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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사이에 서운함이라는 감정이 찾아올 때

: 우리의 사랑은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by 윤슬
이해를 바라는 남자
표현을 바라는 여자


사랑을 시작할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선명하게 나타나는 순간이 있다. 이해하고 노력하려고 해도 자꾸만 서운한 마음이 고개를 들고 서운한 마음을 느끼는 내가 속이 좁은 건 아닌지 서운한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온갖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가야지'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쉽게 서운함을 잊지 못하곤 한다


사랑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뒤엉켜 버린다는 것을 나는 잘 알지 못한 채로 30대가 되었다

혼자 있는 삶에서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은 생각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고, 더 많은 노력들이 필요했다. 어떤 날은 나 혼자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만 같아 마음이 자주 흔들렸고, 어떤 날은 함께 하는 순간에 마주하는 행복들에 마음이 반짝였다


서운한 마음이 피어오르는 순간,

서운함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이런 부분이 서운했고, 네가 앞으로는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어!'라고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 나는 용기가 없는 사람이었고, 사람의 감정은 그렇게 담담하지 못하 다는 걸 느끼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담담하게 말하려고 노력하지만 감정이 차오른 상태로 서운함을 표현했고, 상대방 역시 나의 서운한 감정에 당황했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우리의 서운함은 늘 비슷한 부분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다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랐고, 여자는 자신이 이해할 수 있도록 남자가 표현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소한 일들이었지만 사소한 일들이 쌓이면 큰 산이 되어 버렸다. 그저 한 사람이 이해하고 서운함을 말하지 않고 넘어가려고 애쓴다고 해도 서운함은 잠시 잊힐 뿐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서운함을 그저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애쓰기보다 서운함이라는 세모난 감정을 동그랗게 만들어 남자에게 건네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서운함을 잘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우리가 되기를



가끔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는 커플들을 만나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지는 못한다. 분명 한쪽에서는 서운한 감정을 억누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연인 사이에서 싸우지 않는다는 것이 어쩌면 완벽한 관계라고 말할 수는 없을 테니까. 가끔 차오르는 서운한 마음을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혼자 서운함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상처받기보다 나의 서운한 마음을 상대방과 함께 대화로 풀어 나갈 수 있는 건강한 관계였으면 좋겠다. 감정이 먼저 튀어나와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나의 감정을 먼저 마주하고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차분히 건넬 수 있는 우리였으면 좋겠다


어쩌면 서운한 감정이 드는 건 상대방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고,

우리는 서운한 감정을 평생 외면하면서 살 수 없으니까 말이다


서운함이라는 감정이 찾아오는 날이면 서운함이라는 감정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어떤 이유로 서운한 것인지, 앞으로 상대방이 어떻게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 말이다. 서운함이라는 감정을 외면하고 잊으려고 노력하면서 상처받기보다 서운함이라는 감정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 보고 더 깊어지는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


오늘 서운함이라는 감정이 찾아왔다면 반갑게 맞이해주자.

너와 나의 관계에서 조금 더 깊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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