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삶
날이 많이 따뜻해졌다.
자전거 타기, 산책하기를 번갈아 가며 봄날씨를 열심히 만끽하고 있다.
매 순간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건 놓치지 않고 즐겨야 한다.
특히 따뜻한 날에 아무 생각 없이 걸을 때 아드레날린이 나오는 듯하다.
그래서 오늘도 걸었고 걷다 만난 귀여운 조각들을 하나하나 수집했다.
약속이 없는데 부지런히 혼자 나돌아 다니는 건 생각보다 피곤하다.
마음만 먹으면 그냥 집에서 이불 덮고 꼼지락 거릴 수도 있는데 되도록이면 나가려고 한다.
(집순이 아닌 밖순이인데 혼자 다니는 게 좋은 밖순이)
방에 누워있을 때 얻게 되는 즐거움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되지만
밖에 나갔을 때는 예상치 못하게 얻게 되는 즐거움이 많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 이전에도 아마 매년 봄에 피는 꽃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길가다 눈길을 끌면 멈춰 서 찰칵
싱그러운 느낌이 들면 찰칵
앨범 용량이 차면 가장 먼저 지우는 사진도 꽃, 풍경, 자연 사진이다.
또 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니깐.
사람과 다르게 자연은 변하지 않으니깐.
초록잎이 노란색으로 변하고 있는 것일까
노란 잎이 초록색으로 변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 전자겠지? 아직 여름이 오기에는 멀었으니깐.
#앙리마티스전시회
솔직하게 말하면 재미없었다.
3층에서 진행하는 초현실주의 전시회를 보러 가는 게 맞았다.
지금까지 본 전시 중에 러시아 아방가르드전을 제일 즐겼던 걸 보면 난 시대 미술에 대한 설명이 있는 전시를 좋아한다.
일단 닥치는 대로 보다 보니 취향..?
이란 게 생길락 말락..
오.. 취향을 만드는 건 역시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가 보다.
왜 ‘달리에서 마그리트까지’(초현실주의) 안 보고 ‘앙리 마티스’를 보았냐면
할인 쿠폰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시회는 너무 비싸다.
그래서 이제는 집에서 밥 먹고 커피도 마시고 슬슬 전시회를 보러 간다.
하지만 어느 정도 투자를 해야지 새로운 이야기도 접하고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전시는 꾸준히 보려고 노력한다.
나는 돈이 너무 어렵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은 딱히 안 한다.
그냥…
독립서점에서 돈 걱정 안 하고 책 살 정도,
전시회에서 돈 걱정 안 하고 전시 볼 정도,
맛있는 드립 한 잔을 만원 주고 사 먹어도 안 아까울 정도…
아
돈이 많아야 하는가 보다.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예의상 웃는 내 얼굴이
오른쪽 사진에 있어서 깜짝 놀랐다.
집 가까이에 엄청 괜찮은 독립 서점이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여기서 책을 사 봐야겠다.
주로 읽고 싶은 책은 도서관에서 (+ 엄마 회사 문화비) 해결한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공간이 무려 집 앞에 있는데 사라지면 안 되니깐 나름대로 투자를 해야겠다.
집 가는 길에 거울이 많았다.
이웃들은 왜 거울을 이렇게 많이 두었을까.
나같이 배회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네 꼬락서니 한번 보고 지나가라~~
오늘 문득 전깃줄이 눈에 밟혔다.
항상 이렇게 지저분하게 걸려있는 건가.
만개하는 꽃을 가로지를 정도로 전기가 급한가.
열심히 멀리멀리 걸어 다니며 봄꽃을 구경하고 왔는데
집 앞에 가장 노란 꽃이 피어 있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
집 앞 눈이 어둡다.
하루 조각 모음이 아니라 하루 생각 모음인 듯..?
원래라면 오늘 온라인 독서 모임을 해야 하는데 당일에 미루어졌다.
회사 다닐 땐 가끔 독서 모임이 취소되면 다행이다~했었는데 백수가 되니 왜 이리 아쉬운지..
와글와글 떠들고 싶은데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