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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인 Mar 18. 2022

감사한 마음 달게 받기

서울 삶

일주일이 꿈꾼 것 마냥 빨리 지나갔다.

날짜와 시간 개념이 사라지니 격리 해제일이 되어 있었다.

물론 난 강제로 해야 할 일이 없는 상황에서 누워서 쉬기만 했으니깐..

아마 증상이 심하지 않았어서 불편함도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신경 쓰이고 미안했던 건 홈메이트의 건강 여부와 홈메이트가 매일 챙겨주었던 식사와 집안일이었다.


본가에서 격리를 했으면 방과 화장실 하나를 다 차지하고는 가족들께 스스럼없이 부탁하고 쉬었을 것 같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한테 이러면 안 되는데.. 어쩔 수 없는 격 없는 편안함..)


하지만 친구이자 서로 예의를 지키는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는 홈메이트에게는 덜컥 걸려버린 코로나가 미안하고 옮길까 봐 걱정이 많이 되었다.

처음 신속항원 양성이 떴을 때는 집에 어떻게 들어가야 하나 망설여지고 격리 시설을 알아보았다.

(서울은 센터 찾기가 쉽지 않다.)


홈메가 부담 가지지 말고 방에서 조심히 격리하면 될 것 같다고 말해 주어서 화장실만 공용으로 사용하고 (소독 철저히) 방에서 거주했다.


홈메가 밥과 디저트를 살뜰히 챙겨서 문 앞에 배달해주면 열심히 먹고 접시를 밖에 두었고, 그럼 또 홈메가 설거지에, 식기 소독까지 야무지게 해 주었다.


고마운데 미안하고.. 이런저런 감정이 들어서 엄마께 말했더니

"만약에 네 홈메가 걸렸어도 너도 똑같이 해줬을 거잖아~ 감사함을 달게 받는 것도 필요해~"라는 말을 하셔서 어.. 그렇네?


그날 저녁 연신 고맙다는 나의 카톡에

홈메 또한 "내가 걸렸어도 네가 이렇게 해줬을 거 알아! 부담 가지지 마~ 그냥 맛있게 먹고 얼른 나아!"라는 말을 했다.


이때부터 마음이 놓이면서 부담보단 감사함을 소중히 간직하여 잘 베풀어야지 라는 마음으로 지냈던 것 같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피해 줄까 봐, 선 넘을 까 봐, 고마움을 당연시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과하게 신경 쓰는 게 어쩌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을 방해할 때가 있는 것 같다.


결론은! 7일간 감사함을 달게 잘 받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음 주까지는 밥을 같이 먹지 않기로 했다.

물론 나의 행동반경은 자유로워지긴 하겠지만, 서로의 건강을 위해서!

다음 주는 내가 요리도 훨씬 많이 하고 설거지는 다 해야지.


오랜만에 방과 거실 청소를 싹 했더니 기분이 좋다.

집안일은 은근히 재밌단 말이지 :0


조심히 다닐 거지만.. 난 이제 완치자다...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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