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 예원캠핑장
여름철 한량이 되는 간단한 방법은 계곡이 있는 캠핑장에 가는 것이다.
한량이란 부유하면서도 직업이 없는 그런 놀고먹는 사람을 뜻하는데 일단 캠핑을 가면 자연과 함께 먹고 노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옆에 계곡이 있다면 에어컨 부럽지 않은 찬물에 몸을 담그며 더위를 식힐 수 있다. 한마디로 한량 뜻에 걸맞게 옛날 방식의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게 된다.
혼자서라면 절대 가지 않을 것 같은 캠핑을 캠핑이 취미인 친구를 따라 종종 간다.
작년 여름에 물놀이와 캠핑을 같이 했던 기억이 너무 좋아 이번에도 두 개를 같이 해보기로 했다.
주말마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게 지친다고 했더니 그나마 내가 사는 곳과 가까운 전북 완주 캠핑장을 잡아준 고마운 친구. 요새는 혼자 캠핑도 많이 한다던데 혼캠핑도 낭만 있을 것 같다.
캠핑장 가는 길에 완주 고산미소식육식당을 들러 소고기를 샀다.
부위를 잘 몰라 그냥 모둠을 샀는데.. 다들 갈빗살, 살치살을 많이 사는 이유가 있었다.
고기가 꽤나 퍽퍽해서 아쉬웠다.
캠핑장 도착! 텐트 설치하느라 더웠는데 계곡이 바로 앞에 있어서 그냥 풍-덩 했다.
이번 연도 첫 계곡! 물이 상상이상으로 너무 찼다. 오들오들 떨면서 자유형을 시작했다.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서 물안에서 숨을 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흐려서 뭐가 보이진 않았다.
수위도 너무 깊지 않고 딱 내 허리만큼 와서 수영하고 놀기 좋았다.
물을 막아서 적당한 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참을 놀다가 아이들을 위한 수영장이 있어서 가봤는데 계곡물을 당겨 서서 그런지 차갑고 깊이가 깊었다.
출출해져서 라면을 끓였다.
물놀이 후 라면은 원래 별미인데 숲과 계곡을 바라보면서 먹으니 맛이 더 깊어지는 것 같았다.
물 양이 많았지만 밥까지 말아서 풍족한 간식(?)을 먹었다.
그리고는 또 물에서 한참 놀고 씻고 저녁 준비를 한다.
캠핑은 정말 본능에 충실하다. 자연을 보고, 먹고, 잔다. 그게 다인데 캠핑은 무엇인가 많이 한 듯한 풍족 감을 준다. 집 침대보다 불편한 야전침대도 낭만, 냉장고가 없어 아이스박스에서 꺼내 먹는 음식들도 낭만, 텐트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낭만이다. 편리함과 한 발짝 멀어질수록 낭만이라니
고기를 구워 먹고 또 요리를 해 먹고 영화를 본다.
그렇게 밤이 깊어간다.
캠핑을 가면 좋아하지만 내가 직접 장비를 사서 다닐 생각은 없는 나를 많이 데려가줘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