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업을 갖고 좋은 남자를 만나면 된다"라는 하나의 공식 같은 이야기
과연,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업을 갖고 좋은 남자를 만나면 나는 오래오래 행복할 수 있을까 생각했던 날들
어린 시절에는 좋은 대학교를 가면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좋은 직업을 가지면 나의 인생은 조금 더 행복에 가까워질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좁을 수밖에 없었던 인간관계와 지금처럼 많은 정보가 없었던 나의 어린 시절에는 온전히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가 정답인 줄만 알고 살아왔던 시간들이 존재했으니까
인생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 척척 이루어지는 마법 같은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과목만 열심히 공부하던 나는,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에는 갈 수 없었다. 대신 학교를 정할 때 내가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곰곰이 고민했고, 나의 로망이었던 직업과 가까운 공부를 할 수 있는 과를 선택해서 대학에 입학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철저하게 내가 원하는 방향을 고민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 내가 하고자 하는 공부를 말이다 (물론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대학교의 공부가 무조건 직업으로 연결되는 마법은 없었던 건 사실이다)
과연 이렇게 행복한 직장인이 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했던 나는, 이십 대에는 무조건 좋은 직업을 가져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은 항상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의 나에게 좋은 직업의 기준은 누군가에게 나의 직업을 얘기했을 때 "아"라는 감탄사가 나와야 했고, 출퇴근이 정확해야 했고, 월급도 평균 이상이어야 했다
이세가지를 충족할 수 있는 직업이라면 어느 정도의 행복하며 인생을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하나의 직업을 갖게 되고 입사 외 퇴사를 반복하면서 나는 또 다른 딜레마에 빠지고 말았다. 실제로 직장인이 되어보니 나의 이상적이었던 직업관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몸소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출퇴근 시간이 정확하지만 월급이 적은 직장인이 돼 보기도 했고, 몸은 힘들지라도 일하는 자체가 행복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업무도 있었다. 월급이 높아질수록 나의 여유로운 시간은 잊어야 한적도 있었으며, 스케줄 근무로 남들이 쉬는 날에 일을 나가야 하는 날들도 있었다
여섯 번의 퇴사를 경험해 보고 나서야 조금이나마 나를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직업은 어딘가 꽁꽁 숨어 있을 것이며,
무조건 행복한 직장인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여섯 번의 퇴사를 하면서 매번 열병을 앓았다
매번 면접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으면서 '내가 이렇게 쓸모없는 사람이었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마음이 건강할 때는 한두 번의 불합격 통보는 '이 정도쯤이야' 라며 웃으며 훌훌 털어 버릴 수 있었지만, 여러 번의 불합격 통보는 나를 점점 더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했지만 경제적으로 통장잔고가 점점 줄어 가는 일
매일 밤 업데이트되는 공고에 입사 지원을 하고 다음날 면접 일정을 잡기 위한 전화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
정성껏 적어 내려 간 자기소개서보다 나의 이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에서 오는 상실감
겨우 잡힌 면접에서도 당당하지 못하고 주눅 들어 있는 내 모습을 마주하는 일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나의 병든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고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묻는 일이 점점 더 두려워졌다.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오면 "괜찮아, 더 좋은 곳으로 가려고 이렇게 빙글빙글 돌고 있는 거겠지"라며 애써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집으로 돌아와 늦은 밤이면 내가 한없이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 가는 것만 같아 점점 더 마음의 병은 깊어졌다
늦은 밤이면 자주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와 눈물이 흘렀고, 해가 뜨는 시간이 두렵기만 했다
자주 넘어지다 보니 일어나야 하는 일이 얼마나 큰 용기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인지 알게 되었으며,
잦은 퇴사는 곧 나의 직업적 이력에도 좋은 일은 아니었기에 나는 점점 더 무서웠지만 퇴사 때마다 나에게는 분명한 이유들이 존재했고, 그것 또한 나에게는 경험을 통한 배움이었다
일곱 번의 입사를 통해 나는 여전히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십 대에는 나는 꼭 특별한 사람인 것만 같아 나의 에너지를 회사에서 분출하고자 했던 욕구가 컸던 것 같다. 흔들흔들한 삶을 살다 보니 이제야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조금씩 알아 가고 있다, 서른. 어렸을 적에는 서른이 되면 완벽한 커리어 우먼이 될 줄 알았지만, 여전히 나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을 하며 나의 인생을 채워 나가고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놓지 않고 살아가려고 애쓰며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이십 대라는 시간을 지나 서른이 되어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회사원으로 살아가야 한다면 어떤 부분이 중요하고 어떤 부분이 덜 중요한지 스스로 고민하게 되었고, 실제로 서른이 되어보니 체력적으로도 예전 같지 않아 쉬는 날에는 온전히 쉴 수 있어야 하고 떠나는 일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여행을 갈 수 있는 시간들도 주어져야 한다는 사실 또한 일을 하면서 놓칠 수 없는 부분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어쩌다 보니 나는 여섯 번의 퇴사를 감행하게 되었지만
여섯 번의 퇴사는 나에게 깊은 고민을 통해 내린 결정이었다
나에게 퇴사와 입사의 반복은, 많은 용기와 노력이 필요했던 시간이었다. 공백기에는 나 홀로 긴 터널을 걷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나 홀로 뒤떨어진 것만 같은 불안함에 조급해지기도 했다. 일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직업이 없던 시절에는 나는 누구 인가라는 생각을 놓을 수 없었다
이십 대에는 나의 잦은 퇴사가 실패한 삶이라는 생각까지 들었고, 매번 가면을 쓰고 다른 면접자들과 경쟁을 해야 했던 시간은 나에게 두려움으로 가득 차 쿵쾅쿵쾅 두려움의 심장소리가 가득했던 날들이었다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가 있다면,
조금 더 넓고 깊게 바라보고 선택했으면 좋겠다
현재 내가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진짜 이유를 조금 더 깊게 들여다봤으면 좋겠고, 잠깐의 힘듬으로 퇴사를 감행하고 후회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나 같은 경우는 나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퇴사를 한 경우도 있었고, 누구도 '쉽지 않을 거야'라고 했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 최선을 다했지만 나아지지 않는 상황과 나의 성향과 맞지 않아 후회가 없을 때 퇴사를 선택했다
물론, 일상의 무료함이 들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을 때 깊게 고민하지 못하고 퇴사한 경험이 있긴 하지만 - 그 당시에는 내가 퇴사를 선택한 일에 자책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넘어지는 시간을 경험했기 때문에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일상을 더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선택과 집중은 모두 자신의 몫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스스로의 인생이기에 당신의 인생을 응원해주고 싶다, 누구보다 소중한 스스로를 위해 고민했을 것이고 스스로의 인생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흐를 수 있도록 아낌없이 애정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누군가의 말에 흔들려 선택하기보다 나와 조금 더 가까이 대화해보고 결정했으면 좋겠다
이십 대를 지나 보니,
나에게 이십 대는 유난히도 방황이 많았던 시절이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삼십 대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더 선명해졌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이 조금 더 선명해져 수많은 것들 중에서 선택하는 일이 조금 더 수월해졌으니 분명 값진 경험이었음은 분명하니까 -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리는 그 속에서 인생을 배우고 나를 배우게 되지 않을까
나는, 인생은 여행과 닮아 있다는 말을 믿고 살아가고 있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의 수많은 선택지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건 오롯이 나의 몫이고, 인생의 수많은 갈림길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일 또한 온전히 나의 몫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조금 더 넓고 깊게 고민하며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