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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현 Dec 24. 2022

겨울 제주, 동백은 쨍쨍 바다는 반짝

: 내가 제주를 여행하는 진짜 이유

'겨울이구나'싶은 날들이 계속되었던 날

내가 사랑하는 섬, 제주에 다녀왔다


제주에 눈이 온다는 소식에 가기 전부터 걱정을 했고, 돌아오는 날 육지에 펑펑 눈이 내린다는 소식에 마음 편히 제주를 즐기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나'를 그리고 '우리'를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2박 3일의 여행으로 기억될 듯하다




겨울 제주는, 늘 춥지만 따듯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제주에서 나는 어떤 마음을 마주하고 싶었던 걸까


홀로 떠나려고 했던 연말 여행은, 1박 2일은 친구와 함께 그리고 하루만 온전히 혼자가 되었다.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 꽤 오래 혼자 여행을 해온 탓에 여행 준비를 하면서 조금은 삐그덕 거림을 느지만 겨울 제주에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다시금 마음을 잡고 준비했던 여행이었다


걱정했던 제주의 날씨는 다행히 맑았고, 어떤 날은 눈과 비가 섞인 바람이 가득했다. '제발 아무 일 없어야 하는데..' 맑았다가도 비가 오고 눈이 오는 제주, 짓궂은 날씨와 안정감이 하나도 없는 경차를 운전하며 매일매일 소원을 빌기도 했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제주의 12월은 사랑으로 가득 찬다

잠깐의 삐걱 거림을 잊고 제주를 마음껏 안아 보고 싶었다. 그 마음을 알아준 제주는, 맑은 하늘로 변했고 덕분에 동백의 쨍쨍 빛나는 모습을 만날 수 있었던 날


꽃을 가득 품고 있던 동백나무도 아름다웠고, 떨어진 꽃송이도 아름다웠다. '제주의 겨울은 참 아름다워' 겨울 제주는 차갑기도 하지만 동백 덕분에 다정함을 느낄 수 있었던 첫날, 제주는 사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는 사랑스러운 섬이 분명했다



동백꽃은 참 화려하고 아름다운데 사랑스럽기까지 하구나.

동백꽃의 꽃잎이 하트 모양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동백꽃, 피어 있는 꽃도 아름답지만  떨어진 동백꽃잎을 보고 있노라면 사랑이 절로 피어나는 이유는 하트 꽃잎 덕분이지 않을까


자세히 보면 더 사랑스러운 꽃,

겨울 동백꽃을 만나 행복했던 시간.



초록초록, 노랑노랑.

제주의 겨울이라는 계절은 봄인 듯 겨울인 듯 수많은 계절이 뒤엉켜 있다. 저 멀리 보이는 한라산, 넓게 펼쳐진 노란 유채꽃 그리고 제주를 대표하는 야자나무까지. '어머 너무 예쁘다' 곳곳에서 피어 나는 다정한 목소리에 마음에도 온기가 더해진다


'봄 같아 정말! 너무 예쁘다'

육지의 겨울은 시리도록 차가웠는데 제주의 겨울은 이토록 다정하고 따스하다. "제주에 오길 잘했다!" 초록초록하고 노랑노랑한 풍경들을 보고 있자니 꽃을 보러 제주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물씬.


겨울 제주에서 마주하는 꽃들은 유독 온기가 느껴진다.


내가 사랑하는
제주 바당, 함덕

1박 2일의 일정이 끝나고 친구를 공항에 내려준 뒤 함덕으로 향했다. 창밖으로는 펑펑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야외에 주차한 차에 혹여나 눈이 쌓이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제주를 믿어 보기로 하고 잠에 들었던 날


"와우! 산책하기 좋은 날이야!"

가볍게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밤사이 내렸던 눈은 보이지 않았고, 내가 좋아하는 제주 바당은 에메랄드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친구와 함께였을 때의 제주 여행도 물론 좋은 점들이 있었지만, 진짜 여행은 홀로 있을 때 시작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던 날. 그리고 감사함으로 가득 찼던 시간.



나 홀로 바다 산책을 이어 갔다

1시간 정도 찬 바람을 맞으며 자유로움을 느꼈다. '내가 정말 제주에 왔구나' 누군가와 함께였을 때는 온전히 즐기지 못했던 자유로운 마음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좋아! 오늘은 날이 좋으니까 바다 앞에서 책을 읽자!'

