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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슬 Aug 10. 2024

고양이까지 다정했던 나홀로 여름 강화도 여행

: 나 홀로 여행, 강화도 5박 6일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강화도로 떠나기로 한 이유


오랜 비가 계속되었다. 온몸이 욱신욱신, 어디를 갈까 하다가도 많은 비에 여행을 떠나기가 어려웠다


8월, 몸이 근질근질해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경험이 필요한 순간, 나는 어디로 떠나야 할까 고민하다가 강화도가 떠올랐다. 게스트하우스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새로운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영감을 주고받는 공간이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있던 강화도. 출발 전전날, 며칠을 갈지 고민하다가 하나 남은 자리를 예약하고 무작정 짐을 싸기 시작했다



홀로 강화도로 떠나 온 날, 생각보다 먼 거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오, 이럴 거면 강원도를 갈걸 그랬나?' 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강원도 떠올리기도 했다. 처음 숙소에 도착해 본 초록초록한 숲. 햇살이 비쳤고 자연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가 보이는 곳을 더 좋아했는데 이번에는 숙소 창문에서 온통 초록초록한 풍경이 보였다. '평온하다' 숙소는 평온하다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내가 배정받은 방은 4인실 도미토리 룸이었다

생각보다 작은 룸에 20인치 캐리어가 너무 커 보였다. 정말 다행이었던 건 1층 침대를 배정받았다는 점이었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잠시 침대에 누워 고민을 했다. '정말 아무 계획도 없는데, 오늘은 뭘 해야 할까?' 파워 계획형으로 대부분의 계획을 짜고 여행을 오는데 이번에는 아무 계획을 짜지 못하고 강화도에 온 것이다. 그것도 인생 처음으로 강화도에 온 것이다.


일단 배부터 채우기로 했다. 숙소 근처에서 생고기 김치찌개를 먹었다. 사장님은 우리 엄마 나이 또래 정도 돼 보이셨다. 친절하셨던 사장님과 식당의 유일한 손님이었던 나는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었던 것 같다. 밝은 사장님 덕분에 강화도의 첫인상이 더욱 좋게 느껴졌다.


룸메이트가 있으면 좋은 점

매일 밤 회고 시간에 모여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내 이름과 비슷한 룸메이트를 만났다. 괜스레 반가운 마음이 가득해 내일 일정을 자연스럽게 물었고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숙소에 돌아와 씻고 이야기 꽃이 피었다. 내일 가는 룸메이트가 있어 자연스럽게 넷이서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점심 메뉴는, 강화도에서 유명하다는 밴댕이 었다.

밴댕이라, 속이 좁은 사람을 밴댕이라고만 할 줄 알았지 이렇게 밴댕이 음식을 먹게 되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여러 명이 간 덕분에 밴댕이 회부터 무침, 구이까지 모두 먹을 수 있었다. 밴댕이는 꽤 담백한 맛. 사실 '엄청 맛있다'라는 느낌보다는 '이런 맛이 밴댕이구나'라는 생각 정도였다



강화풍물시장, 내가 간 날은 7일이라 장이 열리는 날이었다

상설장은 물론 야외에도 장이 들어섰다. 무더운 날씨, 밖은 빠르게 둘러보고 안에서 한 바퀴를 돌아보았다. 엄마가 사 오라고 했던 밴댕이 젓갈도 가득했다. 삼삼오오 모여 시장 구경을 하고 오늘 체크아웃을 하는 게스트들에게 인사를 나누었다. '잘 가요! 언젠가는 또 만나요' 라며. 우연히 만난 사이, 또 언젠가 인연이 될지도 모르는 사이니까.


룸메이트가 있어 든든하고 즐거운 하루였다


사실 좁은 공간에 이층 침대 2개가 들어간 4인실을 사용하는 건 불편한 일이 맞지만 룸메이트들이 있어 많은 정보를 나누고, 일정이 맞으면 함께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나 역시 처음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을 때는 대부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돈을 절약하기 위해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곤 했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홀로 숙소를 잡으며 여행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배려하지 않고 홀로 편하게 쉴 수 있다는 점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졌으니까.


한번 숙소를 잡고 여행을 하다 보니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는 일이 어렵게 느껴졌다


누군가와 한방에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자야 한다는 사실이 또 어색하게 느껴져 몇 년 동안 게스트하우스에 가지 않았다. 정말 몇 년 만에 온 게스트하우스, 오랜만에 온 이곳에서 낯선 공기가 가득했던 게스트하우스를 떠올려 본다. 예전보다 다정하게 느껴지는 곳, 게스트하우스에 오기를 잘했다.


