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싸주는 김밥은 맛있겠지?' '간식도 가득 싸가야지!' 소풍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으로 잠들었던 어린 시절의 나를 그려본다. 소풍을 가기 전날 밤의 나는, 늘 웃고 있었다. 행복했고 설레었다
소풍 당일에는 늘 엄마에게 빌린 필름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스마트폰처럼 몇천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없었고, 정해진 숫자 안에서 사진을 찍어야 했기에 신중하게 셔터를 눌렀다. "애들아 여기 모여봐 봐! 내가 사진 찍어줄게!" 평소에는 말수가 없었지만, 소풍날은 유독 적극적인 내가 되었다. 찰칵, 셔터를 누르고 필름이 감기는 소리가 난다. 지금 이 순간을 내 손으로 기록할 수 있다는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던 마음은 미소를 머금고 있던 행복이었다
시간이 흘러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운전을 해서 홀로 여행을 떠나는 어른이 되었다. 홀로 떠나기도 하고 누군가와 함께 떠나기도 한다. 여전히 여행 전날 밤은 설레기도 하지만 요즘의 여행은 여행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챙겨야 할 것들이 늘어났다. 소소한 설렘도 있지만 이동 수단과 숙소 그리고 모든 일정을 짜야하는 여행 전날 밤은 수많은 피로감과 설렘이 공존한다. 어떤 풍경을 마주 할지, 어떤 마음을 마주 하게 될지 모르는 상태로 부랴부랴 짐을 싸며 여행을 떠나는 날의 날씨가 좋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잠시 눈을 감아 본다
한 달 전, 2박 3일의 여행 계획을 잡아 놓았다
누구랑, 어디로 갈지 정하기보다 '어디든 갈 거야! 혼자라도 좋아!'라는 마음으로 잡아 놓았던 가을 여행, 낙엽이 다 떨어지기 전에 어떤 풍경이든 마주 하고 싶었다. 긴 겨울이 오기 전에 어디라도 떠나야 할 것만 같은 마음, 떠날 수 있을 때 떠나지 않으면 곧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을 핑계 삼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을 준비하는 솔직한 마음
'어디로 갈까?
익숙한 곳으로 가는 게 좋을까?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게 좋을까?
혼자 운전을 오래 하는 건 힘들 거 같은데..
숙소는? 밥은? 일정은?'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수많은 선택으로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인지 운전을 해서 이동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부터 이동 수단의 선택에 따라 내 피로도가 달라질 것도 예상해야 하며, 홀로 떠나는 일정에 숙소의 안전은 더욱더 중요해진다. 선택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여행을 다녀온 듯한 피로감이 느껴졌다
"일단 하자! 자, 어서 예약해"
며칠 내내 코스를 고민하다가 숙소를 예약을 미루고 있었다. 숙소를 계속 보다가는 여행을 떠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거야!'라는 마음으로 예약을 하고 나서야 마음이 평온해졌다. 마음에는 평온이 찾아왔지만 한 가지 의문점도 함께 찾아왔다. 나는 여행에게 어떤 걸 바라고 있길래 이토록 과하게 마음을 쓰면서 피로해지는 걸까. 누군가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그토록 열심히 찾아보고 에너지를 쓰면서 혼자 떠나는 여행에는 왜 피로감을 느끼는 걸까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누군가와 함께 떠난다고 생각했더라면 아마 조금은 더 의욕적이었을지도 모른다.
함께 떠나는 사람에게 행복한 여행을 선물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던 걸까. 우리가 여행을 추억했을 때 '그때 참 행복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추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유독 책임감을느끼며 계획과 행동력은 점점 높아져 간다
반대로 혼자 떠나는 여행은 계획과 행동력은 반으로 줄어들곤 한다. '왜 나에 대한 책임감은 없는 거야? 그 누구보다 나를 웃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깊게 고민했던 밤. '왜 피로감부터 느끼는 걸까?' 그저 스스로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멀리서 나를 바라보니 조금 다른 부분들이 함께 보이기 시작했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선택의 순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순간을 선택하면 됐기에 철저한 계획들이 나를 피로하게 행동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가끔씩은 홀로 훌쩍 떠나야 할 이유가 선명해졌던 여행 전날 밤의 마음을 배운다. 함께 떠나는 여행에서는 이상한 책임감에 열정을 쏟기에 혼자 떠나는 날은 온전히 여행의 중심에 '나'를 두는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혼자 잘 떠나고 잘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무겁게 떠나기보다는 가볍게 떠나고, 걱정을 껴안고 있기보다는 다정을 가득 껴안고 떠날 수 있는 나만의 여행. 결국 나에게 혼자 떠나는 여행은, 타인을 신경 쓰느라 나를 놓치고 살아온 나에게 여행의 중심에 내가 서있을 수 있도록 하는 다정한 경험이었던 것이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전날 밤,
나는 여행의 중심에 나를 세우고 힘껏 웃으며 용기를 내본다.
"이번 여행도 분명 행복할 거야! 나를 잘 부탁해!" 스스로에게 작은 용기와 다정을 보내며 잠이 들었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