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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인 Mar 17. 2022

빙글빙글 돌아가는 격리

서울 삶

* 사진 출처 : 핀터레스트


드디어 내일! 금요일 00시면 격리가 끝난다...

작년 7월 즈음 밀접 접촉자가 되어 10일간 자가격리를 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 격리는 딱히 힘들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6일 차가 되니 힘이 쭈욱 빠진다.


눈 부신 해, 선선한 바람, 흙 밟는 느낌이 무척이나 그립고 무엇보다 잠옷이 아닌 옷을 입고 싶다.

쇼핑에 관심 끊은 지 꽤 오래되었는데 오늘은 하루 종일 쇼핑몰을 뒤적거렸다.

장바구니를 꽉 채워뒀다. 뭐.. 주문할지는 미지수지만.


오전에는 책을 전시할 북선반도 주문했다.

방에만 있으니깐 멍하니 방을 찬찬히 둘러보게 되고 방에서 나라는 사람의 존재감이 더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매거진을 가득 전시하고 초록 식물을 두고 싶다.. 방에서 초록한 여름의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


격리하면 돈을 안 쓸 줄 알았는데 남아도는 게 시간이라 그런가 갑자기 이상한 소비 욕구와 스타일 변화에 꽂혀있다.

지금껏 어느 정도 완성된 자아를 만들어왔다고 믿었는데 거주지 하나 바뀌었다고 괜히 큰 변화를 만들어 깔끔하면서 스타일있는 사람이 되고싶고.. 물론 거기에는 돈이 들고.. 근데 또 '투자'라고 생각하면 쓰고 싶고..

히히 생각이 굴레 굴레 돌돌 이런저런 시답잖게 많다.


이제 더 이상 머리 쓰는 어떤 것을 하고 싶지 않은가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하루를 보냈다.

알고리즘을 통해 박재범 영상을 몰아보는데 너무 매력 있어서 푹 빠져서 봤다.

사실 난 그때 그 시절, 7-1=0 시절을 살았던 사람.

박재범 출국날 집을 장례식으로 만들었던 장본인으로서 박재범만 보면 나의 흑역사가 생각나서 관심이 없었는데 우연히 지금의 박재범을 보니깐 그 시절에 좋아한 게 하나도 창피하지 않았다.

위치와 명성에 상관없이 즐길 땐 즐기고 놓을 줄도 아는 그 여유로움이 사람으로서 매력이 터져 나왔다.

물론 겁나게 동안인데 나이가 들면서 성숙함이 생겨서 그런가.. 외모도 아주 출중..


또 클리셰 범벅에 유치뽕짝한 드라마도 몰아봤다.

유치한 드라마의 매력을 아는가?!!!?

어디 가서 "나 이 드라마 좋아해~" 말 못 하는 그런 드라마를 남몰래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감정 소모와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마음 편한 드라마는 은근히 별로 없단 말이지.

그리고 주인공에 대해서 궁금해져서 유튜브로 왕창 찾아봤다.


결국 오늘도 매력적인 사람들을 잔뜩 탐구하는 날을 보냈다.


끝이 보이는 격리 속에서 조금은 처진 시간들을 견뎠는데 밤에 엄마와 친구가 전화 와서 즐거웠다.

서로 장점 찾아서 칭찬해주기 바쁜 친구와 이야기하니깐 우리 인생이 또 기대되고 재밌을 것 같고.. 크크


오늘은 정말 적을만한 소재가 없어서 글을 쓰지 말까? 했는데

'일기 같은 글'을 '쓰고 싶지 않다'는 다짐이 만드는 강박은 또 싫으니깐.


누가 시켜서 쓰는 것도 아닌데! 오늘은 그냥 일기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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