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현 Mar 02. 2020

나의 진짜 인연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된다면

상처 받고 나를 아프게 했던 사람들 덕분에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집에서는 가족들을, 회사에서는 직장 선후배와 동료들을,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마주하며 살아왔고 이제는 여행에서 만나고 동호회에서 만나고 우연히 알게 된 이들과의 관계까지 - 학창 시절 우리에게 인간관계는 '친구가' 전부였다면 이제는 수많은 관계에서 우리는 때로는 언니, 오빠 때로는 친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직장 선, 후배 사이가 되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많아진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 가까이 되어 가는 것 같은데도 여전히 나는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고 사랑을 받으며 살아감을 깊게 느낀다




아무것도 몰랐던 때는

함께 웃고 있는 사람은 전부 나의 편이라고 생각했다


사회초년생이었던 나는, 복잡한 관계 속에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고 살아간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회사 동료는 친구를 사귀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노력을 알아줄 것이라 생각했고, 나의 순수한 마음을 알아주길 기대하며 그들과 가깝게 지내려 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갔던 나를 더 이용하려고만 했던 사람들 앞에서 와르르 무너져 내린 날들이 많아졌다. 부당한 일을 건네는 이를 미워해야 했는데 그 당시에는 무조건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한 나의 잘못 인 것만 같았다. '이건 제가 할 일이 아닌 거 같은데요'라고 말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내일은 또 어떤 무거운 일들이 생길까 걱정하며 잠들었던 날들이었다





누군가의 부정적인 마음을 건네받는 일들이 많아졌고,

사실 나는 단단하지 못한 나의 마음을 탓하며 자주 무너져 내렸다


회사에서 무너져 내렸던 마음은 어쩌면 많은 교류가 없었기에 마음을 정리하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회사 밖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날아온 화살은 나를 더 아프게 만들었다


어느  순간 나의 배려는 그들에게 당연한 배려가 되어있었고, 오히려 내가 배려하지 않는 순간 어떤 이는 서운하다며 말을 걸어왔다. 누군가에게 서운하다, 속상하다 라는 말을 잘하지 못했던 나는 당황스럽다는 생각만 가득했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그들의 이기심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앞으로는 사람을 쉽게 믿지 않아야지






회사에서도, 일상에서도 사람을 쉽게 믿지 말아야지 다짐했지만 나의 삼십 년은 한순간에 바뀌지 않았다. 사람을 경계하며 사람을 믿지 않고 있을 때 한 동생을 만났다. 나처럼 밝아 보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상처가 있는 표정을 하고 있었고, 그녀는 공적인 자리가 끝나면 사적인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듯 빠른 걸음으로 나와의 대화를 차단시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 역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사적인 말을 건네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나의 지난 생일을 축하한다며 작은 목걸이와 손편지를 건넸다. '참 예쁜 사람이다'라고 생각했고, 그날부터 그녀와 함께 걷는 시간이 늘어갔다


우리의 공적인 자리는 끝났지만 나는 여전히 그녀와 사적으로 만나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안아주고 사랑하고 있다. 지나고 그녀에게 들었던 이야기였지만 그녀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너무 많아 사람을 믿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던 시기였다고 한다. 나 역시 그녀를 만났던 때는 그런 시기였다, 사람에게 지쳤고 사람에게 실망이 가득했다


그녀와 나는 똑같은 상처를 안고 서로를 바라봤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준 그녀에게 여전히 고맙다. 여전히 나의 진짜 행복을 바라 주는 그녀의 빛나는 눈동자, 내가 힘든 일이 있을 때 기분이 꼭 롤러코스터를 탄다고 이야기하면 '언니 옆에서 함께 롤러코스터를 탈게요. 꼭 이야기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예쁜 그녀의 마음


그녀와 나는 참 닮은 사람이었다


사실 나는 그녀 덕분에 사람을 다시 믿기 시작했다. 내가 뾰족한 가시를 세우고 있어도, 나에게 다가와 나를 안아주었던 따스한 마음. 그 마음 덕분에 나는 사람에 대해 다시 한번 용기를 낼 수 있었고,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들 때문에 예쁜 이들의 마음을 놓치지 않기로 했다






나의 진짜 인연을 알아보는 눈은 사실 한눈에 길러지지 않을 것이며 사실 그 눈이 백 프로 진짜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우리 는 서로 다른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때로는 서로의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순간에는  서운한 마음이 차오를 수도 있고 어떤 순간은 싸움으로 번져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꽁꽁 숨어 진짜 내 사람을 마주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역시 수많은 순간에 상처를 받아 사람을 믿지 못하고 울었던 날들도 많았지만, 어쩌면 울고 속상했던 시간들 덕분에 진짜 내 사람을 알아볼 눈을 가지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사랑스러운 모습부터 한없이 낮은 마음을 가진 모습까지도 여전히 사랑해주고 응원해주는 고마운 이들의 마음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살아갈 힘을 얻는 요즘


사람을  믿는다는 이유로

더 많이 상처 받아서 속상하다고 말하는 이에게

나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우리는 사람을 더 믿는 사람이었기에 어쩌면 진짜 내 사람을 알아보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던 게 아닐까


요즘에 내 주변을 돌아보면 나의 마음을 나누고 싶은 이들이 함께한다, 흔들렸던 덕분에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이들이 더 확실해졌고, 그들에게 나누는 사랑 온전히 내 마음에서 우러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이야기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을 믿고 있는 그대는

자주 상처 받고 사람을 믿지 않으려 노력해 본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안다. 순수한 마음을 여전히 잃지 말고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주변에는 진짜 내 사람들만이 함께 하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며 살아가 보자


오늘도 내일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믿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인생이니까, 여전히 부족한 내 곁에서 사랑해주는 이들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은 온전히 우리의 노력이었을 테니까


긴 시간 돌고 돌아 마주한 나의 진짜 인연들과

울고 웃으며 함께 걸어가 보려 한다, 잘 부탁합니다 내 사람들

매거진의 이전글 낯선 이에게 느끼는 배려심과 불쾌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