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에도 깊어지는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용기가 되어 주니까
9년 전 오늘 있었던 일을 확인해보세요
같은 시간 속에서 다른 마음으로 만났던 우리
때로는 우리의 인연이 멀어질 수 있기에
20대 초반의 나는, 사람 대 사람과의 인간관계가 꽤 중요한 사람이었다
혹여나 관계가 틀어지기라도 하면 안 되는 줄 알고 그저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스치면 인연이라는 말을 좋아했고, 스치듯 만난 우리가 인연이 되어 깊어지는 관계에 의미를 두었기에 상처를 받기도 했고 여전히 좋은 인연을 이어 가고 있기도 하다
K와의 일로 사람을 만나는 일이 두렵다고 생각이 들어서 제주 살이를 포기하려고 했지만, 용기를 내어 떠나게 되었고 제주에서 마주하는 사람들 덕분에 다시 사람을 믿을 용기가 생겼다. 한 달 뒤쯤 K에게 문자 한 통이 왔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미안하다는 마음과 너는 사랑스러운 아이니 어딜 가도 사랑받을 것이라는 내용, 답을 할까 말까 고민했다. 제주여서 답을 할 용기가 생겼다 "언니도 잘 지내기를 바랄게요" 우리의 인연은 멀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마주했던 시간들은 내 추억 상장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수많은 관계가 혹여라도 틀어질까 봐 두려워했던 시기였다
나와 인연이 되는 사람들에게 잘해 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내가 노력한다면 상대방도 내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니었다, 내가 노력하면 할수록 그 노력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언젠가부터 관계는 한쪽의 노력이 아니라 양쪽의 노력으로 이어진다는 꽤 단순한 사실을 마음속에 담고 살아간다. 친구 사이에서의 관계도, 연인 사이의 관계에서도, 회사 생활에서의 관계에서도 -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그저 한쪽의 노력이 아니라 양쪽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수많은 관계를 내려놓으면서 진짜 내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못난 모습을 하고 있을 때도, 자주 만나지 못하고 자주 연락하지 못하더라도 서운해하는 관계가 아니라 걱정해 주는 관계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더 이상 많은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만 노력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의 관계도 잘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변을 살필 뿐이다
가끔 인간관계에 힘들어하는 동생들의 질문에 같은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럼 더 잘해주면 돼! 진심을 담아 잘해줘 봐! 진짜 내 사람이라면 고마움을 느낄 것이고 아니라면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서운해할지도 몰라" 모든 관계의 끝을 정해 놓지는 않지만, 어떤 순간에는 우리가 멀어 질지도 모른다는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우리의 인연이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깊어지기도 하니까
늘 인연에 대해 진심으로 생각하다 보면 진짜 내 사람들은 내 마음을 알아 줄테니까. 우리의 인연이 멀어 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보다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