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바다가 어디일까?' 근처 바다를 묻는 질문에 괜스레 마음이 아려왔다. 누군가에게 의지 하는 것보다 늘 홀로 씩씩하게 걸어가는 듯 보였던 친구. 늘 혼자 끙끙 앓고 지냈을 친구의 힘든 마음이 같이 떠올랐다
어른의 삶,
각자 감당해야 할 힘든 시간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내 사람들에게 힘든 시간이 찾아올 때면 마음이 잠시 흔들리곤 한다.
친구에게 가까운 바다를 알려주고 '힘내'라는 말대신 혼자 시간을 보내다 외로워지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말을 남겼다.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친구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것만 같은 미안함에 마음에 파도가 찾아왔다
오히려 친구가 힘들다며 펑펑 울었더라면, 아무 말 없이 꼭 안아 줬을 텐데. 나는 잘 알고 있다, 친구와 나는 힘듦을 이야기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사람들이기에. 친구가 힘든 시간을 훌훌 털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진심 어린 마음뿐이었다.
삶이 나를 포기한 걸까.
어제의 기분이 딱 그랬던 것 같다.
최근의 경험들로 나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지내고 있었다. 애써 웃으며 지냈지만, 삶이 나를 꼭 포기한 것만 같아 불안했고 초조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들이었지만, 힘든 시간들이 한 번에 찾아오면서 환경이 아니라 '나'를 스스로 미워하는 마음까지 생겼던 것이다.
여행 중에 크게 다칠뻔한 경험, 잘 살고 싶었을 뿐인데 누군가의 눈에는 가시가 되기도 한 경험. 매일 똑같이 살아가고 있는 내 삶에 안정감을 느끼기보다 마음의 불안이 찾아오는 경험들이 쌓여만 갔지만 잘 흘려보내지 못했다. 부정적인 마음들은 쌓이고 쌓여 결국 '삶이 나를 포기한 걸까?'라는 생각이 함께 자라났다
높은 파도에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려 하면 할수록 마음이 아파왔다
아름다운 하늘을 보고도 편하게 미소 짓지 못했다.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딱 그 정도였다. 삶에 대한 감사함이 줄어들었고, 내가 왜 삶을 이어 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져만 갔다.
삶을 부정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내가, 세상의 모든 것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차가 나에게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세상 사람들은 앞에서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라면, 나는 여태까지 내 삶을 돌보지 못하고 무엇을 한 걸까 싶은 허무함까지. 삶이 온통 흔들리는 시간 속에서 느끼는 무기력함까지. 불안하다는 마음은 결국 무기력함이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나에게 우울이 찾아왔다.
다행히 큰 사고가 되지 않았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사고가 나지 않을까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나를 부정하던 상사와 둘이 있을 때면 늘 불안했고 일에 집중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10년 전, 이상한 사람을 만났을 때 이후로 처음으로 정신 병원을 찾았다
'선생님 저 괜찮은 거죠?라고 묻기 전에 스스로 문답지에 체크를 하면서 느꼈다. '나 지금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구나..' 가족들 사이에서도 불안함을 자주 느꼈고, 회사 생활은 불만족스러웠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걸어왔던 삶에 부정적인 사건들이 더해지니 결국 나는 완전히 소진되어 버렸던 것이다.
현재의 상태를 테스트하는 기계가 있었다.
결과지를 보며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난 직후에 왔다면 아마 분노와 스트레스가 가득 찼을 텐데 현재의 나는, 반대로 많은 것을 내려놓은 듯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씀하셨다. 눈물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화가 난 상태를 이어 오다가 결국 모든 걸 포기하고 말았으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현실에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도 꽤 심각하게 말할 수 없었던 말들, 나는 삶을 부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좋아하는 언니를 만났다.
만나지 못했던 시간 동안 언니에게 찾아왔던 아픔들을 유쾌하게 꺼내어 놓던 언니의 모습, 힘들었다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며 웃어 보이는 언니의 모습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힘든 시간들이 분명 있지만 그럼에도 언니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언니를 보며 내가 좋아하는 단어가 절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해냈군요!' 마음이 든든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언니에게 작은 선물을 보냈다.
'언니 이거 먹으면서 씩씩하게 지내다가 다시 만나요!' 내가 언니에게 줄 수 있는 건, 언니를 향한 진심 어린 응원의 마음뿐이다. '힘내'라는 말대신, 언니가 찾은 소소한 행복을 마음껏 누리며 언니의 삶에 다정한 마음들이 가득 피어나기를 바라며. 그저 잘 살고 싶었던 우리의 삶에 다정한 행복들이 자주 찾아오기를 바라던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꼈다.
결국 우리는, 그저 잘 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살고 싶은 마음에 삶을 더 깊게 들여다 보고, 경험하고, 타인과의 관계에도 집중하다 보니 아픈 일들이 더 많이 생기는 것뿐이겠지. 가끔은 우리를 아프게 하지만 결국 우리는 그 마음을 먹고 자라 더 씩씩한 어른이 될 것이다. 잘 살고 싶은 마음을 오래오래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날.
힘든 시간들을 애써 부정하며 애써 웃으려고 했던 시간들이 나에게는 얼마나 버거웠던 것일까. 나를 돌아보는 시간들을 잠시 잊고 지냈던 나에게 미안해졌다. 삶을 살다 보면 아픔은 나를 자주 찾아올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삶 속에서 가끔 넘어진다고 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씩씩하게 걸어가 보자. 어떤 상황 속에서 가장 먼저 '나'를 탓하지 말자.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행복들을 찾아 마음껏 누리며 살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