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강아지가 그려져 있던 일기장에 매일의 일기를 적고, 다음날이면 선생님께서 일기장을 걷어 가셔서 읽고 한마디의 코멘트를 달아 주셨습니다. 누군가 내 일기에 답장을 주는 듯한 그 느낌이 좋았던 것 같아요
초등학생 때 학교의 우체국을 참 좋아했어요. 손편지가 당연했던 시절, 친구들에게 작은 쪽지를 적어 알록달록한 학교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으면 다음날이면 작은 손편지가 그 친구에게 닿아 있었고 또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는 날이 즐거웠던 것 같아요
손편지를 쓰는 일도 좋아했고, 손편지를 받는 일도 참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좋은 기억 덕분에 저는 여전히 손편지 쓰는 일을 좋아하고 글을 쓰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나 봐요. 글쓰기와 아예 인연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손편지 이외에도 과학의 날에도 저는 글짓기를 선택해서 빠르게 글을 써서 제출하기도 했고, 방학 숙제로 독후감을 써서 상을 받은 적도 있었네요. '잘'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의 저는 쓰는 일을 어렵게 느끼기보다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했었나 봐요
우연한 기회로 다시 일기를 씁니다
다시 일기를 쓰게 된 건 꽤 오랜만의 일이었어요
제주 한 달 살이를 시작했을 때 이 특별한 경험이 흩어지지 않도록 일기를 적기 시작했어요. 오늘의 마음들을 적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필사를 하게 되면서 제 생각을 깊게 적어 나가기 시작했어요. '아무도 보지 않는 일기장'이라는 단단한 믿음 덕분에 제 진짜 이야기를 적을 수 있었어요. 육지로 돌아와서도 저는 늘 제 마음을 일기장에 적기 시작했어요
사실 그 당시의 저는 취업이 되지 않아 힘든 시기를 보냈었고, 겨우 취업을 했지만 상사의 언어폭력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나는 왜 이렇게 못났는지,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데 나만 왜 이렇게 불행해 보이는지, 나는 왜 자꾸 실패하는 것만 같은지 말이에요. 일기장에는 온갖 부정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했지만, 그럼에도 내 진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책과 일기장이 있어서 다시 한번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답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차오를 때마다
읽고 싶은 책 한 권과 일기장을 가지고 카페로 갑니다
누군가에게 힘든 시간을 털어놓을 에너지도 없었고, 그저 못난 제 자신을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일기를 통해 제 마음을 조금씩 비워 낼 수 있었고, 책을 통해 제 마음을 스스로 안아 줄 수 있었어요. '다시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이 들 때까지 책을 읽고 제 마음을 글로 적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연한 기회로 다시 만난 일기와 글쓰기 덕분에 수없이 많은 파도에 흔들리면서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기에 감사한 마음이랍니다
여전히 파도에 수없이 흔들리는 마음을 씁니다 우리 글쓰기 친구 할까요?
30대가 되어 보니 20대의 삶을 안아 줄 수 있는 힘이 생긴 거 같아요
30대가 된 지금도 여전히 예고 없이 찾아오는 파도에 흔들리곤 하지만 그럼에도 파도는 곧 지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흔들리는 마음을 여전히 글로 씁니다
우리의 삶에는 수없이 많은 파도가 찾아오곤 해요
경제 활동을 하면서, 인간관계에서, 내 성장을 위해서 수없이 많이 흔들리곤 해요.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하고, 인간관계에서 어느 순간 나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발견하기도 해요. 내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데 여전히 나는 제자리걸음은커녕 퇴보하는 것만 같아 불안해지기도 하고요
저 역시 오늘도 그런 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 회사에서는 인정받기는커녕 제가 하는 일을 무시받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고요. 인간관계에서 나만 홀로 노력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내 성장을 위해 무언가 하고 있는 것 같지만 특별히 잘하는 게 없는 것만 같아 여전히 흔들리고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시기랍니다
그럼에도, 함께 글을 쓰는 친구들이 생겨서 든든합니다
일상 속에서 글을 쓰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사실 쉽지 않았기에 글쓰기 친구를 만나면 좋겠는데 라는 마음만 있었지 실천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우연히 시작한 글쓰기 모임에서, 글쓰기 친구들의 다정함을 느낍니다. 한 명 한 명의 글을 읽고 피드백을 해주시기도 하고, 누군가의 고민에 진심으로 고민해주는 모습들을 보며 글을 쓰는 사람들은 참 다정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글을 쓴다는 것은, 사실 전업 작가가 아닌 이상은 누군가 시키지 않으면 하지 않게 될 이야기예요. 글을 쓰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으면 사실 써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당장 누가 나를 알아봐 주는 것도 아니고, 당장 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요. 글쓰기는 혼자만의 싸움이지만 쓰는 날들이 길어지다 보니 함께 쓰는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글쓰기 친구들이 생긴 요즘이 참 좋습니다, 내게 꼭 필요한 글쓰기를 누군가 나와 같은 마음으로 쓰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글을 쓸 힘과 용기가 채워지는 시간들입니다
'내 글을 누가 봐주기는 할까?'
'누가 내 못난 마음을 보고 싫어하면 어쩌지?'
저는 이 말들에 모두 괜찮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누군가 봐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누군가 내 못난 마음을 알고 나를 싫어해도 괜찮습니다. 누군가 봐주지 않는다는 건, 더 솔직한 글을 쓸 수 있다는 이야기고 누가 내 못난 마음을 보고 싫어할 거라면 그 사람은 언제든지 나를 싫어할 수 있었던 것뿐이니까요. 오늘도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글을 쓰는 우리가 용기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글쓰기는 각자의 마음으로 적기에 하나부터 열까지 다르다고 생각해요
잘 쓰는 글도, 못쓰는 글도 없어요. 그저 내 생각이고 내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적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내 마음을 안아 주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글을 쓰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분들께 글쓰기 친구가 되어 드리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어요. 곧 실행으로 옮길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