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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윤슬 May 27. 2022

내 첫 번째 강점이 책임감이라 좋은 이유

: 늘 책임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

인생의 수없이 많았던 선택의 순간들


초등학교,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를 선택해야 했을 때 엄마는 나에게 선택권을 주셨다. 내 인생의 첫 갈림길 앞에서 나는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게 되었던 첫 경험이었다




첫째 딸인 2살 터울 언니의 인생은 대부분 부모님의 선택이 우선이었다. 언니의 고등학교 1 지망 2 지망을 적었던 날, 언니는 B고등학교에 가고 싶어 했고 엄마는 A고등학교에 진학하길 원하셨다. 결국 언니는 1 지망으로 A고등학교를 쓰게 되었고 근거리로 우선 배정되었던 시기였던지라  99.9% 확률로 언니는 A고등학교에 입학할 뻔했다


'나 B고등학교 간다!' 합격자 발표가 났던 날

0.1% 확률로 언니는 B등학교로 배정을 받았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는 걸까 생각했다. 2년 후 내가 고등학교를 선택하게 되었을 때 언니와 한바탕 소을 치르고 난 뒤에도 다른 선택들 역시 엄마의 선택이 많이 개입되었다. 언니와 다르게 나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들이 대부분이었다. 고등학교 선택부터 모든 선택과 책임은 온전히 내 몫이 되었다


언니는 나보다 체구도 작아 초등학교 책가방을 메는 일부터 가 버거웠다. 엄마는 언니를 챙기는 일로 바빴던 기억들이 가득했고, 자연스럽게 2살 터울인 언니와 함께 크면서 '내 할 일은 스스로 하자'가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자연스럽게 눈치는 더 빨라졌고, 아이였지만 내 몫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일찍 어른이 되어버렸다


나는 일찍 어른이 되어버렸다


내가 기억하는 내 어린 시절의 우리 집은 늘 분주했다

엄마는 언니를 챙기랴 5살 터울인 동생을 챙기느라 늘 바쁘셨다. 그래서 나는 늘 내 몫을 하는 아이로 자라와야만 했다. 어쩌면 사랑받고 싶었을 어린아이는 자신의 책임을 다하며 살아야만 했고, 눈치껏 행동할 때 예쁨 받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눈치껏 행동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다 보니 밝은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이 되었다

깊게 들어가 보면 나는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지만, 사랑받고자 했던 행동들이 조금은 나를 변화시키곤 했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눈치를 많이 보고 자란 덕분에 눈치가 빨라서였을까, 낯선 이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랄 수 있었다. 부모님의 지인분들은 늘 나를 칭찬하신다. 엄마는 '우리가 많이 못 챙겨줘서 더 많이 사랑받고 있는 건가 봐'라고 말씀하시기도 한다. 엄마의 사랑, 어떤 날은 내게 온전한 사랑을 주지 않으신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었으니까 많이 흔들리셨을 거라 이해해본다



책임감이 강점이 되었다


얼마 전 강점 검사를 했을 때,

내 강점 1순위는 책임감이었다


어쩌면 단순하게 생각하고 흘려보낼 수 있는 일들 또한 나는 책임감을 무의식 중에 가장 먼저 떠올리고 있었나 보다. 늘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은 부당한 상황에서도 책임감이 늘 먼저였다. '한 번만 더'라는 마음은 늘 책임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내 선택이 조금 느린 이유도, 연애 또한 쉽게 시작하지 못했던 이유 역시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여전히 수없이 많은 선택의 기로 앞에서 머뭇거리곤 한다

책임감이 조금 덜 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단순하게 생각하고 싶지만 어른이 되어 책임감이 있게 행동한다는 것에 대하여 여전히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조금 더 가볍게, 조금 더 나답게 책임감을 잘 안아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연한 기회로 강점 코칭을 신청했다

나를 알아 가기 위해 스스로 선물을 했다. 책임감이 1순위인 내가 어떻게 하면 나와 더 친해질 수 있을지 궁금했고, 나와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멀리 하고 싶었던 책임감이 내 강점이 되어버렸다니 신기한 일이다. 이제는 진짜 내 강점으로 발휘해 볼 기회라고 생각했다




어쩌다 보니 어린 나이에 일찍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가끔은 어린 시절의 내가 안쓰럽기도 했다. 아이가 아이답게 모든 걸 표현했어야 했을 때 나는 참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며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법을 배웠다. 책임감 있게 행동하느라 수많은 감정을 삼켜야만 했던 나에게, 이제는 마음을 표현해도 괜찮다고 네 인생에 대한 책임감은 충분히 잘 해내고 있으니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린 나이에도 책임감 있게 행동했던 나에게, 책임감 있게 행동한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었다고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책임감이라는 마음에 고통받고 있는 당신에게도, 우리는 삶을 진심으로 대하는 책임감 있고 단단한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책임감 있는 우리를 포근히 안아 줄 수 있는 우리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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