짓는 사람인데 늘 주려고만 하고 스스로에게 선물하지 못했던 날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마음이 허탈해졌다. 타인의 소소한 행복에 있어서는 진심이었던 내가 나의 행복에는 조금 머뭇거렸던 게 아닐까


요즘 들어 관계에 있어서도 스스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이 많아진다. 나는 어떤 순간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일까? 순간순간의 마음들이 피어오르기도 하고 떠나가기도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아 가는 날들 속에서 무엇보다 나를 가장 생각하는 사람은 나라는 사실을 배워간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기대하기보다 내가 나를 더 챙길 수 있도록, 내가 나를 더 아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날



"이 꽃 하나 주세요"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의 꽃이다. 한송이도 두 송이도 아닌 세 송이가 올망졸망하게 모여 있는 오늘의 꽃을 보고 5초 머뭇거리곤 '누구보다 나를 소중하게!'라는 말을 가장 떠올렸다. 매일 아침과 매일 밤 책상에 앉아 노란색 꽃을 볼 생각에 꽃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하나 배우게 된 것 만 같아 뿌듯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나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작은 꽃이라도 선물하자고 말이다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나의 행복들


일상 속에서 흩어져 있는 나의 행복한 순간들이 조각들을 차곡차곡 모아 보기로 했다. 어떤 모양일까, 어떤 색일까. 비슷한 듯 다른 듯 나의 개인적인 행복의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면 어떤 그림이 될까. 스쳐 지나가듯 말하는 나의 행복들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기록해야겠다. 마음이 파도에 흔들릴 때마다 나의 행복들을 마주하고 다시 그 행복들을 찾아 떠날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들의 기록은 개인적인 취향의 행복이지만 누군가에게 또 다른 행복으로 전해졌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개인의 취향이지만 우리의 사소하고 확실한 취향일지도 모르니까


오늘 아침에는 어제 사온 꽃을 보고 일어나니 행복한 마음이 피어오른다. "아 사길 잘했다!" 역시 "할까? 말까?" 할 때는 후회해도 좋으니 GO라고 외치는 습관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늘 고민하던 순간들이 지나고 보면, 하지 않아서 후회한 적은 많아도 해서 후회한 적은 많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노랑꽃과 GO를 외치며 시작해본다, 그 누구도 아닌 온전히 나를 위한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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