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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현 Mar 14. 2022

30대가 되면 어른이 될 줄 알았지

: 여전히 흔들리는 30대라는 삶에서 떠올려보는 다정한 마음

30대가 되면 어른이 될 줄 알았지


30대가 되면 어른이 될 줄만 알았다
마음의 여유가 생겨 타인에게 나누는 일을 기쁘게 생각할 줄 알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매일매일 성장하는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쩌면 나에게 30대는 진짜 어른이 되는 나이였던 걸까
30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흔들리고 불안하다


나에게 30살이라는 나이가 어른이라고 생각하게 된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여행지에서 만난 J였고, 한 명은 회사에서 만난 K였다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한 달 살이가 두 달이 되었던 그때 만났던 언니 J가 있었다

24살의 나와 30살의 J는 다른 모습이었다. J는 꽤 단단해 보였고, 나는 어디로 흘러가야 할지 모른 채로 수없이 흔들리는 파도가 가득한 삶을 살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J가 참 멋있어 보였다, 혼자 여행을 왔고 혼자 렌트를 해서 운전을 하고 다니는 언니의 모습을 보며 언젠가는 나도 J처럼 당당하게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리는 그 이후로도 종종 만나곤 했다

J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만나기도 했고, J는 나를 위해 기꺼이 연차를 쓰고 여행을 함께 해 주었다. 그 당시의 J에게 고마운 마음이 컸지만 진짜 30대가 되고 보니 그 시절 언니의 배려가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K는 공식적인 내 첫 직장의 상사였다

바쁜 일터에서 가끔은 울컥하는 일들이 많았던 곳이었는데 K가 있어서 1년이라는 시간을 행복하게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K는 늘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23살의 나는 K에게 "그럴 수도 있지 라는 말의 진짜 의미가 뭐예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정말 궁금했다, 23살의 내 좁은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마음이었나 보다. K는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그러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모든 상황들이 이해가 된다는 말인 거 같기도 하고?" K를 떠올리며 "그럴 수도 있지"라는 넓은 마음을 닮고 싶었다


K는 그 뒤로도 그럴 수도 있다는 상황들을 모두 이해해 주었다

일을 그만두고도 우리는 종종 만나 안부를 물었다. 한 번은 K와의 약속이 있는 날, 내가 너무 피곤한 나머지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하고 늦잠을 자버렸다. 너무 미안한 나머지 K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어디냐고 물었더니 K는 이미 우리 집 앞에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의 K를 여전히 기억한다, K는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넓은 마음을 알려 준 사람이 K였으니까 말이다






20대의 나는,

30대의 그녀들의 다정한 마음이 좋았다

덕분에 내 30대를 두려워하기보다 설레기도 했다

30대가 된 나는, 진짜 어른이 될 것만 같았다


30대가 되어 20대의 동생들을 마주할 때 그녀들을 떠올리곤 한다

30대가 된 나는, 그녀들처럼 당연하지 않은 마음을 나누는 일에 멈칫하곤 한다. 내 시간과 돈을 써야 하는 일, 무엇보다 내 마음이 움직여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30대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그녀들이 건네 준 아낌없는 마음은, 20대의 흔들리는 내 삶을 응원하는 다정한 마음이었던 게 아닐까


그녀들이 마주했던 불안하고 흔들리는 20대라는 시간을 걷고 있는 내게 충고와 조언보다는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밥 한 끼를 사주는 일로 내 마음을 안아주었던 다정한 마음이었다. 30대가 되어 여전히 파도에 흔들리고 있고, '잘'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마다 그녀들의 마음을 떠올려본다. 누군가 내 삶을 응원해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작은 용기를 낼 수 있게 된다


그녀들의 마음을 이어받고 싶다

나 역시 20대의 동생들에게 충고와 조언보다는 마음을 나누며 그저 밥 한 끼를 사줄 수 있는 언니가 되고 싶다는 마음, 여전히 '잘'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이라는 시간을 그저 '잘'보내다 보면 언젠가는 '잘'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30대의 언니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30대가 되어 혼자 여행을 떠나온 J를 떠올리며 나 역시 혼자 여행을 떠나곤 한다

30대가 되어 늘 유연한 마음을 알려준 K를 떠올리며 나 역시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을 실천한다

그녀들 덕분에 배울 수 있었던 다정한 마음 덕분에 나 역시 다정한 30대가 되어보자며 씩씩하게 걸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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