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현 Nov 02. 2020

무례한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면 생기는 일

친절한 마음씨를 안고 살아가는 다정한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호의 :
친절한 마음씨
또는 좋게 생각하여 주는 마음



관계에서 오는 회의감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때

어렸을 적에는 지금보다는 한정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왔다.


초, 중, 고, 대학교를 다니면서는 넓은 관계보다 한정적인 관계에서 생활하면 되었고, 성인이 되고 나서는 직장에서, 친구와의 관계에서, 연인과의 관계 등 다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 이전보다 더 넓은 관계를 맺으면서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또한 나의 몫이라는 걸 실감하고 있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관계에 대한 고민이 빠지지 않는다

수많은 관계에서 오는 회의감이 상처가 되기도 한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나 역시 수많은 관계를 이어가면서 다양한 사람을 마주했고, 상처 받고 또 많이 행복하기도 했다.


혼자 살아갈 수는 없는 삶이기에,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 울고 웃으며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기도 한다


보통은 내가 잘해주면, 상대방은 나의 호의를 당연시 여기고 더 많은 것을 바란다거나 꽁꽁 숨겨놓았던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거나 하는 본인의 진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고 심지어는 나의 호의를 만만하게 보고 무시하는 사람도 나타나기도 한다


상대방에게 나는 그렇게 소중한 존재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눈앞에 보이지만, 우리는 꽤 깊은 사이라고 믿고 살아왔던 나는 상대방이 잠깐 예민할 뿐이라며 애써 관계의 끝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도 했다


관계의 낭떠러지 앞에서야 우리는 서로의 진짜 얼굴을 확인하고 뒤돌아 자신의 길을 걷는다.


상대방이 나의 호의를 호의로 알아차리고 고마워할 줄 아는 다정한 사람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지만, 나에게 상처가 되는 말과 행동을 보이는 이들의 무례함 덕분에 우리의 관계는 딱 거기까지 였던 것이다


믿었던 사람이, 나에게 호의적이었던 사람의 진짜 얼굴이 내가 상상하던 모습이 아니더라도 너무 상처 받거나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관계는 여기까지가 아니라고 믿으며 끊어져가는 줄을 잡고 있던 위태로웠던 상태에서 결국 그 이후의 어떤 사건으로든 우리의 관계는 끝이 났을 테니까 말이다


한쪽에서만 노력하는 관계는 오랜 시간 유지될 수 없으니까.






호의를 베풀면 상대방의 진짜 얼굴이 보인다


나는 항상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며 살아왔다


누군가 나의 호의를 이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호의를 이용하기보다 호의에 감사하는 사람이 더 많을 거라며 세상을 아름답게 보려고 노력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호의적인 사람이 되려고 했었다.


하지만, 역시나 호의를 베풀면 누군가의 진짜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오늘은 직장에서 오전 업무를 보고 있을 때였다. 작은 부탁을 시작으로 자신의 일을 조금씩 미뤄오는 직장 동료를 발견했다. 이전에도 스스로 해야 할 일인데 나에게 자꾸 부탁을 하길래 일이 많이 바빠서 라고 생각하며 부탁을 들어줬다


한 번은 다음번에는 업무처리를 스스로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적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역시나 또 나에게 업무를 미루기 시작한다. 부탁을 하던 동료는 이제는 당연하는 듯이 나에게 업무를 미루는 모습을 보고, 단호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알아서 처리해주세요"


상대방의 무례함에 최대한 단호하게 감정을 억누르고 얘기했지만, 이와 중에도 타인의 기분이 상하지는 않을까 조금은 걱정하던 나를 보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어본다. 내가 용납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대한 친절하려고 했던 나는, 어쩌다 이렇게 나보다 상대방의 기분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 걸까 생각하며 타인의 무례함까지 걱정하는 호의를 보이지는 않겠노라고 다짐해본다.


수많은 관계에서 친절한 사람이 되는 잃은 옳다.

그러나 무례한 사람에게까지 호의를 베풀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한쪽에서만 애쓰는 관계라면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 놓았을 때도 여전히 머물러주는 관계도 존재하니까


내가 너무 호의적인 사람이라 상처를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이들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자주 보이는 우리는, 마음이 다정한 사람들이니까


이십 대에 다양한 관계를 맺으면서 배웠던 하나를 오래오래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고 있다


상대방에게 건넨 호의가 무례함으로 돌아온다면 그 관계는 무조건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 때로는 내려놓아야 할 관계도 존재한다는 것.


나를 소중히 생각해주는 관계는 내가 건넨 호의를 호 답으로 보답한다는 것, 나의 상황이 힘들어 관계에 조금 소홀해지더라도 언제나 내편이 되어주고 늘 내 곁에 머물러 준다는 것.


나는 그렇게 사람을 통해 삶을 배우고, 소중한 사람들을 안고 살아가는 중이기에

오늘도 친절한 마음씨를 안고 호의적인 사람으로 살아가려 한다.


세상에 친절한 마음씨를 가진 다정한 이들이 상처 받지 않고

오래오래 다정한 마음을 안고 살아갈 수 있기를 -


오늘도 호의를 감사함으로 받아들이고 나를 안아주는 이들에게 더 많은 호의를 베풀며 살아가자고 다짐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진짜 인연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된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