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동안 백문백답을 통해 나를 알아가기. 첫 번째 질문.
삼십 대를 맞이 하니 내가 도통 누군지 잘 모르겠다.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이 낯설기만 하고 두렵다. 그래서 결심했다. 매일 나에게 아무 질문을 던져 솔직한 답변으로 나를 알아가기.
내가 좋아하는 책은?
좋아하는 책은 나이와 시기별로 바뀌는 취향과 같아서 가장 좋아하는 책을 꼽는 건 어려운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대학교를 졸업하고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하지만 가장 최근 들어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은 Melinda Nadj Abonji의 "비둘기가 난다 (Fly away, Pigeon)"라는 소설이다. 배경은 80~90년대쯤인 것 같다. 주인공의 부모님은 유고슬라비아 출신으로 당시 어수선한 분위기를 피하려 스위스로 이민을 왔다. 하지만 새로운 둥지인 스위스는 외국인인 주인공과 가족들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세탁소로 시작한 타국살이는 어느새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카페로 성장하고, 어느 조그만 스위스 소도시의 주민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과 음료를 대접하는 곳이 되었다. 십 년 넘게 새로운 고향의 일상을 살아나가고 있지만, 그들은 외국인 취급을 당하고 인종차별도 당하게 된다. 이민 당시 어린아이였던 주인공은 현재 고향인 스위스와 추억의 고향인 유고슬라비아 사이를 오가며 성장통을 겪게 된다.
소설은 독특한 방식으로 쓰였다. 의식의 흐름처럼 주인공의 생각과 시선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래서 소설은 챕터로 나눠지지 않았다. 쉼표와 마침표만 있을 뿐이다. 간간히 질문이 나올 때 물음표를 볼 수 있지만, 느낌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끊임없는 주인공의 생각은 미세하게 움직인다. 불안에 떨거나, 외로워서 추위를 타고 얼음이 된 것 같이 꽁꽁 얼기도 한다. 아니면 사랑에 빠져 안개처럼 흐려지기도 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이유는?
글쎄. 그냥 자연스러운 듯이 흐르는 글이 좋고, 이민자라는 배경에 우리 가족과 나 자신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 관심 있게 읽는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은가 싶다. 20년 넘게 사는 독일에서 난 아직도 헤매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유럽의 역사다. 문화와 언어가 비슷하거나 다른 나라들이 빼곡하게 붙어 전쟁을 일으키고 분단이 되고 다른 사상을 지니며 오늘까지 이어지는 역사가 사람들의 생각과 의식, 개인 그리고 가족사에게 까지 끼치는 영향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저자에 대해
소설은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다. Melinda Nadj Abonji는 소수가 헝가리어를 쓰는 Vojvodina (현재 세르비아 북쪽 지방) 출신으로, 1973년쯤 다섯 살 때 부모님과 함께 스위스로 이민을 오게 된다. 1997년에 취리히 대학을 졸업한 후 취리히에서 스위스 시민으로 거주하고 있다. 2010년 출판한 Fly, Pigeon 은 같은 해에 독일 문학상과 스위스 문학상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