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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인 Apr 03. 2022

노잼의 기준

서울 삶

의도하진 않지만 규칙적으로 글 쓰는 시간대(저녁 9시~11시)가 다가오면 오늘의 글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무엇에 대해 써야겠다는 계획이 세워지곤 한다.


나름 성실하게 쓰다 보니 얻게 된 감각인 것 같기도 하고(재능이라 말하기엔 부족하니) 그냥 생각 겁나 많아 인간이라 쓸 말도 넘쳐나는 것 같기도 하다.


서울 삶이라는 부제목을 쓰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밀고 가지만 이번엔 대전 여행 이야기다.

어제 여행을 열심히 즐기느라 글을 쓰지 못했다.


글감을 생각 못 했다는 건 그만큼 여행에 푹 빠져 즐기고 있었다는 말이 될 수 있겠지?

(자기 합리화를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ㅎ하하)


대구에 있는 친구와 서울-대구의 중간이라 할 수 있는 대전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름 여행인데 계획 하나 세우지 않고 숙소만 예약하고 마치 지하철로 전시회장 가듯이 기차를 타고 내리니 대전역이었다.

대전은 사람들에게 ‘노잼 도시’로 워낙 유명하다.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는 것에 더 가치를 두었기에 여행지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우리 거리상 중간인 대전? 뭐 일 단 거기서 보자로 정해진 여행지였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가니 중앙시장이 나왔고 배를 채우고 직진하다 보니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성심당 본점이었다. 대전-성심당=0이라는 생각에 시그니처 빵 몇 개만 사서 다시 무작정 걸었다.


대전에서 1박 2일 동안 3만 보 넘게 걷다 보니 깨달은 점을 나열해보겠다.


1. 공원이 매우 많다.

2. 도보가 넓다.

3. 사람들로 번잡한 데가 그리 많지 않다.

4. 시 자체 자전거 대여(타슈)가 잘 되어 있다.

5. 마트가 많다.

6. 한밭수목원이 미친 듯이 좋다.


결론은 ‘여기가 무슨 노잼이야? 존잼이구먼ㅡ.,ㅡ’이다.

자연, 날씨, 산책, 자전거

위 4가지만 있으면 방방 뛰면서 여행할 수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겐 대전은 재밌어 미치는 도시였다.


추가로 모든 주제로 대화 쿵짝이 잘 맞는 여행 메이트가 함께 한다?

시간이 금방 가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에서 노잼의 기준은 무엇일까?

핫플레이스의 유무, 인스타 업로드용 공간 유무, 여기 안 가면 손해다 싶은 맛집의 유무, 문화 인프라 유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 무엇이 기준이 되는지도 감이 안 잡히지만 대전 앞에 고유명사처럼 ‘노잼 도시’라고 붙여지는 게 조금 안타까웠다.


아 아니다 대전이 노잼 도시로 불려진다면 나도 노잼 인간이라 불려도 될 것 같다.

슴슴하고 평안한 느낌을 풍길 것 같아서 오히려 좋기 때문이다.


서울은 모든 이에게 존잼 도시가 될 수 있을까?

물론 나는 서울을 즐겁게 즐기는 중이지만 불과 올라오기 몇 주 전만 해도 ‘서울은 너무 번잡해!’라는 생각으로 벌벌 떨었었다.

막상 올라오니 다 사람 사는 곳이라 별로 겁먹을 게 없다.


따지고 보면 노잼이나~ 존잼이나~ 할 게 많아~ 없어 미쳐~

그냥 모든 선입견이 문제인 것 같다.

아 선입견이 있어야 깨질 때 비로소 얻게 되는 것도 많으니깐 다 좋은가 싶고…


결론은 뭐 대전 여행이 정말 즐거웠다는 말이다.

누군가에게 대전을 여행지로 추천해 주고 싶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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