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볼까?' 마음먹으면서도 함께 떠나는 길은 약속이 정해져 있기에 일단 떠나고 본다. 하지만 혼자 떠나는 여행은 그 누구와의 약속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에 가끔은 머뭇거려지기도 한다. 혼자 여행을 떠나면 아무래도 안전에 더 신경을 써야 하고, 혼자 밥을 먹어야 하고,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들이 어쩌면 더 소극적으로 변하기 때문이 아닐까
혼자 하는 여행이 떠나기 어려운 이유는, 혼자 떠나는 행복보다 어쩌면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는 부담감에 떠나기도 전에 벌써 두려움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나 역시 혼자 떠나는 여행을 좋아 하지만 떠나기 전의 마음이 살짝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혼자 떠나도 좋은 여행이 될 거야'라는 마음을 먼저 갖고, 예전에 혼자 떠났던 여행을 떠올리곤 한다
늘 떠나기 전이 어렵지 혼자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면 '그럼에도 혼자 다녀오길 잘했군!'이라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혼자서 떠나는 일이 두렵지 않으려면, 혼자 떠나서 좋았던 기억들이 많아질수록 혼자 떠나는 용기를 내기에 조금 더 쉬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늘 어렵지만,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니까
ISFP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행의 모든 것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 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언니의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아 더 조심해야 하는 날들이었다. 혹여나 코로나에 걸려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누군가와의 만남도 조심해야 했던 날들이 계속되자 답답함이 몰려와 혼자 바다를 보러 다녀왔다. 운전을 시작하고 가장 좋은 건, 내가 원하는 날에 혼자 떠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운전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ISFP인 나는,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사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포기하는 편이다
타인을 향한 관심과 공감 능력이 때로는 '나'에게 집중해야 할 순간들을 잃게 되는 날들이 많았다. 유독 혼자 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30대가 되어 보니 혼자만의 시간이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물론 충전이 되지만 무엇보다도 혼자 있을 때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사람, ISFP인 나는 타인의 감정보다 온전히 내 감정을 위한 시간이 꼭 필요했기에 혼자 떠나는 여행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 같다
일 년 전부터 바다가 보고 싶으면 찾아왔던 인천 바다
비교적 평화롭고 무엇보다 일몰을 볼 수 있어서 좋아하는 곳이다, 내가 좋아하는 라테 한잔과 빵을 골라 자리에 앉아 고요한 시간을 만끽하는 기분은 내가 살아 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다. 좋아하는 책을 읽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붉은색으로 변하는 부끄러운 바다를 마주하기도 한다. 붉은 윤슬이 사라지고 나면 이제 정말 해가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구나 싶은 일몰 시간이 다가온다
혼자 와서 지루할 틈이 있기보다 혼자 왔지만 유난히 더 해야 할 일들이 많은 시간들이다
혼자 왔지만 그럼에도 행복한 내가 좋다. 누군가와 함께 왔더라면 분명 ISFP인 나는,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잠시 미뤘을 테니까. 누군가와 함께 왔더라면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지 않기 위해 자꾸 사진을 찍으러 갈 수 없었을 것이고, 어쩌면 그 누군가가 배가 고파질 수 있는 시간이기에 일몰 대신 저녁을 먹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혼자 하는 여행은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선택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를 위한 시간,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만으로 ISFP의 혼자 떠나는 여행은 행복이다
붉은 노을을 보며 감사한 마음이 피어오른다
혼자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간이 있음에 감사하고, 혼자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있음에 감사하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있음에 감사하고 이렇게 맑은 날씨에 일몰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 날씨는 정말 중요하기에 날씨가 맑은 날이면 나는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난다. 날씨가 좋다는 건, 그 여행의 99.9%의 행복을 가지고 떠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니까 말이다. 유독 자연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는, 오늘의 날씨가 맑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구나 느끼곤 한다
ISFP 성향으로, I가 가득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E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앞은 "E"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오해할 만도 하지만 나는 I 중에 E이고, E 중에 I일 것이다
I의 성향을 가진 내가 혼자 여행을 떠나 저녁을 먹는 방법은 일단 포장이다. 유독 회를 좋아하기도 하고, 밖에서 먹어야 하는 음식은 혼자 라도 밖에서 먹는 편이지만 이왕이면 여유롭게 포장을 해서 혼자 먹는 일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회를 천천히 음미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일 중 하나이다
"이모, 혼자 먹을 건데 어떤 회가 좋을 까요?"
I인 내가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넉살이 있는 '척'을 하게 된다. 이모가 추천해 주신 봄 도다리 회를 포장해서 혼자 먹었던 저녁, 혼자 와서 외롭다는 마음보다 마음이 넉넉해지는 시간이 나에게는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여행이었고, 여전히 나는 혼자 하는 여행의 진짜 의미를 알아 가는 중이다
오늘의 행복을 미루지 않는 연습
돌아오는 날의 일정은 내가 찾아낸 돈가스 맛집에 다녀오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많은 점심시간에 혼자 밥을 먹는 일이 부끄럽게만 느껴져 예전 같으면 '그냥 다음에 누군가와 함께 오면 먹어야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의 행복을 다음으로 미루지 않기 위해, 어쩌면 나에게 '다음'이라는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ISFP, 내 성향상 여전히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지만 그럼에도 한걸음 한걸음 용기를 내어 본다
"혼자 오셨나요?" "네!"라고 말하는 일, 나에게는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타인의 시선을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혼자 하는 여행은 내게 큰 행복이고, 감사한 일이기에. 혼자 하는 여행 속에서 마주하는 행복들을 마음껏 껴안고 싶다
여전히 혼자 하는 여행을 하는 내게,
"왜 혼자가? 안 심심해? 외롭지는 않아?"라고 묻는 이들이 많다
혼자 하는 여행이 외롭고 심심할 때도 물론 있지만, 혼자 하는 여행의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혼자 하는 여행을 즐기게 된다고 말하곤 한다. 혼자 하는 여행이 가끔은 외롭게 느껴질지 몰라도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