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바로
"요즘 뭐해?"
상대방의 악의 없는 물음에 최대한 기죽지 않은 표정으로 정성스러운 대답을 하는 게 관건이다.
"아침에 운동을 하고 성심 성의껏 요리를 하고 천천히 밥을 먹어.
그리고 책을 하나 들고 가고 싶은 카페를 가.
카페에서 책을 천천히 읽는 거야.
커피 한 잔 정도에 부합한 시간이 되었다 싶으면 눈치껏 카페에서 나와.
그리고 거리를 계산해서 자전거를 타도 되겠다! 싶으면 자전거를 타고 아니면 지하철을 타지.
퇴근시간을 피하면 한적해서 읽다 만 책을 마저 읽을 수 있고 시간 계산을 잘못해 퇴근시간에 타면 서울 사람들을 구경하는 거야.
집에 도착해서 씻고 독후감을 쓰거나 일기를 쓰고 '내일은 뭐할까?'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거지 뭐.
아 물론 매일 이렇지는 않고 이런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해.
행복하거든."
나의 장황한 하루 일정 브리핑에 주로 '와 부럽다 / 취직 준비는?' 두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는 말을 듣곤 한다.
물론 나의 반응은 동일하다.
멋쩍은 웃음
하핫
아래와 같은 말을 함축한 유일한 반응이다.
(지금 내가 가진 행운의 시간을 불안이라는 아이에게 양보하지 않으려고 하거든.
현재를 즐기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을 했어. 그래서 최대한... 구구절절... 어쩌고 저쩌고... )
하지만 어젯밤 항상 반짝이는 생각을 하는 친구가 색다른 반응으로 무언가를 제안했다.
"네가 좋아하는 카페와 매일 읽는 책을 결합해서
이 카페에서는 이 책을! 콘셉트로 글을 써보는 거 어때?"
??
!!!!!
카페에 혼자 가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커피의 맛보단
(물론 맛있으면 금상첨화지만, 가면 먹는 건 아메리카노 밖에 없다.) 카페라는 공간을 좋아한다.
집에서도 읽을 수 있는 책이 이상하게 카페에서 읽으면 더 잘 읽히고 재밌다. 무엇보다 기분이 좋아진다.
적당한 소음과 약간의 긴장감 속에서 모순되게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매력 있다.
혼자 가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나의 기준에 부합하는 카페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너무 좁으면 안 된다.
2. 노래가 시끄러우면 안 된다.
3. 사람이 바글바글하면 안 된다.
평일 낮시간을 공략하면 주말에는 바글대는 카페 또한 한적해서 선택폭이 넓어진다.
카페 겸 책 큐레이팅을 시작하는 거다.
1. 새로운 공간 탐색
2. 재밌는 책 소개
3. 꾸준한 글쓰기 콘텐츠 획득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위 세 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아주 괜찮은 거래이다.
부지런함을 장착해서 혼자 사부작 쓰는 건 대가 없어도 재밌는 일이다.
아 재미가 대가라면 아주 큰 혜택이다.
물론 파워 블로거님들처럼 카페를 맛깔나게 소개하거나 사진을 탐스럽게 찍지는 못한다.
혼자 잘 다니지만 소심하고 조용한 손님이기에 카페에서 사진을 잘 못 찍는다.
(찌질한 손님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잘 찍은 사진의 생생함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나만의 느낀 점을 글로 묘사하는 건 가능하다.
남들이 잘하지만 내가 못하는 걸 하는 것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물론 남들도 잘함)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나~
최소한 꾸준히 즐기면서 할 수 있겠지..!
(일주일에 한 번 연재!
이런 호기로운 다짐은 안 한다. )
마음 쏟을 때, 정성 가득할 때 불쑥 찾아오는 연재!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