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무겁거나,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압박감도 없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거나, 외롭다는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기대를 하고 상처를 받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여전히 세상과 사람에게 기대를 하고 상처받는 나에게 지쳐 가고 있는 시간들이었다
처음에는 "속상하다"라는 감정이 먼저 튀어 올랐다
함께한 시간이 길었던 친구의 이기적인 모습에 실망하며 속상했고, 갑작스럽게 건네받은 서운함이라는 마음에 나 역시 서운했고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수록 세상은 나에게 '너 언제까지 좋은 사람 인척 할래?'라고 비웃듯 잘 쌓아놓은 탑을 하나씩 흐트러 놓았다
두 번째 감정은,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그저 '그럴 수 있지'라고 인정하려고 노력하는 시간들이었다. '나 역시 그런 상황에서는 이기적으로 변할지 모르잖아?' 라며 애써 나를 이해시켰다. 내 기준에서는 그럴 수 없는 상황들이지만, 타인의 상황에서는 그럴 수 있는 상황들 이기에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을 자주 꺼내어 내 마음을 속이곤 했다
세 번째 감정은, "포기"라는 마음이었다
결국 모든 걸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도 한쪽이 아니라 양쪽의 노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상처가 되는 일들이 하나둘씩 쌓여가자 '그만하고 싶다'라는 마음만 남아 버렸다
모든 감정들이 스쳐 지나가는 시간 동안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스쳐가는 마음을 잡고 누군가에게 말을 할 수 없었고, 글을 쓸 수도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어떤 말들이 들리긴 하는데, 굳이 꺼내어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정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무 글도 쓰지 못하는 내가 남아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고 나서야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쓰고 싶어'라는 마음이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이제는 외면하지 말고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자'
내 마음이 어딘가로 흐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고 알고 싶지 않았다. 그 마음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를 알려고 하는 순간, 힘들었던 시간들이 더 힘들어질까 봐 두려웠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한 마음을 홀로 흘려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무겁게 느껴졌던 날들이 지나간다
내 삶의 단단함을 만드는 과정
지쳐있을 때마다 가장 그리웠던 건 바다 앞에서의 생활이었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바다를 만나고, 바다가 반짝이는 시간에는 바다 윤슬을 보며 책을 읽고, 저녁이면 매일 다른 매력을 안겨주는 붉은 노을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이 제일 그립고 그리웠다
'다시 제주에서 살 수 있을까?'
마음에 물음표가 가득해질 때면, 내가 가장 사랑하는 바다를 떠올리곤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다짐했던 20대의 시간처럼, 선택 앞에서 한걸음 더 용기를 낼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30이라는 숫자를 넘기고 돌아보니 20대의 용기와 경험들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 다시 한번 알게 된다. 무언가 하나를 놓으려고 해도 더 많은 책임감이 딸려 오는 오늘의 삶 앞에서 여전히 흔들린다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선명해진 덕분에 작은 꿈을 꿀 수 있는 거겠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조금은 선명해질 수 있었던 거겠지. 잘 흘러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흔들릴 때마다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을 다시금 돌아볼 줄 알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꾸준히 꺼내어 돌보는 내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은 날들
9월의 시작,
정신없이 흘러간 8월의 끝을 보내고 9월이 시작되었다
8월을 멋지게 마무리할 시간도 없이 갑작스럽게 9월을 만났다. 선선해지는 바람, 파란 하늘에 예쁜 그림을 그려놓은 듯한 하늘을 보며 내 삶의 가장 힘들었던 2018년 8월을 떠올려 본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던 나
차근차근해나가야 한다는 것은 잘 알지만 삶의 이유와 용기가 나지 않아 수없이 흔들렸던 높은 파도를 만났던 그날의 나를 떠올리며 9월의 시작 앞에 서있다
수없이 흔들렸던 그때의 내가 원했던 모습이 오늘의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같이 출근할 곳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언제든지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이동 수단이 생겼고, 마음을 흘려보내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오늘의 내가 있다
오늘의 내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흔들렸던 내가 원하던 삶이 오늘이었구나
지나온 과거에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지나온 과거를 기억하는 일도 꽤 중요하구나 싶은 날들. 내가 걸어온 길을 다시금 돌아보며, 내가 앞으로 걸어가고 싶은 날들에 용기를 내어 걸어 보는 일
새로운 시작에 너무 겁내지 말자
유독 생각도 많고, 겁도 많은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처음 한 발자국을 내딛는 일이 가장 두렵고 무섭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한 걸음씩 걸어가 보자. 처음 내딛는 이 한 발자국에 내 신발이 진흙탕이 되어 버릴 수도 있고, 아무렇지 않은 단단한 바닥일 수도 있다. '일단 해봐야 아는 일들'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다
'잘되면 좋고 아니면 다시 해보면 되지 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해 보는 내가 되고 싶다. 무언가 시도했을 때 큰 반응과 기대를 하기보다 시도했다는 도전 자체에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는 내가 되고 싶다
9월의 시작,
4개월이 남은 시점에서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들을 떠올려 본다. 내 삶의 초점을 두려고 노력했지만, 타인에게도 많은 주파수가 집중되어있던 날들을 흘려보낸다. 그리고 남은 시간들을 '온전히 나와의 약속'에 초점을 맞춰서 움직이며 단단해지는 삶을 경험하고 싶다
새로운 시작 앞에서 내 삶을 돌아본다
오늘의 나는, 내가 걸어가고 싶은 방향을 제대로 응시하며 단지 앞으로 묵묵하게 걸어 나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