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삶
오늘의 소비는 다음과 같았다.
1. 아이패드 9세대, 애플 펜슬 1세대
‘나 아이패드 살까?’라는 말을 근 1년간 해오다 드디어 구매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새 학기에! 에어팟 줄 때! 에어 4세대를 살걸!
이라는 아주 구질한 후회를 잠깐 했지만 스스로가 너무 별로 같아 그만두었다.
지금이니깐, 지금이어서, 비로소
그토록 망설이던 것을 사게 된 것이라고 여겼다.
다 때가 있는 것이어라…
7년 차가 되어가는 나의 삐걱거리는 노트북은 굳이 바꾸고 싶지 않았다.
대신 휴대하기 편한 아이패드로 효율적이게 공부하고 글도 자주 쓰고 싶어서 사기로 마음먹었다.
무슨 일이든지 대가가 있다고 하신 정지혜 작가님의 구절을 떠올리며 더 기분 좋은 시간들을 가치 있게 보내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큰 마음먹은 소비라고 해서 에어 5세대를 사고 싶지는 않았다. 약 30~40만 원을 더 투자해서까지 사양 높은 걸 얻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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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욕, 특히 기계 욕심이 없는 편이라 애플 매장은 나에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2. 다정 소감 책
읽는 책에 비해 사는 책은 많지 않다.
만약 사게 되면 깨끗하게 읽고 알라딘에 되판다.
언제든지 캐리어에 모든 짐을 집어넣고 훌쩍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서 (문제는 진짜 떠날 수 있을지 모름) 짐을 늘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재밌게 읽은 책들은 많지만, 앞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 훨씬 많기 때문에 소장하고픈 욕심은 없다.
예외로 최근에 북 토크를 가다 보니 자연스레 책을 사게 되고 추억을 간직하기 시작했다.
다음 주에는 김혼비 작가님의 북 토크에 간다.
우선 도서관에서 작가님의 책을 모조리 빌려 읽는 중이다.
작가님의 명성에 비해 제대로 읽은 책이 없어서 이번 북토 크는 책을 사지 말까는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다정 소감’을 다 읽고 나니
책 구입 > 작가님 사인받기 > 친필 사인 책 소장
단계를 거쳐도 충분하겠다는 느낌이 들어 집 앞 독립서점에서 기분 좋게 구매했다.
포장도 이렇게 귀엽게 해 주면 동네 서점에서 소비할 맛이 난다 말이지.
3. 변기 솔
(조금 더러울 수 있으나 사람 사는 이야기는 다 그게 그거니)
오늘 우리 집 변기가 막혔다…
오랜만에 새로운 시련을 맞았다. 유명하다는 방법을 다 동원했는데도 안 뚫리길래 가족들에게 SOS를 쳤다.
가족 카톡방에서 추천받은 방법을 시도하기 위해 변기 솔을 사러 다시 집 밖으로 나갔다.
배는 고프고 몸은 피곤하고 아이패드 언박싱 의욕도 사라진 시점에 막힌 변기까지 뚫어야 하다니…
심지어 동네 슈퍼와 마트를 다 뒤져도 변기솔을 못 찾아 망연자실할 때 집 앞 시장 안에서
“보물창고” 가게를 발견했다.
이름에 알맞게 없는 게 없는 곳이어서 행복하게 목표물을 획득했다.
* 문제는 아직도 못 뚫었다는 …^^…
큼직하고 소소한 소비가 많은 날이었다.
난 돈 생각을 자주 한다.
어떻게 하면 더 벌까 보단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주로 한다.
아끼는 건 자신 있는데
슬기롭게 쓰는 걸 잘 못해서
적재적소에 쓸 때 쓰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중이다.
생각과 실행에도 늘 어려운 게 돈인 것 같다.
오늘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에피소드가 많았다.
- 영어 회화 수업 일화
- 룸메이트와 함께한 속마음 토크
얼른 새로 산 아이패드로 신명 나게 타자를 두들겨 봐야겠다!
(케이스와 블루투스 키보드도 사야 함^,,^
아이패드는 돈 먹는 기계가 틀림없다.)
+) 쓴 것 말고 받은 것도 하나 추가
친구가 손편지 보낸다고 해놓고 내가 좋아하는 과자로 가득 채운 박스를 함께 보냈다.
블랙 새우깡과 꼬북칩 초코 시나몬 맛
나의 취향을 신경 써서 전해주는 따뜻한 마음이 너무 과분할 정도로 고마워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
변기 뚫다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