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독립영화란 ‘기존 상업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창작자의 의도에 따라 제작한 영화’다.
단순 스트레스 해소용 영화도 좋지만 창작물을 보고 무언가 생각할 거리가 있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유독 독립영화를 좋아한다.
그리고 독립영화는 주로 혼자 보러 간다.
광복절에 무얼 할까 고민하던 차에 근처인 목포에서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를 한다는 걸 보았다.
가까운 곳이라 목포에는 몇 번 가보았지만 갈 때마다 딱히 좋았던 기억은 없던 도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혼자 가는 거니 다를지 몰라. 누군가와 같이 갈 때보다 더 기대되는 마음으로 발길을 나섰다.
도착하자마자 내가 한 일은 책방에 가는 것이었다. 목포역 근처에 2개의 책방이 있어 둘 다 들렸다.
처음 방문한 곳은 <고호의 책방>
예술 관련 책들이 많아서 다른 책방에서는 보지 못한 책들이 많았다. 꽤나 흥미로운 큐레이팅에 오랫동안 머물렀고 알베르 카뮈의 <결혼, 여름>이라는 책을 살까 하다가 다른 출판사 번역이 더 매끄럽다는 리뷰를 읽고 원래 사려고 하던 신형철의 <인생의 역사>를 샀다. 엽서도 여러 개 있어서 고흐의 엽서까지 몇 장 샀다. 사장님이 유쾌하셨다,
다음에는 5분 정도 이동해서 <구보책방>에 갔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라는 책에서 영감을 얻은 듯 그 책이 진열되어 있었다. 서점과 숙박, 카페를 같이하는 곳인 듯했다.
확실히 독립서점의 느낌이 났다. 작은 문구류도 팔고 독립서적들도 여러 개 보였다,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라는 여성의 책이 궁금해서 들었다 놓았다 했지만 월급날까지 긴축재정을 해야 해서 구매하진 않았다.
점심으로 ‘태동반점’의 중깐(:목포에서만 있는 메뉴로 얇은 면의 짜장면인데 시키면 탕수육, 짬뽕까지 준다.)을 먹으러 갈랬는데 웨이팅이 있어 영화시간까지 시간이 촉박해 포기하고 반대쪽에 있는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시켰다. 이것도 오래 걸려 결국은 영화관에서 먹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한 시 영화를 보기 위해 목포에 ‘시네마 엠엠’이라는 곳에 갔다.
포항의 ‘인디플러스’나 부산의 ‘영화의 전당’처럼 영화관의 형태일 거라 생각한 내 예상과는 다르게 한 층에 하나의 스크린이 있는 장소였다.
열악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정겹다는 생각도 들었다. 단점은 살짝만 뒤집어보면 장점이 된다.
첫 영화는 <침몰 10년, 제로썸>이라는 세월호에 관련된 다큐멘터리였다. 벌써 10년이나 되었는데 아직 세월호는 14년도에 머물러만 있는 것 같아 그간의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나 싶어 보게 된 영화였다, 여러 전문가들의 인터뷰, 유가족들의 인터뷰, 증거 자료 등을 사실에 입각해 건조하게 담아내려고 한 것 같은데 나는 계속 눈물이 났다. 그 어떤 스토리의 영화를 봐도 이렇게 슬프진 않았는데 인터뷰와 영상들을 마주하니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그리고 무력해졌다. 왜 이런 막을 수도 있었던 참사들은 계속 일어나는 걸까? 너무도 이상했던 상황에 진실규명을 바라던 유가족들의 말은 왜 이제 점점 잊혀 가는 걸까. 그 사람들은 아직도 매일을 그 팽목항에 있는 심정일 텐데.. 영화는 세월호가 한미 군사훈련에 참가한 잠수함에 충돌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그걸 밝힐 수 없는 이유들에 대해서도 보여준다. 정식 개봉이 되면 꼭 많은 사람들이 봐서 이슈가 되었으면 좋겠다.
너무 많이 울어 조금 지친 채로 카페에 갔다가 영화감독들의 영화제작 이야기를 들으러 갔다. 두 감독님의 영화를 보지 못해 질문을 하거나 깊은 이해는 못했지만 앉아있는 모두에게 자기소개를 시켜서 그 과정이 굉장히 신박하고 재밌었다. 영화에 대해 관심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요새 한국영화가 어려운데 좋은 제작자뿐만이 아니라 좋은 관객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는 30분을 걸어서 평화광장에 가 꽃게살해초비빔밥을 먹었다. 혼자 오신 분들도 많았고 한 끼 뚝딱하기 좋았다.
8시에 시작하는 마지막 영화를 보러 다시 ‘시네마 엠엠’으로 갔다.
영화 제목은 <Where’s the exit?>
조금 난해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잘 이해는 안 되었는데 그냥 청춘들의 모습과 예뻤던 영상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GV 보니 참여한 배우들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았다.
원래는 목포역 근처 바에서 칵테일 한 잔 하고 기차 타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일정이 빠듯해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기차에서 한 잔 했다.
자투리 시간에 읽던 <긴긴밤>이라는 책도 완독 했는데 서로 의지하면서 긴 밤을 보내는 코뿔소와 펭귄을 상상하니 마음이 저렸다.
그래도 혼자서 버티는 것보다는 누구든 곁에 있어야 살 수 있는 것 같다. 저릿한데 따뜻한 책이었다.
오래간만에 제대로 문화생활을 즐긴 목포 여행이었다.
어쩌면 나 이제 목포가 좋아질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