혼자 하는 여행이 좋은 이유는,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미루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나만의 시간의 소중함, 단 하루만이라도 홀로 자유를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던 하루.


나 홀로 여행,

때로는 외롭고 쓸쓸할지 몰라도 결국 삶 또한 혼자 이기에. 홀로 있는 시간들을 어떻게 하면 나답게 보낼 수 있을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이 시간이 결국 '나'를 알아 가는 시간이기에, 소중하고 값지기만 하다.



바다를 보며 선물 받은 책을 읽었다

바다는 하늘의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변했고, 아이스 라 한잔과 좋아하는 케이크 두 조각으로 평온함을 느꼈다. '그렇지! 역시 이거야' 카페도 좋지만 제주의 포구에 차를 주차해놓고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이 좋다


누군가와 함께 일 때는 차마 '우리 포구 앞에서 주차해놓고 커피 한잔 할까?'라고 말하지 못한다. '응! 좋아!'라고 이야기해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 좋아할지 모르기에 조심스럽기만 하니까. 내가 좋다고 타인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결국 홀로 있을 때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 나갈 수 있는 여행이 되고 '나'를 배워간다


행복함으로 가득 차 '그래! 이게 제주의 행복이지' 라며 나 홀로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한 시간이 흐르고 두 시간이 흘렀다

바다를 보고, 파도의 소리를 듣는다. 하늘이 맑아졌다가 흐려지기도 하고, 갈매기들은 둥둥 파도를 타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산책을 했다. 하얀 모래에 내년에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작은 마음 가짐을 적어보기도 했다. 온전한 나만의 시간, 내가 제주를 찾은 이유이기도 했으니까.



제주의 자유로움에 취해 식사를 까먹고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였더라면 빠지지 않고 식사를 챙겼을 텐데 혼자 있는 시간 동안은 내가 배고파지는 시간에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점심을 먹었어야 했는데 결국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공항 근처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주의 여유로움이 참 좋았지만 마지막날의 조급함이 파도처럼 밀려오기도 했다. 저녁을 먹는 시간, 일몰을 봐야 하는 시간, 렌터카를 반납하고 공항에 가야 하는 시간까지 모든 걸 계산하니 여행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겨울 제주,

동백은 쨍쨍 바다는 반짝였던 여행


홀로 있는 시간이 짧았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나'에 대해 명확해지는 시간이었다. 먼지가 가득했던 차를 세차를 하고 나서야 선명한 시야를 얻을 수 있듯이,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잊고 있었던 마음들이 선명해지는 고마운 시간을 오래오래 기억해야겠다


함께 하는 여행에서 느끼는 행복감도 분명 있지만 나는 혼자 여행에서 더 많은 감정들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배우게 된 여행이었다. 누군가와 함께인 여행은, 서로의 의견을 잘 조율하고 타협해야 하는데 여행에서 서로의 성향이 너무 달라 버리면 조율하는 과정 또한 피로감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여행에서 어떤 마음을 마주하고 싶은가?


결국 여행도 선택일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은 여행이 될 수도 있을 테고 온전히 혼자 보내고 싶은 여행도 존재할 테니까. 이번 여행은 홀로이고 싶었지만 타인의 의견을 묻느라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함께였던 시간 덕분에 '나'의 여행의 이유를 떠올려 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온전히 혼자이고 싶을 때는 가볍게 혼자 떠나는 여행을 택할 것이며, 함께 여도 괜찮은 여행에는 함께 행복한 여행을 택하게 될 것이다. 결국 '나'라는 사람을 잘 알게 될수록 내 행복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늘어날 것이며 선택에 대한 후회는 줄어들 것이다


'여행에서 어떤 마음을 마주하고 싶은가?'

여행에 앞서 나에게 먼저 질문을 던지고 여행을 떠나야지. 그 누구보다 내 행복을 위해 떠나는 여행이니까 온전히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금 이기적일지는 몰라도 온전히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 소중한 여행을 아낌없이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조금씩 깊어져야지




겨울 제주는, 여전히 아름답고 사랑스러웠기에.

'여전히 제주가 좋아?'라고 물어오는 질문에 '여전히 제주가 좋아!'라고 씩씩하게 대답해야지.


제주의 겨울이라는 계절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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