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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슬 Jan 24. 2022

제주의 봄이 이렇게나 아름답구나

: 제주의 봄을 떠올렸고, 마음은 다정해 졌다

우연히 제주의 봄


우리나라에서도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곳, 내 사랑 제주에 다녀오기로 했던 3월이었다. 내가 가는 시기에는 벚꽃이 피기는 전이라 제주 바다만 실컷 보고 와야지 라는 생각으로 두 달 전에 비행기표를 예약해 놨었다

 

혼자 떠나는 여행,

우연히 제주의 봄을 마주하다



제주에 가기 며칠 전부터 제주의 벚꽃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벌써?" 어느 지역보다 빠른 제주의 봄이 빨리 찾아온다는 것은 분명했지만 이렇게나 일찍 찾아온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여행 기간에 벚꽃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혼자 제주를 여행할 때면 항상 느린 편이고 일정은 단순했다, 그저 카페에 가서 바다를 보며 책을 읽고, 해안도로를 달려 드라이브를 하는 정도가 다였다. 매일 바다를 보고 매일 붉은 노을을 마주하는 일, 나에게는 3월 제주는 그런 느린 여행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른 벚꽃 소식에 마음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 위로 작고 귀여운 팝콘들이 퐁퐁 피어 있었다

제주의 맑은 하늘과 길 양옆으로 핀 벚꽃들이 내가 제주에 온 걸 반겨주는 듯 웃고 있었던 날, 문득 보고픈 이들이 많아졌다. 그중에서도 '엄마랑 함께 올걸 그랬네'라는 마음이 가장 먼저 들어 엄마에게 벚꽃 영상을 가득 보내 드렸다. 엄마와 함께 왔더라면 엄마도 제주의 벚꽃을 보며 많이 행복했을 텐데, 아쉬운 마음과 모두가 삼삼오오 웃으며 벚꽃 구경을 할 때 애써 내 옆에 함께 웃을 사람이 없단 사실이 허전하게만 느껴졌다. 이렇게 아름 다운 풍경 앞에서 오히려 외로움이 느껴지다니 - 상상하지 못했던 제주의 봄 앞에서 마음은 뭉클해졌고 내년 봄에는 꼭 누군가와 함께 떠나오리라 마음먹었던 제주의 봄



길가에 핀 벚꽃들이 내가 제주에 왔다는 걸 반겨주듯 웃고 있었다


파란 하늘과 하얀 벚꽃이 함께 있는 모습은 일 년에 며칠 볼 수 없는 풍경일뿐더러 육지에 사는 내가 제주의 봄을 마주하려면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내가 여행을 오는 기간과 벚꽃의 개화 시기가 맞아야 했고 우연히 제주의 봄을 마주하고 육지로 돌아올 때면 여행의 기억이 더 짙게 남게 된다


제주에서 살아 보겠다며 여름과 가을에 제주에서 살아 본 적이 있다. 총 6개월이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제주 살이의 기억이 오래 남아 있는 나는 제주의 모든 계절의 아름다움을 담고 싶다는 꿈을 꾸곤 한다. 1년 동안 제주에서 살면서 제주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여전히 생각한다. 퇴근 후 붉은 노을을 마주하러 가고, 꽃이 피는 시기를 굳이 맞추지 않아도 제주의 풍경들을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는 삶을 꿈꾸곤 한다. 언젠가는 온전히 일 년이라는 시간을 제주에서 보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여전히 일 년에 3~4번 정도 제주로 여행을 떠나는 나에게 누군가는 "제주 말고 다른 곳으로 가보는 건 어때?" "제주에 보물이라도 숨겨둔 거야?"라고 묻곤 한다. 수많은 여행지 중에 굳이 물가가 비싼 제주에 가야 하는 이유가 있냐고 묻지만, 그럼에도 나의 대답은 늘 한결같다. "나는 여전히 제주가 좋아" 무언가 볼 게 많아서 라기보다는 그저 제주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좋고, 제주의 들꽃들이 좋다. 사계절 초록색을 볼 수 있는 제주라 더 좋다. 무엇보다 바다 곁에 머무는 삶을 늘 꿈꾸는 나에게 제주는 내 마음이 가장 평온해지는 곳이다




제주의 봄, 여전히 다정해


제주의 봄은 여전히 다정하다


육지보다 더 따사로운 햇살, 바다 쪽의 찬바람에 머리가 휘날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잔잔함을 유지하고 있는 제주의 봄 바다는 여전히 다정하게만 느껴진다. 아무 곳에나 걸터앉아 제주 바다를 마주하는 일을 좋아한다. 맑은 바닷물에 반짝이는 윤슬을 보는 일도 좋고, 맑디 맑은 제주 바다를 마주 할 때면 수많은 내 마음들과 마주할 용기가 생겨난다


바다가 주는 평온함이 내 마음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게 만들어 준다고 믿는다

잊고 살고 싶은 수많은 감정들을 마주할 용기, 내가 여전히 혼자 제주를 찾는 이유이지 않을까



벚꽃 나무 한그루


집으로 돌아오는 날, 렌트 반납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시간이 여유롭지는 않았지만 다시 한번 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우연히 발견하게 제주 서쪽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벚꽃길,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북적이는 모습이었지만 저 멀리 벚꽃 나무 한그루가 내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사실 진짜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벚꽃길이 아니라 조금 먼 곳에 있는 나무는 아름다웠지만 사람들에게는 외면받고 있어서였을까


벚꽃 나무 위로 뜬 달이 아름다워 한참을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마 내가 무얼 그렇게 열심히 보는지 의아했을 정도로 나는 하늘 위를 보고 또 보며 나무에게 인사를 했다 "잘 지내고 있어! 내년에 다시 올게" 괜히 마음이 짠해지는 건 왜일까. 여전히 알 수 없지만, 그저 혼자 여행을 와서 조금 외로운 마음이 나무에게도 느껴져서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마주하게 된 제주의 봄,

수없이 많은 아름다움들 중에서 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좋다


사계절 쉴 틈 없이 변하는 자연을 보는 일이 좋다

봄은 꽃이 피는 계절이라 좋고 여름은 조금 더 초록함이 느껴져서 좋다. 가을은 다채로운 색으로 변하는 신비로움이 좋고 겨울은 앙상한듯한 나무와 파란 하늘을 마주하는 일을 좋아한다. 그저 사계절 내내 자연을 마주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여전히 나는 제주에서의 일 년을 꿈꾸고 제주의 이른 봄을 마주 할 수 있었던 특별함 봄을 떠올려 본다


제주의 봄, 우리 곧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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