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하다 [流浪--] 1. (사람이) 정처가 없이 떠돌아다니다 2. (사람이 여기저기를) 정처가 없이 떠돌아다니다
2014년에도 제주도에 있었고
4년 후인 2018년에도 난 제주도에 있었다
그리고 2022년, 나는 또다시 도시에서의 삶보다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유랑하며 사는 꿈을 꾼다
'빨리! 빨리!'
나는 유독 빠른 세상에서 유난히도 느린 사람 중 한 명이다. 무언가 하나 결정을 할 때도 남들보다 오래 고민하는 편이고, 빠른 전철보다는 느리더라도 풍경을 볼 수 있는 버스를 선호하는 편이다. 쉬는 날에도 조금 늦게 일어나 나만의 시간을 갖는걸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유난히도 빠른 걸 원하는 도시의 생활은 조금 느린 나에게는 버겁게 느껴지곤 한다. 누군가의 재촉에 마음이 쿵쾅 거리기도 하고, 빵빵 거리며 경주하듯 달리는 차들을 보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빠른 발걸음으로 걸어 다니는 강남 한복판에서 유난히도 불안해하는 나는, 도시에서 살고 있는 시골쥐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여행 에세이 위주로 읽을 때 '사람을 여행합니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핑크색 커피 트럭을 타고 사람을 여행하던 작가를 보며 '나도 언젠가는 커피 트럭을 타고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라는 꿈을 꾸곤 했다
자연과 함께 유랑하는 삶, 어쩌면 내가 원하는 삶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은 지 벌써 5년 이상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람'과 '여행'이라는 키워드에 답답한 마음이 뚫리는 걸 보니 내가 진정 원하는 건 유랑하는 삶인 듯하다
"내가 왜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서"
어제는 정말 깊은 어둠의 기운이 내게 덮쳤다. 요 근래 새벽 늦게 잠들어서 일까, 매일 같이 출근하는 회사에서 인정받지도 못하고 내 마음을 함께 이야기할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였을까. 일에 대한 무기력과 삶에 대한 무기력이 한 번에 나를 집어삼키려 했고, 나는 일단 다 지나갈 것이라고 믿고 잠을 청했다
깊게 잠든 꿈에서, 오래전 제주에서 만난 작가님이 나오셨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7년 정도 되었을까, 제주 살이를 시작으로 작가님은 제주에서 여전히 그림을 그리며 가정을 이루어 살고 계신다. 작가님의 천사 같은 아이의 모습을 sns에 올려 주실 때마다 제주를 떠올렸고, 나 역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그리며 살아왔기에 유독 도시를 떠나고 싶다는 마음만이 가득 차 버렸나 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이 도시를 떠나기 위해서는 내가 잘하는 걸로 돈을 벌 수 있을 때까지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꼭 잘하는 게 있어야만 이곳을 떠날 수 있는 걸까?
계절을 여행하며 유랑하며 산다는 것은,
어쩌면 용기의 문제 일 것이다
유랑하며 살다 보면 나 자신과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걸 좋아하는 사람인지 더 선명하게 보일 것이며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는 내가 조금은 더 유연하고 단단한 마음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일단 해보는 것이다
내가 행동을 하기 전까지 생각이 많은 진짜 이유는,
모든 행동에서 잘하기를 바라는 완벽주의 성향 때문이었다.
조금 못할 수도 있고, 가끔은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조금씩 완벽주의 성향 대신 조금은 빈틈을 가지고도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잘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럼에도 무언가 시도해 보는 과정에서 나는 어제 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 테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오늘도 계절을 여행하며 유랑하는 삶을 꿈꾼다
봄에는 유난히도 아름다운 경주에 있을 것이며, 여름에는 강원도 해안도로 어딘가에 있고 싶다. 가을에는 억새로 반짝이는 제주에 있고 싶고, 겨울에는 포근한 통영에 있고 싶다. 계절을 여행하며 유랑하는 삶,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가득한 걸 보면 인생에서 한 번쯤 실행에 옮겨야 하는 일임이 분명하다
오늘부터 누군가 내게 꿈을 물어 온다면,
계절을 여행하며 유랑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요! 계절 속에서 마주 하는 사람들의 온기를 기록하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