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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현 Sep 08. 2020

낯선 이에게 느끼는 배려심과 불쾌함

생각지도 못했던 순간에 배려심을 느끼기도 하고 불쾌함을 느끼기도 한다

일상에서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순간들이 있다


하나는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고

또 하나는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불쾌함을 가득 느끼는 순간이다.


분명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은 비슷한데 정신적으로는 두 개의 상황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잠시만요'


꼭 급한 순간에 엘리베이터 문이 굳게 닫히려고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


닫히던 문이 다시 열리는 마법 같은 일을 보며 '감사합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허리가 절로 숙여진다. 정말 급한 순간일수록 더 고마움을 느끼곤 한다


어쩌면 혼자만 빨리 올라갈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닫힌 문을 다시 열어주는 고마운 이의 마음은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생각까지 번지게 만들곤 한다. 모르는 이의 배려는 나도 다음 기회에 꼭 누군가에게 일상에서 원더우먼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갖게 만드는 신비로운 일이구나 라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또 다른 경우로는 앞에 지나가는 사람이

뒤따라 오는 모르는 이를 위해서 문을 잡아 주는 경우다


내가 짐이 많아서 문을 열 수 있는 손이 부족해 당황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일상 속에서 배려라는 단어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은 뒤에 따라오는 모르는 이를 위해서 자신의 따듯한 마음을 한번 더 사용하기도 한다. 모르는 이를 위해서 굳이 배려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일상에서 배려심이 가득 묻어나는 행동들이 습관이 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게 선한 일을 전하는 사람들 덕분에 나도 배려심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하는 날들이 있다


누군가의 배려심이 느껴지는 행동 덕분에 심장이 쿵 하고 행복함을 느꼈던 날들








반대로 모르는지 때문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순간도 있다


지하에서 고층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한층 올라가 세명의 사람이 탔다. 나는 혼자 엘리베이터를 탔고 그들은 세 명이서 엘리베이터에 탔다. '깔깔깔'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이미 엘리베이터에서 얼른 내리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득해진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보고 '깔깔깔' 웃고 있는 것일까" 폐쇄 적인 공간과 1:3이라는 숫자만으로도 나는 공포심이 느껴진다. 내가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고 내가 내리자마자 한 사람이 "꺄" 소리를 지르며 엘리베이터는 그렇게 문을 닫은 채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뒤에서 느껴지는 불쾌함과 혹여나 나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인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기 시작한다


앞만 바라보고 있는 나와 뒤에서 나를 보며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이들의 표정이 불쾌했다. 엘리베이터에서의 몇 초가 불쾌함이 가득해져 버렸다. 하나의 상황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를 더 예민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지 않을까 생각했던 순간이었다.






8년 전, 모르는 이에 의해서 굉장히 불쾌한 트라우마가 하나 생겨버렸다


21살 여름이었을 것이다. 더운 여름 낮을 보내고 조금 선선해지는 저녁 시간, 친구와 함께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주말 저녁 10시, 주변을 경계하면서 걷고 있긴 했지만 이십 대의 나는 생각보다 겁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는 집으로 귀가하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만 가득했다. 나 역시 다시 휴대폰 문자에 답장을 하며 길을 걸고 있을 때 누군가 뒤에서 나의 입을 한 손으로 꾹 막아버렸다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고 그 사람은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고, 겨우 엄마에게 마중을 나와달라고 부탁해 경찰서에 신고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뒤늦게 전해 들은 사실은 배달 중이셨던 분이 나와 그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중 내입을 막았던 사람이 도망을 갔던 것이었다


나를 도와준 그분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더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하다. 그래서일까, 좁은 공간에서 낯선 이와 함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낀다. 무서워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불쾌함을 넘어서 두려움까지 간다는 사실이 나를 더 작아지게 만드는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우리는 수많은 순간들을 마주하고 수많은 사람들과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마주하며 살아간다


누군가의 배려심에 따스한 마음을 선물 받기도 하고

누군가의 알 수 없는 장난에 불쾌함과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가기도 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기사가 발행되고 좋은 이야기보다 마음을 아프게 하는 기사들이 더 많이 보이기도 한다. 자신이 힘들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면서 도대체 어떤 심리일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가 낯선 이에게 관대해지지 못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서글프기만 하다


그럼에도,

일상 속에서도 타인에게 배려심을 더 많이 보여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하루하루 나의 삶을 살아가느라 바쁜 건 분명하지만, 모르는 누군가가 나에게 준 배려심과 따스한 마음을 나도 누군가에게 나누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선한 영향을 주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힘들었던 어떤 이도,

모르는 어떤 이의 소소한 배려에 또 살아갈 힘을 얻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다


여전히 우리는 수많은 순간에 배려심을 느끼기도 하고 불쾌함과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지만 이왕이면 배려심과 따스함을 더 많이 느끼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소소한 행동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에 따스한 마음을 선물한다면 그 마음이 또 누군가에게 전해지고 전해지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상처가 가득한 세상에서 소소한 마음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는 우리이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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