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두려움
규칙적인 글쓰기는 권태에서 나올까?
솔직한 글쓰기는 한 치 앞을 모르는 불안함에서 나올까?
일이 많다, 생각이 많다, 시간이 없다.
갖은 핑계로 글을 쓰지 않았다. 사실 글을 쓰지 않았다는 말은 그동안 나에 대해 고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상에 사람이 많았고 이야기가 많았다는 말이지. 들여다보면 재밌는 시간을 보낸다고 정신이 없었다는 거지. 좋은 나날을 보냈다는 것일 거야!
2월을 끝으로 오랫동안 소속되어 있던 학교를 졸업하였고, 규칙적인 돈을 주던 직장 생활도 끝이 나고, 나의 20대 초-중반을 함께한 공간을 떠나게 된다. 울타리가 사라지고 정말 맨 몸으로 세상에 던져지기 일보직전이다.
낯선 환경에 불안한 상태로 적응하기엔 겁이 너무 나, 덜컥 새로운 일에 이력서를 넣었고 면접까지 보았고 결과는 최종 탈락이었다. '이 일을 하며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거야, 이 일을 하면 다음 단계가 보일 거야'라는 굳은 믿음으로 코 앞으로 다가온 두려운 변화들에 애써 무시하며 지내오다, 탈락이 그동안의 망상을 깨부수었다.
또 회사라는 울타리에 나의 몸과 마음을 욱여넣을 작정이었는데 길을 잘못 들었다는 가르침을 주렸는지 튕겨져 나왔다.
"오히려 네가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분야를 처음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까, 여기저기 글 쓰는 기회를 만드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어!"
친구의 말 한마디가 설레면서 두렵게 만들었다. 맞아.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걸 처음부터.
고개를 돌리니 선택지는 더 많았다. 더 넓었고 더 자유로웠고 더 모험적이었다.
"넌 어떤 삶을 살고 싶은데?"
엄마가 던진 말 한마디가 머리에 제동을 걸었다.
난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걸까. 내가 나아가고 싶은 삶의 형태는 무엇일까.
성공이란 나에게 맞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한다.
'나에게 맞는 삶'이란, 돈이 아니다. 확실한 소비도 아니고, 타고난 명성과 인기도 아니다.
인생이라는 유한한 바다에 각자의 '나'라는 영혼에 대해 고찰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나누고 싶은 삶이다. 한 번도 고찰하지 않았던 '자신'을 들여다보고 생각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공유하는 삶을 살고 싶다. 더 뻗어가 남으로, 사회로, 세상으로, 그리고 소외되지 않은 모든 것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그런 삶의 형태.
사람을 더 만나고 싶고, 생각을 더 나누고 싶고, 이야기를 듣고 또 전하고 싶다.
글이 될 수도, 인터뷰가 될 수도, 교육이 될 수도, 그리고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통해서 일 수도.
#이상은_삶은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