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미로 속을 헤매고 있는 우리의 사랑에게

아림다운 계절, 고슴도치의 스물아홉 기록

by 윤슬

오랜만에 사랑의 씨앗을 키우고 있는 동생 K와 연락을 했다. 물을 주고, 햇살이 좋은 곳에서 광합성을 시켜주고, 오늘도 예쁘다며 따듯한 말로 K는 꽃이 필 수 있게 사랑을 가득 담아 주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K의 설렘 가득한 말투에 나까지 사랑이 꽃피는 것만 같아 행복했던 날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을까


'K야, 사랑의 꽃은 잘 피우고 있니?'

'언니 꽃이 피지 않을 것 같아, 내가 잘못한 것만 같아'

K는 속상한 마음을 애써 누르며 이야기하고 있음을 느꼈다

'많이 속상하지, 꽃이 피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속상하다는 동생의 이야기에 둘의 관계를 아는 척 이야기할 수 없었고, 내가 K가 아니기에 K가 얼마나 속상할지 상상할 수 없어 이해하는 척하지 않기로 했다. K가 느끼고 있는 온전한 감정들을 안아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언니 왜 인생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까

왜 이렇게 굽이굽이 돌아가야만 하는 걸까?'


K의 말은 진심이 가득했다, 긴 터널을 지나 마주한 씨앗을 예쁜 화분에 옮겨 담았을 것이고 K는 씨앗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K는 자신의 마음을 전할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니까 말이다. K는 사랑에 조심스러운 사람이었다, 쉽게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지 못했지만 마음은 누구보다도 따듯한 사람임이 분명했다. 내가 K를 좋아하는 이유도 나와 비슷한 면이 많다고 생각해서였으니까 말이다. 사랑에 서툰 K가 꼭 나를 닮은 것만 같아 더 속상한 마음이 커져만 갔다, K의 뭉클한 마음이 나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뭉클한 마음을 누르고 눌러 K에게 답장을 보냈다


'그러게 K야, 누군가는 인생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흥미롭다고 하던데, 나는 종종 내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는 마법 같은 일도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사랑에는 우리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는 일도 많았으면 좋겠어. 넌 더 많은 사랑을 받을 거고, 사랑받기에 충분한 사람인 거 잊지 마'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기에 조심스럽게 나의 마음을 건넸고, 다행히 K는 나의 마음을 고맙게 받아주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기 시작할 때의 마음,

나도 모르게 사랑이라는 씨앗을 내 마음속으로 들여와 소중히 키우려고 노력한다.


나의 화분에서 꽃이 예쁘게 피면 참 좋겠지만, 때로는 꽃으로 피지 못하고 시들어 버리는 경우도 있어서 우리는 쿨하게 인정하는척하면서도 누군가가 잠시나마 안아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K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잊어버려'라고 이야기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속상했을지도 모른다. K와 그 사람의 이야기는 단둘의 이야기다, 그 누구도 쉽게 이야기할 수 없음을 알고 조심해야 하는 우리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꽃이 피기를 기다렸던 우리는 종종 실망을 하기도 하지만, 꽃을 피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우리의 마음이 통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랑이라는 마음은 시들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의 씨앗을 꺼낼 용기를 냈던 K는, 어제의 K보다 오늘의 K의 마음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더 빛나고 있을 것이다


사랑에는 유독 서툰 K와 나, 우리는 그렇게 사랑이라는 마음을 조금 더 소중히 하고 있는 중이다


'언니, 언니에게 좋은 사람이 생기면 꼭 나한테 먼저 얘기해줘'

'응 그럴게, K야 우리 더 많이 사랑받고 더 많이 사랑하자'


사랑에는 서툴지 몰라도 마음은 따듯한 K가 더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나는 K의 옆에서 K가 햇살을 잃지 않도록 더 안아줘야겠다, K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깊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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