강화도 사람들이
유독 친절하게 느껴졌던 이유

하루를 정리하는 회고 모임 시간에, 강화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첫 회고날 에그타르트집을 운영하고 계신 사장님께서 회고모임에 참석하셔서 에그타르트를 하나씩 선물로 주셨다. 다음 날 우리는 식사를 하고 사장님께서 운영하시는 에그타르트집에 방문했다. 노랑노랑한 공간, 햇살이 따스한 공간, 에그타르트가 구워지는 향이 달달하게 느껴지던 공간. 에그타르트가 맛있기도 하지만 사장님의 가게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겨 있던 공간이었다


담백하고 진솔한 이야기, 사장님의 담백한 친절이 참 좋았다

차를 끌고 나오는 길, 밖에서 우리 차가 지나갈 때까지 인사를 해주시던 사장님의 모습에 강화도는 사람들이 참 다정하구나라고 느꼈던 날. 친절함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비롯된 걸까.



그나저나 갓 나온 에그타르트는 오동통한 크림치즈가 매력적이었다.

강화도의 쑥이 들어간 에그타르트는 정말 최고, 오래오래 생각날듯한 맛이다. 노랑노랑한 시간을 보내고 각자 여행을 떠났다. 함께이면서 또 혼자가 되기도 하는 여행, 이번 여행이 더욱 좋았던 이유이지 않을까.



홀로 책방을 찾아갔다.


여행 중 우연히 고른 책은 또 다른 의미가 되기도 하니까. 책을 고르고 있는데 어디서 '야옹, 야옹' 소리가 난다. 갈색의 오동통하고 귀여운 고양이가 옆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듯하더니 이내 내 앞에 푹 앉기 시작했다. 오동통 하고 귀여운 고양이라니, 앞에서 얼굴을 열심히 훑더니 자신의 위치로 갔다가 다시 나에게 왔다가를 반복했다


'책즘 고르고 놀아줄게!'

귀여운 고양이 덕분에 책을 고르는 일이 더 가벼워졌다. 사장님께 책 결제를 부탁드렸는데 혼자 여행을 오신 거냐며 물으신다. 혹시 근처에 갈만한 곳이 있는지, 일몰은 어디서 보는 게 좋을지 여쭤보았다.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책방을 나왔다. 사장님께서 먼저 혼자 오셨냐고 물어보시지 않으셨다면 내가 먼저 물어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오늘 만난 분들이 모두 친절하다는 생각이 가득했던 날.


사장님 옆에 앉아 있던 야옹이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야옹이! 다음에 또 만나!'라고 인사를 하고 책방 문을 닫았는데. 어디선가 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문을 닫았는데 야옹이가 다시 문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야옹, 야옹' 어디를 가냐고 나에게 이야기하는 듯했다. '안녕! 야옹아, 잘 지내고 있어!' 문 사이로 야옹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야옹이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한참을 야옹이를 쳐다보다가 책방을 나왔다.


'아니, 강화도는 고양이까지 이렇게 다정하다니. 이건 반칙인데'

오늘 하루 친절함과 다정함이 가득했던 하루, 강화도는 정말 친절한 섬이구나 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던 날.



울릉도가 떠올랐던 강화도, 초록초록한 풍경과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오늘 하루를 정리했다

일기장에 친절하다는 이야기가 가득했던 날, 정말 강화도는 친절함이 가득했던 섬이었다.



반짝반짝한 윤슬과 예쁜 석양을 만났다

'정말 예쁘다!' 반짝반짝한 석양, 오랜만에 보는 일몰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강화도에 오기를 잘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행의 매력, 어쩌면 내가 너무 익숙한 여행만 고집한 탓일까. 이렇게 처음 오는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경험을 쌓아 가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배우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하루의 회고를 마치고 잠깐 라운지에 모여 여행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강화도에서 만난 분들은 정말 한 분 한 분 다 친절하시더라고요!" 오늘의 친절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현님이 친절하게 하셔서 같이 친절하신 게 아닐까요?'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내 친절함이 먼저였고 강화도에서 만난 분들의 친절함이 그다음이었구나. 내가 먼저 친절함을 베풀었기 때문에 나 역시 친절함으로 선물을 받았던 거구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마음속에 더 깊게 자리 잡을 듯하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에게 내가 먼저 친절함을 건네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친절함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강화도의 친절함 덕분에 여행의 모든 날들이 참 좋았다. 그 친절함의 대부분도 내가 만들어 갔다는 것, 더 친절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솟아 나는 시간이었다.


 "이 섬이 당신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거예요"

첫날 받았던 일기장에 적혀 있던 문구, 정말 강화도가 좋은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처음 와 본 강화도, 처음 경험하는 모든 경험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던 시간.

새로운 경험이 나에게 또 다른 새로운 시간들을 선물하게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혼자 떠나기 좋은 강화도,

강화도에서 다정함을 배워 갑니다.


또 만나요 강화, 좋은 기억으로 가득한 섬으로 기억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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