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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인 May 06. 2022

잉글리시 스피킹 클래스 (1)

서울 삶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유명한 학원에서 개설한 원어민 회화 수업을 등록했다.

평균 주 2회, 오후 2시에 시작해 2시간 동안 진행하는 프리토킹 수업의 메이트(mate)들을 소개한다~



1. 상냥한 E


나의 왼쪽 대간선에 앉는 E는 마른 몸에 백팩을 야무지게 매고 오는 메이트다.

우리 중에 가장 오랫동안 이 수업을 들어온 학생인 만큼 수업에 임하는 성실도가 매우 높다.

나이는 50~60세 사이로 추정된다.

 

말을 천천히 내뱉는 데 사용하는 어휘와 문법의 수준은 매우 높아 가끔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날카로운 질문을 자주 하고 새로 배운 표현이나 단어는 꼭 활용하여 예시를 만들어 보는 특징이 있다.

얼마나 꼼꼼한가 가 큰 차지를 하는 자유로운 회화 수업에서 E의 존재는 소중하고 감사하다.


눈빛이 상냥하여 아이 컨택할 때마다 나의 마음을 평안하고 차분해지게 만든다.

리액션도 크고 본인 주관이 뚜렷해 수업에 활기를 넣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특히 나와 반대되는 주장을 할 때가 있는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과 경험의 지혜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주장이 많아 좋은 자극을 준다.



2. 호탕한 S


두 번째 수업부터 출석한 S는 약간의 휴식기를 가지고 다시 학원을 다니기 시작해 이미 E와 선생님과는 아는 사이였다.

마른 몸에 짧은 머리, 그리고 얇은 테의 안경까지.  

E와 상당 부분이 비슷한 특징을 가졌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E가 나긋하면서 열정적이라면, S는 호탕하면서 열정적이다.

아, S의 나이도 50~60세로 추정된다


여행을 매우 좋아하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여행도 혼자 잘 다녔다고 한다.  

특히 신혼여행을 남미로 갔다 왔다는 말에   

"Was it not dangerous?"라고 물었고 호탕하게 웃으며 S는 "Everywhere is dangerous ~"라고 대답했다. 짧은 대답에서 S의 진취성이 느껴졌고 용감하고 쾌활한 여성을 좋아하는 나는 금세 호감을 느꼈다.


먼 훗날 그리스에 가서 전공수업에서 배웠던 고대 철학 유적지를 보고 싶다는 나의 말에 큰 관심을 보이며 왜 전공을 철학으로 했냐고 물었고 덧붙여 자신의 복수 전공도 철학이라고 알려줬다.

우리 사이에 작은 유대감이 생겼다.

 


3. 오묘한 J


J는 우리 교실에서 유일한 남성이자 퇴직을 했다는 것을 보아 가장 연장자이기도 한 것 같다.

딱딱하고 벌건 피부가 우리 아빠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년 남성들의 특징 중에 하나인 것 같기도 하고)

발음을 흘리듯이 하는 편이라 이해를 못 할 때가 많다.  

선생님이 간단하게 정리해 주는 한 줄 표현으로 J의 길고 긴 말을 주로 알아듣는다.


처음엔 모든 말의 주내용이 본인이 했던 사업(자랑), 자녀(자랑)이어서 누가 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듣고 있었다.  

하지만 둘이서 파트너가 되어 이야기할 때 J가 가끔씩 쑥스럽거나 부끄러워서 큰소리로 웃을 때가 있는데,

그때 이상하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낀다.

마치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면 불편한데 따로 외근을 같이 나가면 편한 부장님 같은 스타일~

불편한 듯 편한 오묘한 스타일~

 


나의 잉글리시 스피킹 메이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 자녀들이 외국에 있다.

- 유창함보다 정직한 영어를 한다.

(얼레벌레 대충 막 뱉는 나의 영어는 유창해 보이나 브로큰 잉글리시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는데 이들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될 듯하다.)

- 상대의 말에 집중을 아주 잘해 준다.

- 본인의 의견 피력에 망설임이 없다.


거침없고 열정적인 메이트들을 만나 정말 영광이다.

이들 사이에서 딸 포지션이 되었으나 새롭고 훈훈한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어 앞으로의 수업이 기대된다.


+)

영국에서 온 선생님의 개방적인 사고도 너무~ 마음에 든다.

(S와 나에게 살며시 다가와 자신의 부전공도 철학이라고 알려주었다.

이 작은 교실에 철학 전공, 복수전공, 부전공 다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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