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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윤슬 May 26. 2022

12시가 되어 울리는 알림의 사랑스러운 비밀

: 다정한 관계를 안아주고 또 사랑했으면 좋겠다

12시가 되자 울리는 알림


'띵동'
12시가 되어 알림이 울렸고 장문의 문자가 내게 전달되었다.  알림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동네 친구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우리는, 각자의 사회생활로 일 년에 분기마다 보는 사이였다. 각자의 삶이 바쁘기도 했지만, 물리적 거리를 배제할 수 없어 가끔 보더라도 늘 반가운 친구였다


3년 전, 우연히 친구의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일 년에 몇 번 보지 못했던 친구는 이제 한 달에 여러 번 볼 수 있게 되어서 신이 났다. 우리는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같이 볼링을 연습하기도 하고, 코인 노래방에서 시시콜콜한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자주 만나다 보니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고, 각자의 삶에 깊게 스며들 수 있어서 좋았던 날들이었다



12시 문자의 주인공도 동네 친구였다

미리 장문의 내용을 적어 놓고 12시가 땡 하자마자 내 생일을 축하해 주었던 친구의 마음이 뭉클했다.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이기에, 매년마다 같은 마음으로 축하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올랐다


'진짜 진짜 너무 고마워!'

누군가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일,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고마운 일이 많다. 친구는 내 추진력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하지만 나는 반대로 내 의견에 늘 동의해주고 함께해주는 친구가 있었기에 늘 감사하고 행복했다. 혼자 하는 일을 좋아하는 내가 이 친구와는 함께 하는 시간이 편하고 좋은 걸 보면 친구가 나를 얼마나 배려해주고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모든 관계는
한쪽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기에



친구에게 더 고마웠던 건 늘 내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과 그 마음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을, 이 친구는 당연하게 생각하지도 않을뿐더러 늘 고마운 마음을 내게 표현해준다. 반대로 나 역시 친구에게 선물 받는 수많은 다정함을 늘 고마워하려고 한다. 서로의 관계가 깊어진다고 해서 당연 해지는 건 하나도 없으니까 말이다


늘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관계가 깊어지더라도 모든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마음 덕분에 우리의 관계는 점점 더 깊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한 마음이 있기에 우리의 관계는 깊어지고 있으니까




얼마 전 친구와의 이야기를 하다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세명 중 둘째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늘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려고 하는 게 습관이 되어있다. '그러지 말자! 우리부터 생각하자!'라고 이야기 하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우리의 곁에는 우리의 배려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가끔 우리에게 상처를 주곤 한다.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배려했던 일들이 언제부터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던 걸까, 언제부터 내가 배려받지 못하고 있었던 걸까


문득 내가 배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내가 배려받지 못한 시간들이 점점 길어졌던 것이고 단지 나는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했던 것이다. 가끔은 배려하는 마음이 상처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럼에도 마음이 와르르 내리지 않는 건 내 곁을 지켜주는 친구가 있다는 듣든한 마음 덕분이었다


모든 관계는 한쪽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 곁에 누군가는 내가 하는 배려들을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는지 생각해본다. 타인이 내가 하는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는 행동들이 반복된다거나 타인의 마음에 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서운해하기보다 그저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모든 사람들이 내 배려를 알아주지 않을 것이고, 모두가 감사한 마음으로 관계를 깊게 만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저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과 만나 서로의 마음을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깊은 관계가 되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12시가 땡 하고 울린 알람 소리에 다정함이 들린다

매년 똑같이 장문의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는 고마운 친구에게 나 역시 다정한 친구가 되자고 다짐해 본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시간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깊은 관계가 찬란하게 빛난다고 믿는다. 관계에 대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그저 괜찮다고 말해 주고 싶다. 내가 나누는 다정함과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과의 관계가 멀어졌다고 해서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그렇게 될 관계였으니까 말이다


그저 오늘 내 곁에서 나에게 다정함을 건네는 깊은 관계를 당연히 생각하지 말고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정함을 건넸으면 좋겠다


우리의 관계는, 서로를 향한 깊은 다정함으로부터 비롯된 것일 테니까. 우리의 다정함이 더 깊어질 수 있도록, 배려하고 또 사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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