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몽인 Mar 10. 2022

관계의 형태

서울 삶

코로나 이후 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모임의 형태가 코로나로 인해 줌으로도 가능하게 되었고 이는 공간과 위치의 제약이 사라졌다. 물론 코로나가 오지 않는 게 훨씬 좋은 거지만, 왜 인터넷이 이렇게나 발전했었는데 우리는 그동안 온라인 모음을 적극적으로 생각하지 못했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장점이 꽤나 있다.


작년 3월 즈음부터 시작했던 독서모임이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간다. 7명이 되는 인원들이 2주에 한 번, 돌아가며 책 선정자가 되고 발제 질문을 올리면 함께 약 2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눈다.

20살에 함께 살았던 룸메이트 언니가 결성한 모임인데 언니의 지인들이 엮여 친목 모임이 아닌 공식적인 독서모임의 형태가 갖추어졌다.


우리는 서울, 대구, 대전, 경기도, 김천으로 다 다른 곳에 있지만 같은 공간에서 주기적으로 모여 책 이야기를 하며 건강한 대화를 나눈다. 가끔 시간 남는 사람들끼리는 사담도 나누며 수다를 떠는데 비대면이라는 요소가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을 정도로 강한 유대와 가까운 친밀감을 나눈다.


하루 종일 집에서 푹 쉬면서도 오늘따라 독서 모임이 너무 기다려졌다.

익숙한 팀원들과 만나서(비대면으로) 떠들 생각에 조금 들뜨기도 했다.  

서울로 거주지가 옮겨졌지만, 모임에서 팀원들이 나에게 하는 말은 "오! 배경 바뀌었다!" 정도이다.


다음 달에 1주년을 맞이해서 대전에서 팀원 만남을 기획 중이다. 일 년을 알고 지낸 후 처음으로 대면하는 사람들과는 어떤 느낌을 주고받을지 궁금하여 벌써부터 설레어진다.


친한 외국인 친구와 톡을 하다 '어 심심한데 우리 집 보여줄까?'로 시작한 영상통화를 독서모임 때문에 끊었더니 1시간 30분이 지나있었다.

영상이었지만 실제보다 더 가까이 서로를 바라보고 집중하며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크게 깔깔대며 편하게 수다를 떨었더니 스스로가 한껏 상기되어 있다고 느껴졌다.


실제로는 아무도 만나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던 풍족한 하루였다.


시대는 바뀌어 가고 새로운 상황이 우리에게 닥치면서 자연스럽게 관계의 형태도 이렇게 변하고 있다.

물론 직접적인 교감을 이기지는 못하지만, 혼자 뚝 떨어져 있는 나에겐 이러한 관계의 형태가 참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흔들리는 결정 속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