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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인 Apr 05. 2022

함께 살기

서울 삶

혼자 하는 모든 일은 기억이지만 같이 할 때는 추억이 된다.

혼자를 잘 챙기는 삶은 물론 바람직하고 존경스럽다. 그러나 역시 남에게 해주는 기쁨을 누리는 삶이 더 재미있고 의욕적인 거 같다.

멀리 가려면 같이 가야 한다. 그래야 지루해지지 않으니까.

- 김하나/ 황선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중


나는 20살부터 약 4년간 기숙사 생활을 했었다.

무려 3년 동안은 책상 4개, 옷장 4개, 2층 침대 2개씩으로 방이 가득 차는 4인실 생활을 했었다.

당시엔 어리기도 했고 주로 잠만 자는 용도였던 방이었기에 큰 갈등이 일어날 일은 없었다.

물론 룸메이트들과 항상 사이가 좋기도 했다.


작년엔 기숙사 1인실 6개월, 자취 6개월을 해서 혼자 줄곧 지냈었다.

(물론 혼자 사는 삶도 너무 재밌게 잘 지냈다.)


그리고 올해 3월부터 친한 언니이자 친구인 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이전에 우리는 가끔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통화를 하거나 여행을 함께 갔었지, 이렇게 자주 본 기간은 처음이었다.

아 아니 같이 산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기숙사와 달리 요리, 화장실, 청소, 쓰레기 처리 등을 함께하는 찐 셰어하우스 생활은 해 본 적이 없어 조금 긴장을 했었다.

하지만 지난 한 달을 회상해 보면 큰 불편함 없이 좋은 팀워크를 보였던 것 같다.


물론 혼자 사는 삶보다는 자유롭거나 편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설거지 방법, 반찬 덜어 먹기 등 (덜 야무진 내가 주로 문제를 일으킨다) 사소한 것부터 살아온 방식이 달라 신경 쓰고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다.

요리 메뉴나 재료 사용 등 함께 살아가면서 공유하고 소통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함께 살기에 나눌 수 있는 행복이 크다.


무기력해질 때 서로의 생활을 보며 몸을 일으키고, 적적할 때 수다를 떨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즐거움을 나눈다.


무엇보다 각자의 생활방식을 존중하고 이해해 주려는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나간다.

조그만 것도 물어보고 표현하며 서로의 마음속에 응어리지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얻는 존중하는 태도가 있다.

이는 피곤하다기 보단 기분 좋은 포용력을 선물하는 것 같다.


이제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서로의 예민함과 차이점을 포용하고 있는 우리의 관계가 낙관적인 형태로 흘러가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우리는 반복해서 용서했다가 또 실망하지만 여전히 큰 기대를 거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준다. 이렇게 이어지는 교전 상태가, 전혀 싸우지 않을 때의 허약한 평화보다 훨씬 건강함을 나는 안다.

역으로 내가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이나 생활을 대하는 태도 역시 낱낱이 동거인에게 목격될 거라는 자각은, 너무 방만하게 살지 않도록 나를 다잡아준다. (...) 오늘도 내 동거인은 아주 우습고 또 존경스러운, 딱 그만큼의 거리에 있다.

누구나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만 나누는 사이가 아니라 쓸모없고 시시한 말을 서로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를 한 사람쯤은 갖고 싶은 것이다.

- 김하나/ 황선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중


p.s) 결론은 내가 더 노력.. 내가 더 야무지고 꼼꼼해질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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