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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현 Jan 18. 2022

어쩌면 게으른 완벽주의자

: 그럼에도 우리는 삶에 진심인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게으른 완벽주의자


시작을 하기도 전에 완벽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서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

시작을 하더라도 완벽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생각도 많고 고민도 깊게 하는 편이라 무언가를 시작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


요 며칠 건조한 방에 가습기를 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온갖 정보들을 파헤쳐 보기 시작했다. 영상을 보기도 하고, 사람들의 진짜 후기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어쩌면 나는 최소한의 완벽을 바란다고 생각했는데, 주위에서는 내가 100% 완벽한 가습기를 찾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때 문득 내가 게으른 완벽주의자 인가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고, 지난 일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나는 "일단 시작해보자!"라는 당당함으로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어느 쪽을 택해야 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고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발길이 떨어지는 게 쉽지 않은 타입이었다.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기도 했고, 이왕이면 한번 시작할 때 완벽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준비 기간 동안 마음이 지쳐가기도 했다


시도해보고 넘어지면 훌훌 털고 일어나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내 기준에서 완벽하게 준비해놓고 시작하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었다. 그러다 보니 시작은 점점 더 미뤄졌고, 한번 시작한 일에 후회가 없기를 바라는 욕심이 생겼던 날들이었다


한번 시작하는 일에는 최선을 다하지만, 

최선을 다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 꽤 긴 사람임은 분명했다


나의 지나간 20대를 뒤돌아 보면 고민하기보다 일단 실행했으면 어떨까 싶은 날들도 분명 존재한다. 완벽하기를 바라는 마음 대신 소소한 나의 용기가 모여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20대의 나는 잘 알지 못했다. 매 순간 고민이 많았고 완벽함을 바라다보니 생각만 일상에 치여 시도해 보지 못한 일들이 많았다. 시작해서 실패했던 일들보다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이 떠오를 때면 때로는 후회스럽기도 하지만 괜찮다, 내가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이제부터는 조금씩 용기를 내서 앞으로 걸어가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시작할 때 행동보다 생각이 먼저인 사람이다.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성향 중 하나 일 것이다, 생각이 늘 우선이고 행동은 더딘 편이다.


그렇다면 나의 성향을 알았으니 나는 생각이 깊어질 때를 주의해야 한다. 일단 너무 오랜 시간 고민하지 않는 것, 고민만 하다 지쳐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계해야 한다. 고민하는 시간을 정해두면 좋을 것 같다. 중요한 일일 수록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겠지만 무조건 적으로 고민만 하지 않도록 3일 동안만 고민하고 4일째에 결정을 하겠다 라는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결정을 해야 하는 마감 시간을 정해두면 좋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도 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완벽주의 성향이라는 것은 어쩌면 한번 시작할 때 실수하는 것을 용서하지 못하는 성격일 것이고, 스스로에 대해 실망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조금 더 시작이 느릴 수도 있으니까. "실수해도 괜찮아"라는 마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누구나 한 번에 완벽하게 성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 번의 실수를 통해 또 다른 사실을 배우게 될 것이고 두 번째에 시작하는 일들은 조금 더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번 넘어져도 괜찮다, 두 번 넘어져도 괜찮다! 씩씩하게 일어나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우리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성공이 아니라 스스로와의 약속에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우리이기를 바란다.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성공을 쫓다 보니 우리는 더 고민하고, 걱정하고, 상처받고 있는 게 아닐까.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너무 높은 성공이 아니라 소소한 성공들을 위해 행동하는 우리였으면 좋겠다. 게으른 완벽주의자인 우리가 지쳐서 깊은 동굴로 들어가지 않도록, 항상 살펴봐주어야 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나는 게으른 완벽 자라서 그래"라는 말보다 "나는 게으른 완벽 자지만 이렇게 움직이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민과 걱정은 늘 우리 곁에 머물러 있겠지만, 깊은 고민보다 소소한 행동을 통해 작은 용기를 내고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우리였으면 좋겠다. 때로는 게으르고, 때로는 완벽함을 추구해서 상처받는 우리이지만 누구보다 나와 내 삶을 사랑하는 우리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오늘도 나는 게으르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차근차근해나가며 하루를 채워 간다.


우리는 조금 게으를지는 몰라도 삶에 진심인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조금씩, 천천히 오늘도 게으른 우리답게 삶을 채워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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