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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현 Sep 05. 2022

제주에게 받은 소중한 두 가지 선물

: 제주살이의 기록을 통해 두 개의 선물을 받았던 소중한 오늘

4년 전,
제주 살이에서 매일 적었던 일기장


가끔 혼자 비를 맞으며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현재 내 마음이 어떤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그런 날이 찾아오곤 한다. 좋아하는 책을 읽어도 글쓰기를 해도 마음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무거워 짐을 느끼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리고 만다


머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갔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은 초조함과 불안함으로 가득 찼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힘'을 느껴보기로 했다. 내 몸과 마음이 다시 에너지를 얻어 움직이기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오래전 기록을 읽어보려고 꺼내 두었던 일기장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4년 전, 20대의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나는 제주에 갔고 매일의 마음을 기록했다


가장 힘들었던 나의 마음과 가장 행복했던 나의 마음이 동시에 적혀 있는 날들의 마음을 읽기 시작했다

제주에서 매일 같이 바다 앞에서 책을 읽으며 좋아하는 문장을 수집했고, 내 마음을 적어 내려갔다.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이 가득했던 그 시절의 나는 제주에서 온전히 나만을 생각하려고 노력했고, 일기장에는 잠시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벌써 4년이나 되었구나' 4년 전, 9월 5일의 나는 제주행 비행기를 탔었구나. 감회가 새로웠고, 제주행 비행기를 탄 나에게 고마웠다


그렇게 4년이 흘러 오늘의 나는,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싶은 마음만 가득할 뿐이다. 4년 전의 기록들을 마주하며 그 시절 제주에 다녀오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경험을 미루지 말 것'이라는 문장을 마음속에 새겨 본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새로운 시도를 할 용기가 줄어든다. 완벽해지려고 노력하지만 완벽해지지 않는 내 삶을 바라보며 자주 흔들리고, 무언가 시도를 할 때도 용기가 부족해 망설이는 나를 보며 세상을 깊게 알수록 겁쟁이가 되어 가는구나 생각했다


겁이 나지만 그럼에도 시도해 보는 사람,

일단' 그냥 해보는 거야'라는 마음을 자주 마음에 새겨보자고 다짐해 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완벽해진다

완벽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사람을 소진시킨다는 것, 또 하나는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완벽해지고자 매일 같이 노력하지만 상상하는 완벽함에 도달할 수 없어 점점 지쳐간다. 그러는 사이에 결정하는 힘을 잃어버리고, 행동하려는 의지는 퇴색된다. 수많은 생각과 걱정, 불안을 넘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선택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완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완벽 주의는 우리를 조금씩 갉아먹는다. 더 나은 결과를 낳을 것 같지만 오히려 결정과 행동으로부터 뒷걸음질 치게 만든다. 완벽을 지향하는 마음보다 더 힘이 센 것은 이미 저지를 일을 수습하는 순발력이라고 믿는다. 나는 앞으로도 굳건한 인내심보다 단순한 순발력을 발휘하면서 살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 김신회


일기장에 별표를 그려놨던 문장이었다

어설픈 완벽주의를 발휘하다 보니 내가 소진되었고, 무기력해졌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가고자 했을 뿐인데 점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완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날들 속에서 나 역시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그 어떤 결과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불안하고 초조했지만, 묘하게 완벽한 날들에 금세 적응해 버릴 것만 같았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에 우리는 생각보다 빠른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나 역시 매일 같이 조금 더 나은 삶의 방향을 위해 고민하고, 시도해 보고, 행동했지만 결국 뒷걸음질을 치게 되었던 것이었다. '나는 왜 안되지?' 다른 사람들은 승승장구하는 것만 같은데 나는 유독 느리고, 부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일들 앞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다


도망치고 싶었던 날들 속에서 4년 전의 기록은 내게 큰 힘을 주었다

'조심스럽게 시도해 볼 용기'의 느낌보다는 '망쳐도 좋아! 다시 좋은 방향으로 고민해 보자!'라는 가볍지만 단단한 힘을 건네받은 느낌이었다. 기록을 통해 다시 힘을 내고 있으니 나는 오래도록 기록을 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오늘의 마음을 기록하다 보면, 몇 년 후 내가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기록이 되지 않을까 라며 상상해 본다



4년 전 제주살이의 기록을 통해 나는 두 개의 선물을 받았다


첫째, '할까? 말까?'라고 생각하기보다 내 삶의 경험을 많이 만들어 갈 것. 모든 경험은 훗날의 나에게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시도하고 경험하는 일에 머뭇 거리기보다 '일단 해보자!'라는 단순한 마음으로 실행하고 단순한 순발력을 발휘하는 연습을 자주 할 것.


둘째. 모든 순간의 기록을 게을리하지 말고, 기록을 통해 배우기에 기록하고 또 기록할 것.

오늘이라는 순간의 감정을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은 점점 흐려질 것이다. 기억이 흐려지는 대신 기록은 선명해질 것이라고 믿기에, 기억하려 하지 말고 기록할 것. 기록은 훗날의 나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을 것.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두 가지를 선물 받은 느낌이었다

'경험'과 '기록', 앞으로도 경험을 하며 기록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 들었던 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날들이 스쳐 지나가고, 지난날의 기록을 통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잡게 되었던 오늘이 참 소중하다


며칠 후 나는 제주행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간다

제주 살이는 아니지만 4년 전, 제주로 떠났던 마음을 기억하며 기록하고 돌아와야지. 더 아낌없이 사랑하고, 기록해야지. 내 삶의 경험과 기록을 통해 성장하는 내가 되리라 믿는다


'경험'과 '기록'은 내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는 마법 같은 단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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