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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인 Apr 04. 2022

도전에도 선택이 필요해

서울 삶

한예종 평생교육원 유화 수업이 개강했다.

규칙적인 수업이 주 1회라도 있으면 일상에 패턴이 좀 잡힐 것 같아 신청했던 수업이었다.


음악 - 미술 - 무용 - 연극

다양한 분야의 수업이 있었고 ‘빛과 색채 (Oil Painting)라는 명칭에 이끌려 한 번도 도전해 보지 않았던 유화 수업을 신청했다.


신청 동기는 단순했다.

유난히 미술을 두려워하고 소질 없어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계기로 새로운 도전을 해 보고 싶었다.

또 최근에 전시회를 많이 다니며 미술이라는 분야에 흥미를 느껴 관련 책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 궁금하면 우선 책으로 접근하는 게 제법 너드…?)


10시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일찍 운동을 갔다 와 설레는 마음으로 온라인 수업을 참여했다.

시작은 두근거렸다.

교수님도 시원시원하고 소수 정예였지만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있어서 기대가 되었다.


유화 수업을 위한 준비물 설명이 시작되었다.

처음 유화 물감에 대한 정보는 열정적으로 메모하고 장바구니에 담으며 집중하였다.

하지만 이후로 기름, 세척제, 팔레트, 캔버스 등 10개가 넘어가는 리스트와 준비물 이야기로만 1시간 30분이 넘어가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렇게 많은 준비물을 비싼 돈을 주고 사고 싶을 만큼 유화에 대한 애정이 없었고 매주 월요일마다 4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고 싶을 만한 열정이 없었다.

나의 도전 동기는 너무나 작고 약했다.

마냥 궁금하다고 호기심만 가지고 덤벼버린 것이다.


나를 제외한 다른 수강생들의 반짝거리는 눈빛과 적극적인 태도를 보며 더 고개가 저어졌고 경쟁률이 높았다는 이 수업은 나보다 더 절실한 사람한테 가는 게 맞겠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무려 수업이 끝나기도 전에 말이다.


그렇게 호기롭게 신청했던 수업을 취소하고 약간의 부담이 남긴 피곤함으로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그리고 예매해 두었던 강연을 들으러 갔다.

두산 인문 극장에서 '공정'을 키워드로 1년 동안 강연, 전시, 공연 등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우선 4월 강연을 다 예매해 두었다.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30분에 하는 강연에 참여하는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5월 강연과 다른 전시와 연극들도 다 봐 볼 예정이다.)


'공정(Fairness)'은 학부시절 때부터 관심이 많았던 주제이기도 하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더욱더 이번 강연이 기대가 되었다.

심지어 첫 강연은 내가 졸업한 모교에서 경제학으로 유명한 교수님이 진행하는 것이어서 더 신기했다.


이타심이 아닌 호혜성( : 서로 혜택을 주고받는 일)으로 공정의 기저를 설명하는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고 호혜성이 편견과 만날 때 일어나는 부작용을 젠더갈등에 빗대어 설명하셔서 집중이 잘 되었다.

* 관련 강연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티스토리에 정리할 예정이다.


오늘 두 가지 도전을 했다.


오전의 도전은 흥미가 있진 않지만, 한 번도 안 해본 분야라 호기심으로 시작한 도전이었고

오후의 도전은 흥미가 있고 애정을 가지고 참여할 자신이 있는 도전이었다.


물론 유화 수업을 들으면 내가 예상치 못했던 좋은 깨달음을 얻을 수도, 그림에서 오는 힐링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렵고 재미가 없지만, 새로운 도전이라는 이유만으로 끌고 가는 것은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를 안겨줄 수도 있다.


이에 반해 흥미가 어느 정도 있는 도전은 조금 더 깊이 있는 경험을 남길 가능성이 더 높다.


언제나 깊이 파는 것보단 넓게 파는 게 나의 삶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해서 새로운 경험과 도전에 최대한 몸을 던지려고 했지만, 이제는 조금의 깊이를 가미하여 넓게 파는 것도 중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전에도 선택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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